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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174
    작성자 : 달의거짓말
    추천 : 10
    조회수 : 1727
    IP : 58.151.***.20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8/21 14: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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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굳게 다문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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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art-meets-pastels-lips-closed.jpg



    아침 10시 32분 아침이라고 말하기에는 직장인 입장에서 늦은 시각. 건우의 침대 옆에서 전화가 울린다. 어제의 숙취로 인해 빨간 눈을 겨우 뜨고, 발신인을 확인해본다. 윤지수. 그녀는 건우의 오랜 친구였다. 고등학교 친구이며 여태까지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터라, 동성친구 이상의 친밀함이 그들 사이에 존재했다. 물론 말과 행동도 친구 이상이다.


    "..여보ㅅ"
    "야~ 이건우!! 어제 어떻게 된거야?"
    그녀는 다짜고짜 걱정, 의심이 가득담긴 톤으로 건우에게 거침없이 말했다.
    "무슨 말이냐? 다짜고짜..."
    "건우야 괜찮은거냐?, 어제 너 무슨 일 저질렀어?"
    "뭘? 말을 앞뒤도 없이 꺼내냐?"
    "야!! 어제 너 경찰차 뒤에 타고 가던데?"
    "뭐??" 건우는 통화목록을 보니,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몇 통 와있었고, 그 다음 열댓통으로 지수한테 부재중 통화가 찍혀있는 것을 확인 했다.
    "아...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고?"
    통화목록을 확인하는 동안 지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세어나왔다. 하지만 어제의 일을 생각하느라 본의아니게 무시하였다.

    —번쩍—

    그의 머릿속에 경찰차의 내부 모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얼른 전화기에 입을 대고 말했다.
    "지수야. 조금 있다가 전화할께, 기억이 돌아오면... 지금은 집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어. 일단 다행이네... 조금 있다가 전화해 알았지?"
    그녀의 친절한 말을 들은 건우는 전화를 끊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건우는 더부룩한 속과 지끈 거리는 머리를 달래기 위해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은 그의 식도를 타고 내려갔고, 위 바닥에 차가운 물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차가운 기운은 위에 남아 있던 알콜과 섞여 온몸을 뒤덮었다. 다시 한번 취기가 머리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 충격은 어제의 일을 다시 불러 모았다.


    ***
    03.jpg

    내 앞에 얼굴이 보인다. 
    '누굴까?'
    누군지 건우의 기억이 어렴풋하다. 장소는 고깃집. 그 사람과 건우 자신 사이에는 노릇하게 익어가는 돼지고기와 마늘이 있다. 그옆에는 빈 소주병이 몇병 있었고, 내 앞에는 이슬이 맺힌 소주잔이 있다. 소주잔을 들고 앞의 사람에게 건배를 권한다.


    웃는 얼굴의 지수였다. 지수는 아주머니를 불렀다.
    "저기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고개를 돌리고 주문하는 그녀. 웃는 옆모습의 지수는 특별했다. 짧은 단발, 눈썹까지 내린 앞머리, 옆머리는 귀 뒤로 넘겼고, 목덜미에는 잔머리가 있었다. 옆보습은 여러가지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오똑한 코와 긴 속눈썹, 큰 눈,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선홍빛깔 입술.


    바로 그때,

    —우당탕탕— 

    입구쪽에서 큰소리가 났다. 건우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앞으로 지수를 바라보았다. 약간은 당황한 표정의 지수.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있었다.


    ***

    여기가 기억의 마지막이다. 지금 건우는 올라오는 숙취와 기억날듯 말듯한 과거의 어떤 언저리부분에 서있다. 건우는 창가로 가서 커튼을 열어젖혔다. 외부의 햇살은 더욱 반짝였다. 술기운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드는 빛이였다. 건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실눈을 뜨며 밖을 봐라봤다.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건우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다시 한 번 더 기억을 떠올려보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는 고개를 숙였다.


    ***

    그녀의 옆모습은 생각치도 못한 여성스러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맨날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옆에 서있기만 했지, 서로 마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건우는 알았다. 모든 것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전화를 걸어 건우의 심경을 말해주어야 한다.
     

    건우는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건우니?"
    "응..."
    "그래 뭐 생각 난거 있어?"
    "그렇긴한데, 그거 이전에 할말이 있어..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어머..."
    "그리고 나 질문이 있어."
    "뭔데? ㅎㅎㅎ"
    "근데... 너 누구냐?....."


    ***

    건우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올랐다. 건우는 술집에서 떠오를 지수의 옆모습 때문에 몸을 떨었다. 그녀의 귀안에는 작은 전자기기 같은 것이 불빛을 반짝이고있던 것이 건우의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난 다음, 커텐을 열어 젖혔을 때, 분명히 해가 들어오는 시간대가 아님에도, 햇빛이 들어왔었고, 그 빛의 근원지에는 까만 썬글래스를 쓴 사람의 얼굴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건우는 기억해냈다. 술집에서 그녀가 말을 했다는 것을「건우야! 도망쳐! 제발! 아악~~」 굳게 다문 입으로...
    달의거짓말의 꼬릿말입니다
    그녀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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