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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637
    작성자 : 달의거짓말
    추천 : 15
    조회수 : 2488
    IP : 121.88.***.10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6/07/29 13:42:42
    http://todayhumor.com/?panic_89637 모바일
    [창작] 당신의 아들을 납치하여 참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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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K씨에게’ 

    당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납치하게 되어 참 죄송합니다. 

    당신 아들의 눈망울은, 내가 납치하였음에도, 단 한순간에도 슬픔, 두려움, 증오를 전혀 담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 아이의 눈빛에는 저를 신 앞에 혹은 성자앞에서, 죄를 회개하며 울고있는 어떤이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과 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군요. 

    신의 품이 있다면 저 아이의 눈빛과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모든 이를 다 용서하고 감싸줄 것 같은 당신 아들의 눈빛을 무시할만큼 극지에 서있습니다.  


    제 아들은 귀하의 아들과는 다르게 어둠속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이 있다면 신의 등에 제 비수를 꽂아 넣고 싶을 만큼, 태어나면서 빛을 잃고 있는 아들의 운명은 참으로 비통합니다.

    이 아비란 작자가 돈과 힘이 없다는 것은 여태껏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아들이 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난 후 가난하게 살아온 모든 날들이 하루 아침에 비참하고 원통하게 보내온 나날이 되었습니다. 

    당신 아들의 모든 걸 꿰뚫어보는 눈빛을 보면, 

    제 아들의 눈도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볼 수 있는 눈이 되기만을 기도했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나날들이 떠오릅니다. 

    그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소에서 배바닥에 페인트를 칠하던 기억, 원양어선에 몸을 실어 보냈던 두번의 기억, 시체 닦는 일들.. 

    하지만 사기꾼을 만나게 되어 모든 것이 무너졌었습니다. 

    힘들고 무서운 일들을 해왔습니다. 힘들고 무서운 일들도 당했습니다. 

    이로써 얻어진 결론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살아가기위해 누군가가 죽어야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그것이 신의 뜻이라는 것을... 

    내 아들이 빛을 보기위해서 누군가의 아들이 빛을 잃어야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그것을 하리라는 것을... 

     저는 못난 아비의 비참한 운명이 아들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을 원치않습니다.

     또한, 당신도 당신 아이가 빛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을테지요. 

    제게는 약간의 빛이 맘속에서 꺼지지않고 있습니다. 

    부디 이 선량한 빛이 꺼지기 전에 두 아이에게 빛을 주길바랍니다. 

    세상에 대한 제 증오가 당신의 아이의 눈에 전해지지 않길 빕니다.

     0000년 00월 00일 00시, 000공원에 쓰레기통에 0000만원을 넣어주세요. 

    그 쓰레기통에 제 아이의 빛이 있길 아름다운 기도를 하고, 처참하게 협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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