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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855
    작성자 : song
    추천 : 14
    조회수 : 1812
    IP : 118.38.***.23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0/07 10:41:40
    http://todayhumor.com/?panic_101855 모바일
    누나의 죽음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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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누나가 죽었다.


    21살이었다.


    자취를 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




    동기는 불명이었다.


    가족 중에서도 누나와 특히 친했던 나조차 자살의 원인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장례식 다음날, 누나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어머니는 누나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둘이서 말도 없이 묵묵히 일했기 때문에, 저녁 즈음에는 대부분의 짐을 상자에 채워넣었다.


    우리는 그것을 현관 앞에 쌓아 올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 후 누나 방에 핸드폰을 놓고 온 것을 알아차린 나는 혼자 집을 나섰다.




    시간은 밤 9시 즈음.


    아파트는 집에서 자전거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켜자 휴대폰이 눈에 보였다.




    바닥 한복판에 떨어져 있다.


    허리를 굽혀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전화 벨이 울렸다.


    내 휴대폰의 벨소리는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탁자 위에 있는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순간 망설였지만,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마치 전파 상태가 나쁜 휴대폰에서 건 전화 같다.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잠시 그대로 있자 잡음 사이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대답은 없었다.


    단지, 숨결이 조금 거칠어 진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배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잡음에 묻힌채 [...킥...킥킥...] 하고 작게 서로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갑자기 오싹함이 느껴졌다.


    등에 한기가 서린다.




    뜨뜻미지근한 공기가 목덜미 부근에 느껴진다.


    분명 창문은 닫혀 있는데...


    [여보세요?]




    발 밑이 급격하게 차가워 진다.


    발목 아래가 찬 물에 잠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에는 밝게 불이 켜져 있고 바깥에서는 큰 길을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리는데도 무서웠다.




    문득, 벽에 코드 구멍에 눈이 갔다.


    콘센트와 전화선 모두 아무 것도 꽂혀 있지 않다.


    전화선은 탁자에서 바닥으로 그저 널부러져 있었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수화기 저 편에서 소리가 났다.


    [뒤.]


    분명히 어느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누나의 목소리였던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뒤에 무엇인가 있다는 낌새가 느껴진다.


    수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온 몸이 경직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지금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


    본능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킥킥...킥...]




    어디서인가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전화에서 들려오는 것인가, 아니면 방 안에서 들리는 것인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발 밑의 냉기가 수면처럼 물결치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졌다.


    [누...나?]


    나는 겨우 그 말을 짜냈다.




    순간 웃음 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잠시 조용하더니 [아하하하하하하...] 하고 요란스러운 웃음 소리가 퍼졌다.


    발 밑의 냉기는 미끈미끈하게 꿈틀거리다 끈끈한 젤리 같은 감촉을 남기고 사라졌다.




    등 뒤의 존재감이 점차 엷어진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그리고 아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직전 웃음 소리 너머 여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




    [...바보...]


    서서히 온 몸의 힘이 빠지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당분간은 그대로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드디어 안도감이 서서히 느껴질 무렵, 또 전화가 울렸다.


    순간 깜짝 놀라 일어섰지만, 내 휴대폰 벨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의 전화였다.


    [빨리 돌아오렴!]


    목소리 뿐이었지만 어머니는 대단히 허둥대고 계셨다.




    누나의 영정 사진이 시커매졌다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방에 갔더니... 아까까지 멀쩡했었는데...]


    나는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방 문을 열었다.




    [바-보.]


    이번에는 확실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329?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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