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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굶주린상상력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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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124
    작성자 : 굶주린상상력
    추천 : 29
    조회수 : 2458
    IP : 203.84.***.113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6/08/19 08: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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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내 소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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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소원은

     

     

    내 소원은~!”

     

    별똥별이 사라졌다.

    유성우가 쏟아지는 우주쇼가 펼쳐질 것이라는 TV의 헛소리를 너무 믿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그날의 하늘은 달도 가끔 모습을 감출 정도로 흐렸다. 과학적으로 공인받은 유일한 예언자인 기상청의 신탁은 무참히 빗나갔다.

     

    제기랄. 오늘 밤은 날이 맑을 거라며.”

     

    남자는 간절한 소원을 품고 별똥별을 찾았지만 별똥별들은 남자의 소망을 무시하듯 간헐적인 깜박임만 보여줄 뿐이었다.

    남자의 이성 속 아주 깊은 속에 희미하게 살아있는 양심은, 남자가 별똥별 500개에다 소원을 빌어도, 스스로 그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기 전에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남자의 감성 속에 엄청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노는 이를 악다물며 소리쳤다.

     

    더 이상 어떻게 노력하라고!”

     

    신장 171cm, 체중 102kg.

    별똥별도 눈이 있다면 남자가 소원을 소리치지 않아도 그 소원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볼 것이다. 물론 남자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빌어본다는 멍청한 시도를 하기 전에 많은 노력을 시도해 보았다.

     

    먹을 것을 줄였다. 골다공증과 부종이라는 병이 생겨 몸이 더 부풀었다.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 체중이 조금 줄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방이 더욱 늘어나 풍만한 D컵의 유방을 가지게 되었다.

    기겁해서 병원을 갔다.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남자의 몸속에는 여성 호르몬이 날뛰고 있고, 어째서인지 격렬한 운동은 그 호르몬에 자극이 되는 희귀한 체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이 많이 담겨있는 근육을 함부로 빼서도 안되니 운동은 계속 하란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병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운동량을 늘였다. 그리고 지금 남자는 두꺼운 지방 밑에 두꺼운 근육을 갖춘 완전체가 되었다. 의사는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호르몬의 분비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호르몬 분비의 치료의 기간을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으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진행하자고 한다. 그러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당시 남자의 나이는 벌써 37. 남자의 인생 364개월과 남자가 연애를 하지 못한 기간은 정확히 일치한다. 모태 솔로 37. 이와 같은 처지를 고루 갖춘 상황에서 발작하기 딱 좋은 나이다.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남자는 결국 수상쩍은 민간요법, 수상쩍은 약물, 수상쩍은 인터넷 조언, 수상쩍은 종교, 수상쩍은 미신을 모조리 섭렵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태솔로 38세에 마이너스 통장을 새 아이템으로 장착하여 그의 완전체 상태를 레벨업 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별똥별을 향해 소원을 비는 것이 남자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이다.

     

    내 소원은……! 내 소원……! 살이 빠지게……. 살이……. 몸짱……. 살이……. ……. ! 살이라고! 아오, 빡쳐!”

     

    그러나 차가운 우주의 잔혹한 별똥별은 남자의 간절한 외침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자가 그 이상한 불빛을 발견한 것은 다 집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 치킨에 맥주나 마시자고 결정한 직후였다.

     

    뭐냐?”

     

    그 별똥별의 유영은 길었다. 보통 2~3초면 사라지는 다른 별똥별들과는 달리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아름다운 빛꼬리는 오래 도록 이어졌다. 별똥별은 원래 지구로 추락하는 돌덩어리가 마지막으로 제 몸을 불사르는 찰나의 섬광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저 빛의 머리는 불길한 선을 계속 그리고 있었다. 유성우를 구경하려던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는 동네 뒷산.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봤다면 감탄을 하든지 경계를 하든지 반응이 있어야 할 터인데, 아무도 그 특이한 별똥별에는 주의를 주지 않았다.

    남자가 당황하는 동안 그 빛은 지상을 향해 빠르게 흘러내려왔다. 그리고 남자의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정신을 차린 남자는 새하얗게 빛나는 벽으로 이루어진 방속에서, 돌로 만든 테이블위에 자신이 벌거벗은 채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잠시 후 심장, 횡격막, 허파 그리고 목 위의 머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추가로 깨달았다.

     

    이게 무슨……. 뭐야 이거. 아무도 없어요! 사람 살려!”

     

    예상외로 남자의 외침에 금세 대답이 들려 왔다.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여섯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뭐야? 당신 누구야? 여기 어디야? 나에게 무슨 짓을 했어?”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여섯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이게 뭐냐고? 야 이 미X놈이 나를 어떻게 한 거야?”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여섯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남자의 악다구니는 거의 30여 분간 이어졌다. 남자의 피가 섞인 외침에 차분한 느낌의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똑같은 말로 대답했다.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여섯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입안이 바짝 말라 혀가 뻣뻣해진 남자는 기운 빠진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다 집어치우고 물이나 마시게 해줘.”

     

    남자의 얼굴에 물이 쏟아 졌다.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압도적인 물줄기에 남자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다섯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소원이고 나발이고 이대로 가면 익사할 것이 분명하다는 공포감에 남자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만! 그만, 물을 멈춰!”

     

    물이 멈췄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네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정신없는 물벼락에 오히려 제정신을 찾게 된 남자는 이제야 겨우 목소리의 내용에 집중하게 되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어. 외계인에게 납치되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무슨 4차원세계에 빠지기라도 한 거야? 그런데 소원? 처음에는 여섯 가지 소원이던 것이 물을 주고 물을 치워주고 하더니 네 가지로 줄었어. 이거 진짜야? , 모르겠네. 하지만 진짜라면? 에라, 밑져야 본전이다.’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네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 그러니까 체중. 내 몸무게를 줄여줘. 70kg 정도가 되면 딱 좋겠어.”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세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소원의 개수가 또 줄었다. 남자는 뻣뻣해진 자신의 목을 들어,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필사적으로 몸을 바라봤다. 하지만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과 둥그런 배는 여전했다.

    의혹에 찬 눈길로 자신의 몸을 살피던 남자는 잠시 후 허파가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팔다리가 깨끗하게 사라진 것이다.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세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남자는 계속 비명을 질렀다. 팔다리가 사라진 남자의 체중은 아마도 70kg쯤 될 것이다. 하지만 이따위 다이어트를 원하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다시 붙여놔. 내 팔다리 붙여 놓으라고!”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두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발광하던 남자는 어느새 자신의 사지가 온전히 붙어있음을 깨달았다. 상당히 시간이 흘러 겨우 정신을 수습한 남자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것은 진짜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빌어먹을 살들과 작별을 할 수 있다고. 침착하자. 저 놈인지 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소원을 이루어 주는 저것은 융통성이 전혀 없어. 소원은 두 가지 남았다. 침착하고 확실하게 소원을 빌어야해.’

     

    이봐. 내 장기나 신체 일부를 떼어내거나 하지 말고, 몸에 비해 팔다리의 비율을 줄이거나 하는 것도 하지 말고, 아프지 않게 그리고 안전하게 내 체중을 70kg으로 줄여줘.”

     

    소원을 말하세요. 당신의 소원 한 가지를 이루어 드립니다.”

     

    남자는 기겁하며 자신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팔다리는 무사했다. 하지만 젖가슴과 배는 여전했다. 도대체 이번에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던 남자는 자신이 아니라 주변이 조금 변한 것이 느껴졌다. 방이 넓어졌다. 그리고 남자가 누워 있던 돌테이블이 커졌다. 남자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몸이 통째로 쪼그라든 것이다. 지금 남자의 신장은 대략 50cm 정도로 줄어든 듯 했다.

    남자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말할 뻔 했다. 하지만 남은 소원은 하나. 남자는 초인적인 자제력을 발휘하며 가까스로 입을 닫았다.

    남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오랜 시간동안 생각한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188cm, 체중 88kg, 체지방률 8%, 평균보다 30% 뛰어난 골밀도, 평균보다 50% 강한 면역력과, 질병 없이 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유지되는 신체 기관,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 저항력, 탈모없이 유지되는 머리카락, 앞으로 100년 동안의 지속되는 수명,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지속되는 모든 신체의 건강, 그리고 현대 인류의 미의식으로 판단되는 아름다운 남성의 얼굴을 가진 육체로 만들면서 나의 기억과 정신상태에는 아무런 변화를 가하지 않는 것이 내 소원이야.”

    이제 소원을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모두 소진 되었습니다.”

     

    마침내 남자가 의도한데로 소원이 이루어졌다. 남자는 조각상 같이 완벽한 자신의 몸을 보며 환의의 비명을 질렀다. 얼굴은? 아마도 완벽할 것이다. 거울을 보고 싶다. 그리고 자신을 비웃던 사람들에게 이 멋진 몸을 과시하고 싶었다.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

     

    어이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마워. 이제 만족했으니까. 날 돌려 보내줘.”

     

    이제 소원을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모두 소진 되었습니다.”

    출처 http://www.jooc.kr/contest/note.detail.html?nn=100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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