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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855
    작성자 : song
    추천 : 14
    조회수 : 1813
    IP : 118.38.***.23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0/07 10:41:40
    http://todayhumor.com/?panic_101855 모바일
    누나의 죽음
    옵션
    • 펌글
    <p> <br></p> <p>고등학교 2학년 여름, 누나가 죽었다.</p> <p> <br></p> <p>21살이었다.</p> <p> <br></p> <p>자취를 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p> <p> <br></p> <p> <br></p> <p> <br></p> <p>동기는 불명이었다.</p> <p> <br></p> <p>가족 중에서도 누나와 특히 친했던 나조차 자살의 원인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p> <p> <br></p> <p>장례식 다음날, 누나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어머니는 누나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둘이서 말도 없이 묵묵히 일했기 때문에, 저녁 즈음에는 대부분의 짐을 상자에 채워넣었다.</p> <p> <br></p> <p>우리는 그것을 현관 앞에 쌓아 올리고 집으로 돌아왔다.</p> <p> <br></p> <p>저녁 식사 후 누나 방에 핸드폰을 놓고 온 것을 알아차린 나는 혼자 집을 나섰다.</p> <p> <br></p> <p> <br></p> <p> <br></p> <p>시간은 밤 9시 즈음.</p> <p> <br></p> <p>아파트는 집에서 자전거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p> <p> <br></p> <p>방에 들어가 불을 켜자 휴대폰이 눈에 보였다.</p> <p> <br></p> <p> <br></p> <p> <br></p> <p>바닥 한복판에 떨어져 있다.</p> <p> <br></p> <p>허리를 굽혀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전화 벨이 울렸다.</p> <p> <br></p> <p>내 휴대폰의 벨소리는 아니다.</p> <p> <br></p> <p> <br></p> <p> <br></p> <p>주위를 돌아보니 탁자 위에 있는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p> <p> <br></p> <p>순간 망설였지만,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p> <p> <br></p> <p>[여보세요...?]</p> <p> <br></p> <p> <br></p> <p> <br></p> <p>처음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p> <p> <br></p> <p>그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들린다.</p> <p> <br></p> <p>마치 전파 상태가 나쁜 휴대폰에서 건 전화 같다.</p> <p> <br></p> <p> <br></p> <p> <br></p> <p>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 <p> <br></p> <p>과연 잠시 그대로 있자 잡음 사이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왔다.</p> <p> <br></p> <p>[누구세요?]</p> <p> <br></p> <p> <br></p> <p> <br></p> <p>대답은 없었다.</p> <p> <br></p> <p>단지, 숨결이 조금 거칠어 진 느낌이 들었다.</p> <p> <br></p> <p>그것을 배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린다.</p> <p> <br></p> <p> <br></p> <p> <br></p> <p>그리고 잡음에 묻힌채 [...킥...킥킥...] 하고 작게 서로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p> <p> <br></p> <p>갑자기 오싹함이 느껴졌다.</p> <p> <br></p> <p>등에 한기가 서린다.</p> <p> <br></p> <p> <br></p> <p> <br></p> <p>뜨뜻미지근한 공기가 목덜미 부근에 느껴진다.</p> <p> <br></p> <p>분명 창문은 닫혀 있는데...</p> <p> <br></p> <p>[여보세요?]</p> <p> <br></p> <p> <br></p> <p> <br></p> <p>발 밑이 급격하게 차가워 진다.</p> <p> <br></p> <p>발목 아래가 찬 물에 잠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p> <p> <br></p> <p>방에는 밝게 불이 켜져 있고 바깥에서는 큰 길을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리는데도 무서웠다.</p> <p> <br></p> <p> <br></p> <p> <br></p> <p>문득, 벽에 코드 구멍에 눈이 갔다.</p> <p> <br></p> <p>콘센트와 전화선 모두 아무 것도 꽂혀 있지 않다.</p> <p> <br></p> <p>전화선은 탁자에서 바닥으로 그저 널부러져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수화기 저 편에서 소리가 났다.</p> <p> <br></p> <p>[뒤.]</p> <p> <br></p> <p>분명히 어느 여자의 목소리였다.</p> <p> <br></p> <p> <br></p> <p> <br></p> <p>그것이 누나의 목소리였던지는 잘 모르겠다.</p> <p> <br></p> <p>그렇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p> <p> <br></p> <p>...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p> <p> <br></p> <p> <br></p> <p> <br></p> <p>뒤에 무엇인가 있다는 낌새가 느껴진다.</p> <p> <br></p> <p>수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p> <p> <br></p> <p>온 몸이 경직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p> <p> <br></p> <p> <br></p> <p> <br></p> <p>지금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p> <p> <br></p> <p>본능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p> <p> <br></p> <p>[...킥킥...킥...]</p> <p> <br></p> <p> <br></p> <p> <br></p> <p>어디서인가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p> <p> <br></p> <p>그것은 전화에서 들려오는 것인가, 아니면 방 안에서 들리는 것인가.</p> <p> <br></p> <p>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p> <p> <br></p> <p> <br></p> <p> <br></p> <p>발 밑의 냉기가 수면처럼 물결치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졌다.</p> <p> <br></p> <p>[누...나?]</p> <p> <br></p> <p>나는 겨우 그 말을 짜냈다.</p> <p> <br></p> <p> <br></p> <p> <br></p> <p>순간 웃음 소리가 그쳤다.</p> <p> <br></p> <p>그리고 잠시 조용하더니 [아하하하하하하...] 하고 요란스러운 웃음 소리가 퍼졌다.</p> <p> <br></p> <p>발 밑의 냉기는 미끈미끈하게 꿈틀거리다 끈끈한 젤리 같은 감촉을 남기고 사라졌다.</p> <p> <br></p> <p> <br></p> <p> <br></p> <p>등 뒤의 존재감이 점차 엷어진다.</p> <p> <br></p> <p>[하하하하하하하하하...]</p> <p> <br></p> <p>갑자기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p> <p> <br></p> <p> <br></p> <p> <br></p> <p>그리고 아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p> <p> <br></p> <p>그 직전 웃음 소리 너머 여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p> <p> <br></p> <p>숨이 끊어질 것 같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p> <p> <br></p> <p> <br></p> <p> <br></p> <p>[...바보...]</p> <p> <br></p> <p>서서히 온 몸의 힘이 빠지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p> <p> <br></p> <p>당분간은 그대로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p> <p> <br></p> <p> <br></p> <p> <br></p> <p>드디어 안도감이 서서히 느껴질 무렵, 또 전화가 울렸다.</p> <p> <br></p> <p>순간 깜짝 놀라 일어섰지만, 내 휴대폰 벨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p> <p> <br></p> <p>나는 전화를 받았다.</p> <p> <br></p> <p> <br></p> <p> <br></p> <p>어머니의 전화였다.</p> <p> <br></p> <p>[빨리 돌아오렴!]</p> <p> <br></p> <p>목소리 뿐이었지만 어머니는 대단히 허둥대고 계셨다.</p> <p> <br></p> <p> <br></p> <p> <br></p> <p>누나의 영정 사진이 시커매졌다는 것이었다.</p> <p> <br></p> <p>[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방에 갔더니... 아까까지 멀쩡했었는데...]</p> <p> <br></p> <p>나는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방 문을 열었다.</p> <p> <br></p> <p> <br></p> <p> <br></p> <p>[바-보.]</p> <p> <br></p> <p>이번에는 확실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p> <p> <br></p> <p> <br></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329?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329?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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