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도청</b></div> <div><br></div> <div>나는 작년 초까지 행사 도우미, 나레이터 모델을 했다.</div> <div>(지금은 저쪽 업계에 진절머리가 나서, 매일 쌩얼로 다니는 평범한 오타쿠징어)</div> <div>그때 같이 일하던 애 맨션(원룸, 3층)이 어느 날 빈집털이에 당했다.</div> <div>그런데 창문 걸쇠가 부숴지고 침입한 흔적은 있지만,</div> <div>없어진 게 없어서 경찰도 이상하다고 했다.</div> <div><br></div> <div>삼 개월 정도 지났을 때, 빈집털이 범인이 자수했다고 한다.</div> <div>그리고 범인이 그 친구 방에 도청기를 달아놓은 것이 발각되어 회수했다.</div> <div><br></div> <div>여러 서류 수속을 밟고 있는데, 범인의 친족이 사과하는 편지를 보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친족이 보내온 편지와 경찰 이야기를 정리해보면,</span></div> <div>·범인은 맞은 편 맨션에 사는 사람이고, 베란다에 널린 빨래를 봐서 젊은 여자이고 혼자 산다고 판단</div> <div>·애시당초 빈집털이가 아닌, 도청이 목적 (그런 성벽이 있었다고 한다...)</div> <div>·하지만 도청을 듣기 시작했더니, 가끔 아기 울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div> <div>·그 울음 소리가 나날이 커져가는데, 아기가 있는 것 같진 않다(물론 애도 없고, 혼자 자취)</div> <div>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여자가 도청기 옆에서 소근거리는 소리와,</div> <div>아이 울음소리가 정기적으로 들릴 뿐...</div> <div>결국 아이를 안은 여자가 나오는 꿈까지 꾸는 지경이 되어서 겁을 먹고 자수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나는 "그거 혹시 수호령 아냐!?" 하고 두근두근했는데</div> <div>그 아이가 부동산에 가서 끈질기게 물어봤더니</div> <div>전에 그 방에 살던 싱글맘과 아이가 가재도구를 그대로 둔 채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div> <div>친구는 한동안 내 방에서 지내다가 바로 이사하고, 지금은 레이싱걸이다.</div> <div>거짓말 같겠지만 진짜 있었던 이야기이고,</div> <div>덧붙여서 소부선 길가에 있는 아담한 맨션이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