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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158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58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4/06 18:02:38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585 모바일
    [BGM] 하루 종일 마음에 금이 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건청, 사막에서




    낙타야, 낙타야 목마른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모래 길 먼 길 네가 가는 길

    밤새도록 바람 속에

    산 하나가 쌓인다. 산 너머

    더 큰 산이 가로놓인다.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별도

    없는 사막, 모래 바람 속에

    부동의 자세로 서 있다

    긴 눈썹을 내리깔고 서 있다

    숨도 멈춘 채 꼼짝 못하고 서 있다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2.jpg

     

    이시영, 백로(白露)




    떠도는 것들이 산천에 가득 차서

    거적때기 같은 것으로 서로의 발을

    덮어주며

    잠든 것이 보이고

    잠 못 들어 뒤척이던 인부 둘이서

    두런거리며 그곳을 빠져나와

    어디론지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3.jpg

     

    김광균, 다시 목련




    사월이 오면

    목련은 왜 옛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

    어머님 가신 지 스물네 해

    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잔디잎이 눈을 뜰 때면

    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


    하루아침엔 날이 흐리고

    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나리더니

    목련은 한 잎 두 잎 바람에 진다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옛집을 떠나

    내년 이맘때나 또 오시겠지

    지는 꽃잎을 두 손에 받으며

    어머님 가시는 길 울며 가볼까

     

     

     

     

     

     

    4.jpg

     

    정일근, 그 후




    사람 떠나고 침대 방향 바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불과 베개 새것으로 바꾸고

    벽으로 놓던 흰머리 창가로 두고 잔다

    밤새 은현리 바람에 유리창 덜컹거리지만

    나는 그 소리가 있어 잠들고

    그 소리에 잠깬다, 빈방에서

    적막 깊어 아무 소리 들을 수 없다면

    나는 무덤에 갇힌 미라였을 것이다, 내가

    내 손목 긋는 악몽에 몸서리쳤을 것이다

    먹은 것 없어도 저녁마다 체하고

    밤에 혼자 일어나,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바늘로 따며

    내 검은 피 다시 붉어지길 기다린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어 잊고 산다

    어리석어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심하게 흔들렸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5.jpg

     

    김영태, 새




    가까워지다 보면

    다시

    날아가는 새

    하루 종일 마음에 금이 갔다

    할 수 없이 금이 간 곳에

    날아와 정지해 있는 새

    몸 전체가 비어 있는

    이 가을

    나에게 와서 금 긋고

    나같이 조금 망가진 새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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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06 19:48:34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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