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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410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1746
    IP : 46.101.***.22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6/08 20:49:55
    http://todayhumor.com/?panic_88410 모바일
    [오컬트학] 허전함
    허전함

    몇 년 전에 부모님이 일 때문에 장기로 출장가시게 되어 삼촌 집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
    숙모는 물론 중 3짜리 사촌 동생이 반갑게 맞아주기도 해서,
    넓은 집에서 같이 게임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처음 온 날 저녁 식사 준비를 도와드리다가, 젓가락과 컵을 놓고 있었는데
    "글쓴아, 컵이 하나 많은데?"라고 하셨다.
    그래서 잘 보니 수저와 접시도 4명 걸 내놔야 했는데 5개씩 꺼내놨었다.
    내가 멍청해서 실수했구나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와서 삼촌 댁 현관을 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숙모와 사촌동생, 삼촌 구두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누군가 한 사람 구두가 없네? 하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내 구두를 그렇게 생각하나 했지만, 다른 사람 구두와 같이 두어봤는데
    여전히 뭔가 허전했다.
    게다가 그날도, 다음날 아침, 저녁 모두 어제처럼 식기를 한 사람분 더 놓는 실수를 했다.
    처음엔 내가 피곤해서 자꾸 이러나 했지만, 매번 이러니 이상했다.

    신세진 지 나흘 째 되는 날, 밤에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서 깼다.
    옆 침대를 보니 사촌 동생이 자고 있길래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복도를 걸어, 화장실 문을 보니 틈에서 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누가 화장실에 있구나 하며 똑똑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도 누가 똑똑했다.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서 잠시 기다렸다.
    삼촌이나 숙모 중 누군가가 있나 보다 했다.
    그런데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복도를 지나 삼촌이 오셨다.

    "숙모가 안에 계신가 봐요"라고 했더니
    "집사람은 내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라고 의아하단 표정으로 삼촌이 말했다.
    "네? 그런데 지금 누가 안에 있는데요?"
    당황해서 화장실 문을 보니, 틈새로 새어나오던 불빛이 꺼져 있었다.
    소름이 쫙 돋아서, 손잡이를 돌려보니 스르륵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누가 있었다고 했지만, 삼촌은 기분 나빠하며 못 들은 체 하셨다.
    "동아리 활동 때문에 피곤한가 보구나. 얼른 자렴"이라고 하셨다.

    그일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한 달이 지나 삼촌댁에서 나올때까지
    삼촌네 구두나 옷, 식기 수를 보며 뭔가 허전한 느낌을 종종 받았다.


    그 후, 정월 초하룻날 삼촌과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니 나온 말인데,
    숙모가 예전에 사촌 동생을 낳기 전에 임신한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 아이는 출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낙태했는데
    그 후 숙모는 사촌동생을 임신하기 전까지, 그 아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느낀 허전함이 어쩌면 그게 아닌가 하고
    괜시리 무서워서 삼촌에게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 아이는 아직도 삼촌 네 식구와 함께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0473695.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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