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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169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23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4/25 19:51:43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699 모바일
    [BGM] 나 돌아갈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문재, 도보순례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2.jpg

     

    양성우, 하루가 천날 같아도




    네 마음이 너무나도 어둡구나

    네 가슴을 돌같이 누르고

    네 눈을 구름같이 가리는 것이

    많으니

    네 마음이 몹시 무겁고

    숲처럼 아직도 그늘이 깊구나

    사는 것 같지도 않은 네 삶속에서

    겹으로 쌓인 가시 위에

    날마다 거듭하여 네 몸을 던지고

    넋마저 벼랑 끝에 흩날리느냐

    그렇지만 은빛 물결 출렁이는

    눈물의 강에

    네 운명의 작은 배를 띄우지 마라

    한 가닥 거친 바람에

    네 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네 모든 하루가 천날 같아도

     

     

     

     

     

     

    3.jpg

     

    안상학, 벼랑의 나무




    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 많은 가을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할 것이다

     

     

     

     

     

     

    4.jpg

     

    강은교, 빗방울 셋이




    빗방울 셋이 만나더니

    지나온 하늘

    지나온 구름덩이를

    생각하며 분개하더니

    분개하던 빗방울 셋

    서로 몸에 힘을 주더니

    스스로 깨지더니

    침 크고 아름다운

    물방울 하나가 되었다

     

     

     

     

     

     

    5.jpg

     

    강연호, 신발의 꿈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려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짝쯤 뒤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좌우가 바뀌거나 이쪽저쪽 외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얌전히도 줄을 맞추고 있다

    가지런한 침묵이야말로 침묵의 깊이라고

    가지런한 슬픔이야말로 슬픔의 극점이라고

    신발은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부르트도록 끌고온 길이 있었을 것이다

    걷거나 발을 구르면서

    혹은 빈 깡통이나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차면서

    끈을 당겨 조인 결의가 있었을 것이다

    낡고 해어져 저렇게 버려지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내팽개치고 싶은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 그를 완전히 벗어 던졌지만

    신발은 가지런히 제 몸을 추슬러 버티고 있다

    누가 알 것인가, 신발이 언제나

    맨발을 꿈꾸었다는 것을

    아 맨발, 이라는 말의 순결을 꿈꾸었다는 것을

    그러나 신발은 맨발이 아니다

    저 짓밟히고 버려진 신발의 슬픔은 여기서 발원한다

    신발의 벌린 입에 고인 침묵도 이 때문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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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26 10:06:54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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