제주도는 지리적으로 화산암반지대로 비가 오면 거의 대부분이 땅으로 흡수 됩니다. <br><br>그래서 2~300mm의 비도 별거 아닐 때가 많죠. 그런데 땅에 흡수 안 되고 하천으로 해서 바다까지 내려가기도 하는데 하천의 물이 불어났다가 조금씩 말라가면서 상류의 여러 연못들이 생기는데 이를 제주도 방언으로 '소'라고 합니다. 해방 이전까지의 제주도 사람들은 이 '소'를 식수원으로 했습니다.<br><br>그 중 제주시 도평동에 있는 검은 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br><br>이곳이 검은 소라는 이유는 소의 수심이 깊고 검게 보기 때문인데, 그 이유인지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가기 꺼려합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많이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br><br>이 이야기는 저희 작은 아버지와 제가(당시 중학교 1학년) 목격한 것으로 실제로 제가 빙의되어 죽을 뻔 한 이야기입니다. <br><br>지금은 탈곡기와 보리를 익혀주는 곳이 많았지만 옛날에는 아스팔트 위에 깔아 햇빛에 말렸는데 이 작업을 하면 상의가 축축이 젖었었습니다.<br><br>그럴 때면 작은 아버지와 인근 하천의 소를 찾아 멱을 감곤 했는데, 하루는 인근 소를 찾다가 검은 소 하류 부근에서 멱을 감는데 작은 아버지가 한눈 판 사이에 제가 없어 졌다고 합니다.<br><br>저도 멱을 감던 기억은 나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소 앞까지 갔던 것입니다. 작은 아버지도 한참을 찾다가 저를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고 하대요. 제가 눈을 뒤집고 돌아봤다는데, 전 기억이 없었습니다. <br><br>그 일이 있은 후에 저희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유명한 신방(제주도 무당)을 찾아가서 액막이굿을 했는데, 액막이 안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br><br>이유인즉,<br>바로 제 옆에 처녀귀신이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br><br>그래서 그 신방이 귀신에게 물어보길 무슨 한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신방의 입에선 귀신이 하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br><br>귀신에 의하면, 자기도 옛날에 중산간 마을로 식게(제사의 제주 방언)먹고 오다가 귀신한테 홀려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br><br>거기에 빠져서 죽은 사람이 99명이고, 제가 죽으면 100명째라는 것.<br>제가 죽어 귀신이 되면 나머지 귀신들은 그 소에서 풀려나 자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br><br>제가 귀신이 되면 앞으로 또 100명을 홀려야 한다고 하더군요.<br><br>그곳을 못 벗어나는 귀신들이 왜 사람을 홀릴까 하는 것은 바로 거기 사는 귀신들의 자식들이 차린 식게도 못 먹으러 가기에 하도 원통해서 지나가는 사람 홀린다고 하더라고요. <br><br>이유야 어쨌든 저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의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그 소 찾아가서 굿도 하고 액막이도 했습니다. 덕분인지 저는 아직 살아서 이 글을 쓰고 있지요.<br><br>그 후, 지하수 관정이 많이 뚫리는 바람에 소의 수심이 아주 낮아져서 사고도 많이 줄은 상태입니다.<br><br>2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 지역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br>그 소 근처로 올레길이 났더군요.<br><br>그런데 어느 날 괴이한 소문이 들렸습니다.<br><br>한 여자 올레꾼이 근처를 지나다가 여자 울음소리에 끌려 그 소로 가다가 갑자기 신발이 벗겨지는 바람에 정신을 깨보니 절벽 바로 앞에 있어다는 것입니다.<br><br>그 이후로 올레꾼들 사이에서는 절대 오후 4시 이후로는 혼자 다니지 말라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br><br>저는 경험자이기에 진상을 파악하고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더군요. 그 무시무시한 연못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 같았습니다.<br><br>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공포는 어둡고 으스스한 곳보다는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 더 치명적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br><br>아직도 저녁 늦게 그곳을 지나면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들 합니다.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추신] 사진은 그 무시무시한 검은 소를 찍은 겁니다.<br><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1/151668919690a7067f842342c583c3ebce3248bcb0__mn744345__w600__h450__f90016__Ym201801.jpg" width="600" height="450" alt="검은소.jpg" style="border:none;" filesize="90016"></div><br></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