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방법</b></div> <div><br></div> <div>이건 삼촌이 영국에 사실 때, 영국 현지인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이다.</div> <div><br></div> <div>어느 청년이 살았다.</div> <div>학생이고, 같은 학년에 여자친구가 있었다.</div> <div>매우 사이가 좋았고, 서로 졸업하면 결혼하자고 약속까지 했었다.</div> <div>그런데 어느 날 불행이 닥쳤다.</div> <div>여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div> <div>여자친구는 걷고 있었는데, 운전하던 사람이 한눈팔며 운전해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였다.</div> <div>그는 병원으로 달려갔다.</div> <div>사인은 뇌 좌상이었고, 마치 잠이 든 것 같은 깨끗한 상태였다고 한다.</div> <div>그는 비탄에 빠져, 절망했다.</div> <div>장례식은 그녀의 유족과 함께 슬픔 속에 거행되었다.</div> <div><br></div> <div>그 후 그는 마치 껍데기만 남은 듯 했다.</div> <div>학교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div> <div>그녀와 같이 살던 낡은 아파트에 칩거하여 지냈다.</div> <div>그녀와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는지</div> <div>거실, 부엌, 욕실, 현관, 침실, 화장실까지</div> <div>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두고, 언제든 볼 수 있게 해두었다.</div> <div>그렇게 지내는 그를 걱정한 친구들이 종종 찾아와 위로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div> <div>2층에 있는 바로 윗방은 교회였는데,</div> <div>비교적 젊은 신부님은 그와 친했기 때문에 격려해주곤 하셨지만 역시 효과는 없었다.</div> <div>매일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식사를 하고, 그저 그녀의 사진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div> <div><br></div> <div>어느 날.</div> <div>갑자기 그가 어릴 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div> <div><br></div> <div>"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어"</div> <div><br></div> <div>그 방법이란</div> <div>｢시간은 새벽 2시 전후가 좋다.</div> <div> 우선 만나고 싶은 죽은 사람을 떠올린다.</div> <div> 그 죽은 사람의 유품이 있다면 더욱 좋다.</div> <div> 집 문을 열어 둘 것. 단, 현관 등의 문단속은 확실히 하여 모두 잠그어둘 것.</div> <div> 유품을 가슴에 안고, 방의 불은 끄고 초 하나를 켜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div> <div> 그리고 죽은 사람이 무덤에서 나오는 장면을 상상한다. 생전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div> <div> 죽은 사람은 천천히..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걸어오는 것을 상상한다.</div> <div>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리고 문을 지나, 현관 앞에 서는 장면을 상상한다｣</div> <div><br></div> <div>상상은 거기까지 하고,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은</div> <div><br></div> <div>｢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절 대 로 집 안 에 들 이 지 말 것｣</div> <div><br></div> <div>이었다. 문 너머에서만 말을 나눌 수 있다는 슬픈 일이긴 하지만, 그게 규칙이라고 한다.</div> <div>청년은 막연히 그 일이 떠올랐다.</div> <div>보고 싶다.</div> <div>이것이 미신이건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건 한 번 더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div> <div>미신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행여 "그녀와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 수 있다면"</div> <div>얼마나 마음이 충만해질까.</div> <div>그렇게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실행해보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새벽 2시가 조금 안 된 시각.</div> <div>오토 락 같은 건 없으니, 아파트 문을 열어 두었다.</div> <div>생전에 그녀가 좋아하던 원피스를 가슴에 품고,</div> <div>방의 불을 끄고 촛불을 켰다.</div> <div>그리고 그녀의 "부활"을 상상했다.</div> <div>아파트는 노화가 많이 되어, 위에 있는 교회(그의 방 천정)에서 물이 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div> <div>똑… 똑… 그의 방 어딘가에 물이 새고 있는 것 같다.</div> <div>그런 건 상관 없이… 집중해야지…</div> <div>생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녀가 미소지으며… 방에 티타임을 보내러 오는…</div> <div><br></div> <div>똑똑 똑똑</div> <div><br></div> <div>헉 하고 눈이 떠졌다.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똑똑똑똑</div> <div><br></div> <div>무슨 소리지…? 옆집 사람인가? 야행성 인간이니까 시끄..</div> <div><br></div> <div>똑 똑!! ㅋ똑 똑!!</div> <div><br></div> <div>…아니다. 내 방 현관을 누군가가 노크하고 있다.</div> <div>시계를 보니 새벽 2시 50분이었다.</div> <div>이 시각에 친구…가 왔을 리가 없다.</div> <div>…설마. 식은 땀이 이마를 흘러갔다.</div> <div>초를 손에 들고, 살금 살금 현관으로 갔다. 노크 소리가 그쳤다.</div> <div><br></div> <div>- 누구세요?</div> <div><br></div> <div>답이 없었다.</div> <div><br></div> <div>- 너, ○○니?</div> <div><br></div> <div>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는데 역시 답이 없었다.</div> <div>살금살금 현관문의 구멍을 통해 보았다.</div> <div>긴 머리의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누군가 있어!</div> <div><br></div> <div>- ○○라면 제발 대답해 줘…</div> <div><br></div> <div>청년은 눈물이 찼다. 즐거운 추억이 떠올랐다.</div> <div><br></div> <div>- 추워…</div> <div><br></div> <div>문득 여자가 입을 뗐다. 그녀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div> <div><br></div> <div>- 추워… 들어가게 해줘… ●●야</div> <div><br></div> <div>그녀는 청년의 이름을 불렀다.</div> <div>눈물이 멎지 않았다.</div> <div>안아주고 싶었다!</div> <div>청년은 규칙을 잊은 채 문을 열었다.</div> <div>여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뒤를 본 채로 집에 들어왔다.</div> <div>청년이 얼굴을 보려 했지만, 긴 머리를 늘어뜨려 고개를 숙인 채 등만을 보였다.</div> <div>청년이 다가가려고 하면 거리를 두었다.</div> <div><br></div> <div>- 일단 침대에 앉아…</div> <div><br></div> <div>청년이 말하자,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침대에 앉았다.</div> <div>하지만 이 냄새는…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났다.</div> <div>그녀가 걸어간 곳에도 진흙 같은 것이 바닥에 묻어 있었다.</div> <div>하지만 그녀는 분명 여자친구이다.</div> <div>이야기를 한가득 나누고 싶어.</div> <div>죽은 자에게 차를 대접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두 사람 분의 홍차를 타서 그녀 옆에 앉았다.</div> <div>초를 탁자 위에 두고, 청년은 이야기를 했ㄷ.</div> <div>죽었을 때 아프진 않았는지, 생전에 둘이 쌓은 추억,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div> <div>한 시간은 혼자서만 떠들었던 것 같다.</div> <div>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있었다.</div> <div>이윽고 촛불이 초를 모두 녹일 것 같아, 새 초를 꺼내기로 했다.</div> <div>불을 붙여 그녀를 비추었다.</div> <div><br></div> <div>…이상하다.</div> <div>원피스 오른쪽 어깨에 뱀 문신이 보인다.</div> <div>그녀는 문신 같은 건 한 적이 없었다.</div> <div>발치를 비추었다.</div> <div>오른쪽 발목에도 하트에 화살이 박혀 있는 문신이 있었다.</div> <div>아니, 그것보다 흑발…? 그녀는 금발이었다….</div> <div>형용할 수 없는 오한이 들었다.</div> <div>누구지…?! 불을 켜려고 한 그 순간 여자가 엄청난 속력으로 일어나 청년의 팔을 잡았다.</div> <div>썩은 내. 여자가 천천이 얼굴을 들자, 촛불 속에서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떠올랐다.</div> <div><br></div> <div>중앙이 함몰된 얼굴. 맞닿아 만든 그림처럼 양 눈이 중앙에 모여 있었다.</div> <div>윗입술은 뭉개지고, 잇몸이 드러나 있었다. 튀어나와 있는 혀.</div> <div>청년은 영혼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엄청난 힘으로 청년의 팔을 옥죄었다.</div> <div>여자가 무언가 중얼거렸다.</div> <div>영어가 아니었다….</div> <div>런던의 차이나타운에서 들은 것 같은…</div> <div>설마…!! 그녀를 친 사람은, 영국에 사는 중국인 여자라고 들었다…</div> <div>그녀도 즉사했었다… 이 여자인가?!</div> <div>이러다 살해 당하겠어!</div> <div><br></div> <div>청년은 그렇게 생각이 들었고, 여자의 턱이 떨어질 것 같은 입을 크게 열던 그 순간</div> <div>커다란 번개가 치는 듯한 그런 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치며 천장이 무너졌다.</div> <div>그녀는 위를 올려다보고, 청년은 그 틈에 뒤로 뛰어갔다.</div> <div>무너저 떨어지는 파편과 함께 대량의 물이 흘러들어왔다.</div> <div>그녀는 캬악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파편과 물에 묻혀 사라졌다.</div> <div>천장 일부만 붕괴하고 끝이 난 것 같았다.</div> <div>청년이 넋이 나가 멍하니 서 있자 위에서 파자마 차림의 젊은 신부가</div> <div>놀란 표정으로 구멍을 내려다보았다.</div> <div><br></div> <div>그 후 아파트는 소방관, 경찰관, 야밤의 큰 소리에 놀라 깬 구경꾼들로 시끌시끌해졌다.</div> <div>조사 결과, 신부의 교회 겸 자택의 욕조와 아래 바닥이 부식하여 무너졌다고 한다.</div> <div>하지만 부식하긴 했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바닥 째로 부숴질 정도의 부식은 아니었다는 점에</div> <div>경찰관과 소방관 모두 이상히 여겼다.</div> <div>게다가 신부님은 한 달에 한 번, 성수로 목욕을 했다.</div> <div>그 날, 욕조에 들어 있었던 물은 성수였다고 한다.</div> <div>청년은 여자에 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파편 속에도 아무도 없었다.</div> <div>다만, 피가 섞인 진흙 같은 것이 일부 발견되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청년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div> <div>온 집에 두었던 여자친구 사진 액자가,</div> <div>모두 침실에 모여져 있었다.</div> <div>마치 침대를 원으로 둘러싸듯이.</div> <div>청년은 방을 들여다보는 구경꾼 중에 미소지으며 서 있는 여자친구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