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스무살</b></div> <div><br></div> <div>스무살 때, 아침에 정원에 물 주기를 하다가 호스에 걸려서 넘어지는 바람에</div> <div>옆에 있던 화분을 두는 받침대에 가슴을 세게 부딪혔다.</div> <div>소리조차 안 나올 정도로 엄청 아파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더니</div> <div>점점 땀이 흥건하게 나오다가 조금 안정되니 의식이 아득해졌다.</div> <div>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졌고, 집 안에 있었다.</div> <div>그런데 집 안은 집 안인데, 우리 집이 아니었다.</div> <div>다른 사람 집인 것 같은 냄새가 났고, 나는 처음 보는 옷을 입고서 넓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div> <div>응? 뭐지? 누가 데려왔나?? 생각하고 있는데</div> <div>인형을 든 어린 소녀가 오더니 "같이 놀자"라고 말했다.</div> <div><br></div> <div>깜짝 놀라긴 했는데 "엄마는?"하고 물어보니 "엄마도 같이 놀고 싶어"라고 했다.</div> <div>어쩌지 하고 난감해하는데 어른은 안 계시나 물어보려고</div> <div>아이 손을 잡고 집 안을 둘러보다가 화장실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div> <div>나는 일반적인 몸매에 좀 튀는 복장이었는데, 까맣고 자연스럽게 묶은 머리에 약간 늙었고 말라 있었다.</div> <div>아주 오랫동안 거울을 봤던 것 같다.</div> <div>달력을 봤더니 물주건 그날로부터 딱 5년 흘러 있었다.</div> <div>그 여자아이는 내 아이였다.</div> <div>집에 전화했더니 "무슨 일 있니? 어제 거기 갈 걸 그랬나"라는 말을 하시길래</div> <div>무서워서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div> <div>남편인 것 같은 사람이 돌아와서 그 날은 외식했는데, 내 상태가 이상해서인지 엄청 신경 써주었다.</div> <div>의식을 잃은 사이에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전혀 아무 기억도 없다.</div> <div><br></div> <div>그 후 일 년 조금 더 지났는데, 아직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