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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1700
    작성자 : -Y-
    추천 : 13
    조회수 : 1224
    IP : 183.97.***.9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12/06 00:30:05
    http://todayhumor.com/?panic_91700 모바일
    단편] 7번의 소리
    옵션
    • 창작글

    그는 운전대를 잡고 빌딩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장비들을 손질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특이 사항이 없다.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습관적인 행동마저 없다.


    그냥 무기질적으로 핸들을 잡고 있을 뿐이다.



    역시 그는 로봇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지 꽤나 오래되었다.


    살인청부업을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기계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잠시 그에 대해 떠올려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와 처음 만났을 때다.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그때의 그는 아무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단지 사진 한 장만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단지 무표정으로.



    당시의 나는 그의 교육을 맡고 있었지만 6개월동안 알아낸 것은 단지 이것 뿐이다.


    그 사진 한 장만이 그가 가진 전부라는 것만을.


    사상도, 마음도, 꿈도, 가족도 없는 그는 그 사진 한 장 만이 전부였다.



    그는 성장했다.


    살인기계로써.



    처음엔 작은 동물부터 연습해나가는게 조직의 교육법이지만


    그는 달랐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가 처음 살인을 했을 때다.


    눈도 깜박 하지 않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사방에 피가 튀기고, 타겟은 죽었다.


    그 타겟은 7살짜리 아이였다.


    살려달라고 울먹이던 아이가 빌고있는 모습을 보고도


    그는 눈꺼풀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날, 나는 그를 로봇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살인 로봇.


    그리고 그는 정말 그 말대로 출중한 실력을 가진 살인 로봇이 되었다.


    지령에 따라 사람을 죽일 뿐인 로봇이 되었다.



    처음 만나고 7년.


    그는 벌써 수십, 아니 수백은 죽였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사람을 죽일 뿐인 것이다.



    “이런 걸 청출어람이라고 하는거지.”



    나는 혼자 중얼거렸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재미없는 로봇이다.


    이런 것 보단 차라리 미치광이 살인마가 더 낫다.


    그건 인간이긴 하니까.



    돌연 차가 멈췄다.


    그는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표정도 없이.



    역시 재미없는 로봇이다.



    나는 일만 하면 되지만.


    여튼 오늘은 원거리에서 저격이다.



    타겟은 유흥가의 사장.


    간단히 방아쇠만 당기면 될 일이다.


    물론 그런 살인은 로봇에게 적합한 일이니 그에게 맡긴다.


    나는 옆에서 그가 제대로 죽이는지 지켜볼 뿐이다.



    쌍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다.


    타겟은 바보같게도 창문 바로 앞에서 여자를 끼고 술이나 마시고 있었다.


    이런 일이라면 간단하겠군.


    한 10초면 끝나지 않을까.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1분쯤 지났을 때일까.


    드디어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쓰러진 것은 여자다.



    나는 서둘러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환하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윽고 총성이 울려퍼지고


    다시 또, 총성은 이 곳을 뒤덮었다.


    그는 환히 웃으며 총을 쏘았다.


    나는 쌍안경을 다시 들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한발.


    다만 여자는 3발.


    이젠 4발.


    5발.


    6발.


    그리고 7발.



    마지막 총성이 울려 퍼지고


    그는 일어났다.


    그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이었다.



    그 때, 사람이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6발이나 유해에 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처음으로


    그가 사람답다고 느꼈다.



    가장 인간미 없는 순간에 인간미를 느끼며


    만족감이라고 해야할까.


    안도감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그런 감정을 일순 느꼈다.



    지금은 그의 짐을 정리하고 있다.


    있는 것은 단지 사진 한장 뿐이지만.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 사진에는 두명이 찍혀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인 듯 했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은.


    어제 죽었다.



    뭐 어찌되었든


    내가, 우리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변하지 않고


    또 사람이 죽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깨달은 것은


    7년을 함께한 로봇은


    단지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인간이었다라는 것과


    어젯밤 무기고에서


    단 한발의 탄환이 들어있는 권총이 도둑맞았다는 것 뿐이다.



    그냥 그런 이야기다.


    -Y-의 꼬릿말입니다
    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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