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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2180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15
    조회수 : 1220
    IP : 211.48.***.172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9/30 19:52:46
    원글작성시간 : 2004/09/30 02:57:2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2180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24]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23편 재방송



    내일의 작전에 대해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좀 힘든 의뢰라며 한숨을 푹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되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비용이 좀 많이 들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얼마나 듭니까?』


    『200만원은 예상하셔야 합니다.』


    허걱! 200만원이나?


    좋다, 까짓 거 10억에 비하면 벼룩의 간의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일 뿐이다.


    식탁 위에 반짝반짝 거리고 있는 모친의 진주반지와 금목걸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답했다.


    『내일 오전에 입금시켜드리겠습니다.』













    『미국의 총알받이 한미동맹 반대한다! 자이툰부대 파병 즉각 중단하라!』


    『추악한 학살 전쟁 즉각 중단하라!』


    『죽음을 부르는 한미동맹 거부한다!』


    지금 광화문과 종로 일대는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치며 왕복 8차선 도로를 점령한 채 미대사관으로 진입하려는 민주단체, 노동단체, 학생단체들과 도로 중앙에 바리게이트를 치고서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고 있는 수 백 명의 경찰 병력으로 아우성이다.













    이런 와중에, 한 쪽 구석탱이에선 머리에 붉은 띠를 꽁꽁 동여맨 채, 파병 반대 피켓을 몸에 걸치고 격렬하게 1인 시위를 하며 전경 10명과 대치하는 용감한 한 젊은이의 외침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있었다.










    『국민의 목숨보다 더 큰 국익은 없다! 파병을 철회하라!』


    어젯밤 이라크 파병 관련 기사를 훑어보면서 선정한 베스트 파이브 파병반대문구 중 하나였다.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보라 때문에 이벤트 업체에서 대여해준 짝퉁 전경들과 리허설 중인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전투복과 헬멧 방패 등 모든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실제 전경의 모습과 같았다.


    『파병을 철회하라! 철회하라!』


    계속해서 목청 터져라 외쳐댔지만, 내 가냘픈 목소리는 수 천 명의 시민단체 함성에 묻혀 상공 10m도 비행하지 못한 채 꼬꾸라졌고, 시민단체의 화려한 행군을 지켜보던 관중들 중 그 누구하나 뒤통수를 돌려 관심 있게 쳐다봐 주는 선행을 베풀지 않았다.


    으아, 짜증 이빠이다! 국회의사당이나 청와대 가서 시위하지, 왜 이곳에서 남의 1인 시위에 백 태클을 가하냐!


    현 상태를 유지했다가는 보라가 날 못보고 지나칠지도 모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그렇게되면 모든 것이 말짱 도로묵!


    현 시점에서 뭔가 톡톡 튈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설적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자세를 취하는 찰라,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수면 위로 한줄기 섬광처럼 번쩍 떠올랐다.


    마지막 남은 5만원을 털어 전경에게 다가가 조용히 귓불을 두들겼다.


    『아저씨, 확성기 좀 사다주세요.』


    『확성기요?』


    『종로 세운상가 가면 있어요. 빨리요.』


    『지금 차가 엄청 막히는데..』


    『고객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이든 다 한다면서요! 빨리 뛰어갔다 와요!』


    순간, 직업의식을 느꼈는지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헬멧과 방패를 바닥에 던지고는 바람을 가르며 내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불과 20분만에 확성기를 사오는 짝퉁 전경이었다.


    음침한 뒷골목에서 확성기를 받아 다시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국민 여러분~! 미국의 침략전쟁에 절대 동참해선 안됩니다!』


    확성기에서 울려 퍼진 내 우렁찬 목소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굴통을 내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그 수많은 대굴통 사이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보라의 화사한 얼굴이 보였다.


    앗! 드디어 납셨구나!


    나와 대치하고 있는 짝퉁 전경들에게 슬쩍 사인을 보내며 작전개시를 알렸다.


    작전명령을 받은 그들은 헬멧을 가다듬고 방패를 힘껏 들어올리며 방어태세를 갖췄다.


    오늘 나의 작전대로만 NG없이 잘 진행된다면, KTX초고속열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절대 실수하지 말자.


    주먹을 불끈 쥐고 목젖이 터져라 외치며 어제 밤새도록 외워 온 대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많은 거짓 정보들을 조작했습니다! 그리고 죄 없는 이라크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포로들에게 온갖 고문과 강간을 저지르고 살해하며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경제적 이익과 한반도 평화라는...... 그러므로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파병을 막아야 합니다!』


    국회의원 연설 뺨때리는 나의 청산유수와도 같은 우렁찬 언변에 9:1 이었던 뒤통수와 눈알의 비율이 1:9로 대역전승을 이루었다.


    돌려진 눈알들을 응시하며 한 구절씩 힘껏 외쳤다.


    『미국이 이라크 침략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는 애당초 이라크에 존재하지 않았다! 미군은 즉각 철수하라!』


    『이라크 침략은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주유소 습격 사건이다! 미군은 즉각 철수하라!』


    『대한민국은 파병을 즉각 철회하라!』


    강력하게 외치면서 바디랭귀지로 2단계 사인을 알렸고, 신호를 받은 짝퉁 전경들이 내게 달려들어 더 이상 시위를 못하도록 저지했다.


    난 그들을 뿌리치며 계속 외쳤다.


    『파병 철회! 파병 철회!』


    그렇게 몸싸움을 하는 도중 좀 더 과격적인 혁신의 필요성을 깨달은 난, 한 아저씨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좀 더 세게 밀어주세요.』


    아저씨가 알겠다며 내 물컹물컹한 복부에 발길질을 가했고, 난 오버동작으로 바닥에서 10초 동안 둥글게둥글게 손뼉을 치면서 뒹굴러댔다.


    몸을 털고 일어났을 땐, 반대편에서 근심에 찬 듯한 눈망울로 날 바라보는 보라의 모습이 내 망막에 싱그럽게 감겨왔다.


    이런 보라의 모습에 힘을 얻은 난, 몸을 부웅 날려 3단 날라 차기로 전경들의 방패를 하나씩 날려버렸고, 공중 2회전 뒤돌려 차기로 헬멧도 함께 날려버렸다.


    『으아앗!』


    독수리처럼 창공을 자유자재로 비행하면서 고난이도의 몸놀림을 구사하는 나에게 전경들은 추풍낙엽처럼 땅에 굴러 떨어지기 바빴다.


    『으아앗! 파병을 철회하라!』


    이렇게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온 몸을 불태우고 있는 내 모습에, 보라는 마치 어두운 골목길에서 치한들에게 당하고 있을 때 멋지게 등장한 한 사내가 갑자기 태권도 국가대표 금메달 3관왕으로 변신하여 적들을 한방에 모두 물리쳐주는 1980년대까지 여성들의 우상이었던 왕자님을 바라보는 듯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의 모습에 넋을 잃고 있는 듯 했다.


    오늘 아침 별자리운세에 몸을 조심하라고 나와있었지만, 그 운세를 뒤엎고 일이 착착 잘 풀려나가고 있었다.


    난 두 발을 힘껏 벅 차면서 지면과 작용반작용 현상을 일으켜 몸을 공중부양 시켰고 엎어졌다 일어났다를 수없이 로태이션 반복하며 바쁘게 방패막이를 하고 있는 전경들에게 사정없이 일격을 가했다.


    그러자, 대동 단결한 수 천 명의 시민단체들과 맞서고있는 전경들 중 몇 명이 나의 황비홍 찜 쪄먹을 듯한 액션에 놀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새끼 김두한 아들이야?!』


    『쓰방! 저 쉑히 이 쪽으로 안 와야 하는데! 근데, 가뜩이나 인원 모자라 죽겠는데 저 자식들은 왜 저기 가 있어! 쟤네 몇 중대 소속이야!』


    전경 열 명과 맞장 뜨고 있는 나의 모습에 힘을 얻은 시민단체들이 갑자기 함성을 지르더니 길을 막고 선 전경들과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시작했다.


    『우아아~~!』


    『쓰벌! 밀리는 색히들은 다 죽을 줄 알아!』


    『파병 철회! 파병 철회!』


    『으샤! 으샤!』


    광화문 세종로 정 중앙에 세워져 있는 듬직한 매가패스 장군이 구경꾼으로 참석한 가운데 우린, 80년대 동네 어귀 꼬마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았던 '우리 집에 왜 왔니'놀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야아앗! 파병을 철회하라! 파병을 철회하라!』


    투혼의 정신으로 몸을 날려가며 전경들과 북치기 박치기하는 모습을 보라가 바로 앞에까지 와서 서프라이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난 확성기를 들고서 하늘이 무너지도록 계속 부르짖으며 격렬하게 몸을 날렸고, 이렇게 끝까지 투혼을 불사르며 10:1로 맞장을 뜨는 내 모습을 관람하던 단체들이 홈팀이 밀리는 듯 하자 인해전술을 시도하며 요란하게 함성을 지르면서 경기장 안으로 침범했다.


    『우와와와와~~!!』


    허걱~! 이쪽으로 오면 안 되는데!


    『안 오셔도 돼요! 오지 마요!』


    확성기로 강력하게 외치며 훌리건의 방문을 금했지만, 그들은 이미 경기장 안으로 침입하고 말았다.


    돗땠다! 잘못하다가는 이벤트업체에서 보내준 짝퉁 전경들이 전사할 위기다.


    다급한 목소리로 짝퉁 전경들에게 외쳤다.


    『으앗! 모두 피해요!』


    그러나 이미 그들은 훌리건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였고 100:10으로 맞장을 뜨며 허벌나게 얻어터지는 중이었다.


    『사람 살려!』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애절하고 구슬픈 비명이 쉴새없이 들려왔지만 동지애를 느끼며 달려오는 몇 명의 전경들 외에는 그들을 구원해줄 손길이 없었다.


    까딱하다가는 이들의 치료비 명목으로 수 백 만원이 깨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잽싸게 시민단체들을 향해 확성기로 크게 소리쳐댔다.


    『여러분! 이들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폭력을 멈추세요! 이것 또한 명분 없는 싸움입니다! 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들이 죄가 있다면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지는 죄밖에 없습니다! 어서 폭력을 멈추세요! 이렇게 우리끼리 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외치고 나니, 지금까지 공중을 멋드러지게 날아다니며 이들에게 일격을 가했던 나의 전술적인 행동과 오류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 강력한 호소에 시민들이 불만을 품지 않고 발길질을 멈추기 시작했고 그 짝퉁 전경들은 이 틈을 타서 수 백 명의 진품 전경들 쪽으로 달려가 몸을 뒤섞었다.


    휴~ 천만다행이다. 거금 날릴 뻔했다.


    비록 작전대로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퇴장 당한 짝퉁 전경들이지만, 시민들에게 짓밟힌 고통을 땡전으로 환산해본다면 200만원의 몫은 톡톡히 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 정도면, 보라에게 2년간의 대학생활동안 단 한차례도 맛보지 못했던 A+ 점수를 획득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만 이쯤에서 퇴장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돌리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할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뜨아아악!


    어느새 개미떼처럼 바글바글한 시민들이 '파병철회'를 외치며 내 뒤에서 인간 도미노를 만들고 있었고, 난 수 천 명을 등지고 맨 앞에서 대표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6년 동안의 개인 전적에서 대표로 나섰던 일이라고는 고3 수학 시간 때, 적분 문제가 적힌 칠판을 가리키며 누가 대표로 나와서 문제를 풀어보라는 수학선생님 말에, 50명의 학생들을 이 땅에서 구원하기 위해 그들을 대표하여 자비로운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미친척하고 나갔다가 빠따 10대 맞고 학생부 끌려갔던 경험이 전부인 내가 이렇게 수 천, 수 만 명의 시민을 대표하여 애국심을 불태워야 할 상황에 닥치게 되니 어안이 벙벙했다.


    날 기준으로 계속해서 10열 종대로 길이를 늘려 가는 시민들에게 사정없이 밀려 내 몸은 점점 앞으로 밀려나고 있었고, 곧 도로 중앙까지 밀려나와 수 백 명의 전경과 맞장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걱~!


    시민단체들은 날 앞장세운 채 깃발을 높이 들고 함성을 지르며 1보씩 전진을 시작했고, 전경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많은 인원에 밀려 1보씩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밀지 마요!』


    두 다리를 벌려 이들의 압박을 버텨보려 애썼지만, 이들은 스모선수 100명과 맞서도 천리 밖으로 밀어낼 수 있는 파워풀한 힘으로 나를 스키선수로 급부상 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스키자세로 볼록볼록한 아스팔트 위를 시속 10km로 활주하며 전경들 품속으로 달려드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명언이 하나 있었다.


    '위기는 기회다!'


    짤막한 메세지를 영상으로 전환시켜 감정해본 결과, 이것은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신의 은총인 듯 했다.


    여기서 잘만 하면 보라는 멋진 내 모습에 퐁당 빠져 입에 거품을 가득 물고 쓰러질 것이고, 나의 눈부신 활약이 수많은 언론에 노출되어 길거리 캐스팅으로 인해 스타로 급부상 할 수 있는 계기와 21세기 대한민국 애국자로 추앙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꿩 먹고 알 먹고 털로 배게 만드는 1석 3조의 마케팅 전략인 것이었다.


    좋다! 이렇게 엎질러 진 물, 그 물에 멋지게 세수해보자!


    어느덧, 강한 사명감이 내 전신을 휘감았고,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서 5년 연속으로 영웅심을 인정받고서 골든 상과 함께 졸업했었던 난, 추억의 영웅심리를 발동시켜 분노의 초강력전사로 돌변하고 말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이 한 몸 불사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등에 업고서 버스 지붕 위로 멋지게 올라가고 싶었지만, 버스 창문에 매달려 낑낑대며 겨우 올라갔다.


    그렇게 버스 지붕 위에 서자, 밑에서 어느 분이 태극기를 던져주며 외쳤다.


    『청년, 힘내요!』


    태극기를 받아든 순간, 2002월드컵 때, 이곳 광화문에서 버스 위에 올라타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지금도 그 때와 같이 많은 인파가 몰려있긴 했지만, 상황은 181도로 달랐다.


    수십 명의 내 외신 기자들이 인근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날 향해 후레쉬를 터뜨리고 있었고, 멀리 빌딩 옥상에서 운동하고 있던 수십 명의 시민들과 사무실에서 일하던 회사원들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성원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금새 병력이 두 배로 늘어난 전경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며 방어태세를 갖추기 시작했고, 저 멀리서는 용감무쌍한 전사로 돌변해있는 내 모습에 당황하는 듯한 보라가 보였다.


    2002년 월드컵의 벅찬 감동을 그대로 다시 한번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슴깊이 느끼고서, 한 손엔 태극기를, 또 한 손엔 확성기를 높이 들고서 크게 외쳤다.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명분 없는 전쟁은 반대한다!』


    그러자, 내 뒤에서 수 천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이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더욱 크게 외쳤다.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파병되는 것도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이라크 파병, 나를 밟고 가라!!』


    『밟고 가라! 밟고 가라!』


    천군만마를 얻은 난, 격해진 흥분을 추스리지 못하고 태극기를 휘두르며 '대한민국'구호를 크게 외쳤다.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소리로 장단을 맞춰주었고, 버스 밑에선 전경들의 쌍스러운 말들이 들려왔다.


    『씹새! 월드컵 응원 왔나!』


    『저 개쉐, 진짜 짜증난다! 시민들 전투력 상승하는 거 보여?!』


    흥분에 찬 내 간덩이는 심각한 세포분열을 일으켰고, 금새 세포간 사이 면적이 1평씩 확장되면서 간댕이가 붓는 희귀현상이 발생했다.


    경찰은 스피커를 통해,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집시법 위반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최고조로 흥분된 내 귀엔 그 말이 들릴 리 없었고 더욱 힘을 내 시민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여러분! 미국 대사관으로 쳐들어가서 우리의 의사를 밝힙시다! 돌격!』


    나의 구호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전진했고 전경들은 '으쌰으쌰'를 외쳐가며 방패로 이들을 막기 시작했다.


    마치 지휘봉을 격렬하게 휘두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버스 위에서 태극기를 힘차게 펄럭이며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어디선가 물대포가 강하게 날아와 내 몸을 강타했다.


    그러나 물대포에 밀려나지 않고 온몸을 방패삼아 끝까지 태극기를 휘두르는 투혼을 보였다.


    여기서 넘어지면 안 된다. 보라가 보고 있다. 이겨내자!


    한국전력 앞에서 촛불 켜고 대항하는 꼴이었지만, 온 힘을 다해 그 물대포를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다. 그러자 반대쪽 경찰 차에서 나의 간을 급속 냉각시키는 고함이 들려왔다.


    『압력 최대한 높여! 저 쉑히만 떨어뜨리면 돼!』


    허걱~!


    시위 진압용 대형 물대포 차에서, 활을 떠난 화살처럼 초특급 울트라 슈퍼 메가톤 급으로 날아드는 물줄기가 보였다.








    피할 새도 없이 그 물대포에 정통으로 맞은 난, 핵폭탄급 충격을 느끼며 미사일처럼 부웅 날라 버스 밑으로 사정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엎어진 넘 짓밟는 격이라는 옛말을 몸소 보여주듯, 그렇게 도로 바닥에 떨어진 상태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전경과 시민단체들에게 이리저리 짓밟혀야했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속담법칙에 의해 내 몸은 심히 꿈틀거리며 절규하고 있었다.

















    『으아악! 살려줘요!』


    전경들은 두 배로 늘어난 병력과 물대포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시민들을 한 걸음씩 뒤로 내몰았고 얼마 안되어 시가전을 방불케 하던 요란한 전쟁은 전원 사살된 전쟁터처럼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고 압력 물세례와 구둣발 융단 폭격에 전치 10주의 상태로 초토화된 난, 대굴통을 가린 채 물에 젖은 땅바닥에 쪼그린 상태로 엎드려 있다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 마른하늘에 물벼락!


    나 혼자 죽음의 사선을 넘어와 있었던 것이다.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듯이 씩씩거리는 전경들 품안에 홀로 남아 단독 조명을 받고있는 난, 저만치 멀리 서있는 시민단체들에게 슬픈 사슴의 눈망울로 구조요청을 해보았지만, 물대포의 위력을 알게 된 그들은 젖은 머리를 찰랑찰랑 거리며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마치, 은행을 털던 3인조 강도 중, 뒤늦게 빠져 나온 강도 한 명이 경찰에게 포위 당한 채, 두 팔을 번쩍 들고서 멀어져 가는 일행의 차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듯, 난 그들을 부러운 눈동자로 그윽히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아, 저곳은 멀고 먼 동경의 나라구나.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고개를 뒤로 돌리니, 폭력적이라고 소문난 백골단아저씨들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안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폭발직전의 대인저러스 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으앗~! 이젠 강제 연행되는 일만 남았구나.


    당장이라도 하수구 뚜껑을 열고서 다이빙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지만, 그 맨홀마저도 멀고 먼 동경의 나라쪽에 있었다.


    안 돼! 이대로 모든 죄를 단독으로 뒤집어쓰고 연행될 순 없다. 그 얼마나 억울한 상황이란 말이냐!


    최선책으로 눈부신 햇살 속에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그들에게 다정한 웃음을 건네며 화해 분위기 조성에 힘써봤다.


    『하.. 하핫.. 선생님.. 제가 원래는 이벤트업체에...』


    그러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팔이 비틀림과 동시에 처절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으아악!』


    흔들리는 퍼런 하늘 사이사이로 빌딩에서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으아악! 사람 잡네! 경찰 좀 불러줘요!』





    컷~!





    제 카페에 놀러오셔서 차 한잔 드시고 가실래요?
    허접하지만 작년에 출간된 코믹 소설 [왕자님 배달하기]의 원작 글도 있습니다. ^^

    아래 주소 클릭!! 클릭!!


    출처 - http://cafe.daum.net/2d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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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ration=1.5)" http-equiv="Page-Exit">

    이대리의 꼬릿말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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