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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5885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24
    조회수 : 1636
    IP : 211.48.***.156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8/23 15:01:21
    원글작성시간 : 2004/08/20 20:17:33
    http://todayhumor.com/?humorbest_55885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20]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9편 재방송



    지친 몸을 이끌고 영등포 역전으로 왔다.


    오늘 하루동안 빡세게 돌아다녔더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힘도 없고, 목이랑 허벅지도 아프고, 피로도 파도처럼 밀려온다.


    된장! 머리만 안 잘랐어도 밥이라도 사먹는 건데.


    이젠 발꾸락 꼼지락거릴 기력도 없구나.


    명당 자리를 잡고 있는 노숙자들 틈에 껴서 함께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옆에 있던 노숙자 분이 베개 하라며 책가방을 빌려주신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잠시 쉬었다 가려고 책가방에 뒤통수를 기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야리꾸리한 냄새에 취해 조금씩 의식을 잃어갔다.




    르....












    THE DAY - 6


    황금의 하루가 지나가고 이제 그녀와의 게임 유효기간이 6일 앞으로 좁혀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은 기간동안 회원 10명을 가입시켜야한다.


    그래야만 굳게 닫혔던 대박 인생의 문이 환하게 열릴 것이다.


    오늘도 대박 인생을 향한 치열한 전쟁은 시작되었다.


    인터넷에서 노가리 푸는 것으로 약간의 워밍업을 하고, 튼튼한 노가리와 살인미소를 재무장한 채 직업전선으로 출두했다.


    이번에는 신대륙으로 건너가 구로동에서 시작했다.


    근처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빌딩을 택해 맨 위층인 17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방인이 침입한 줄도 모르고서 모니터를 들여보며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게 문서작성을 하고 있는 여 직원과 마치 기계처럼 시선이 모니터에서 왔다갔다 재빠르게 반복하고 있는 남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우아~, 남의 인기척도 못 느낄 만큼 열심히 일을 하다니.


    우리 나라가 IMF경제위기를 맞고도 2년 남짓한 사이에 위기를 훌쩍 벗어나 세계인을 놀래킨 것은 바로 이러한 위인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직원 옆에 쪼그려 앉으며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스포츠센터에서 홍보 좀 나왔습니다.』
    순간 현란한 손놀림으로 화면을 밑으로 까는 그녀였다.


    무슨 창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작은 대화 창이 있었던 것 같다.


    『죄, 죄송하지만 지금 바쁜데요.』


    많이 놀란 듯한 말투다.


    『하핫! 대한민국에 안 바쁜 사람 있겠습니까? 저한테 1분만 살짜쿵 빌려주세요.』


    『저.. 저 옆에 있는 남자 분한테 가보세요. 저 분이 운동에 관심 많아요.』


    『그래요?』


    여자의 말대로 그 옆자리로 가서 쪼그리고 앉으며 말을 걸었다.


    비교적 밝은 인상의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스포츠센터에서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주저앉으며 모니터를 살짝 바라봤는데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현란한 마우스조절로 화면이 금새 문서화면으로 바뀌어버렸다.


    너무 빠른 화면이라 이전 화면을 포착 못 했지만, 살색이 많았던 같다.


    『일 때문에 정신없으니.. 나중에.. 오세요.』


    어딘가 모르게 살살 닳아 익은 듯한 흥분된 말투였다.


    근데, 이 사람들 무슨 비밀 작업을 하길래 남이 못 보게 창을 숨겨버리는 걸까. 궁금해서 염통이 꿈틀거린다.


    신바람 호기심 박사인 내가 참는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하핫!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계셨어요? 저 스파이 아니니까 잠깐만 구경할게요.』


    그러면서 마우스에 손을 올리려고 하는데, 남자의 얼굴 근육이 거북이 등처럼 딱딱하게 변하더니 목소리에 100kg짜리 아령이라도 실은 듯 무거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한다.


    『손때시죠.』


    허걱! 이렇게 험악한 인상으로 상해버리다니.


    결국, 제대로 말도 못해보고 사무실에서 빠져 나왔다.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둘 다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이번엔 밑에 층으로 내려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나에게 고정되었다.


    쪽팔렸다. 그러나 철판 깔고 가장 가까운 자리로 가서 또 다시 쪼그리고 앉았다.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얼굴자체가 청구서였다. 들인 돈의 액수가 얼굴에 다 드러난 여자다.


    『하핫! 상쾌한 아침. 아침식사 맛있게 하고 오셨나요?』


    방긋 웃으며 친근감 넘치는 멘트로 시작해봤다.


    그녀가 내 츄리닝 옷과 손에 들고 있는 센터 팜플렛을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저,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눈치 보이거든요. 죄송해요.』


    주위를 둘러봤다.


    저 멀리 상석에서 머리카락 두 가닥 남은 둘리가 갈구고 있었다.


    이번엔 옆자리로 가서 살그머니 멘트를 띄어봤지만 마찬가지로 상사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큰 나무를 쓰러뜨리면 옆에 가지들도 알아서 쓰러지듯이 먼저 저 둘리부터 조져야겠다.


    날 쏘아보고 있는 대머리에게 다가가서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앗! 여기서 뵙네요. 세상이 이렇게 좁을 수가. 우와~』


    『여기서 뵙다니. 당신 나 알아?』


    『이런. 벌써 절 잊으셨군요. 얼마 전에 제가 도움을 드렸었는데요.』


    『도움이라고?』


    『이 근방에서 담뱃불 없어서 담배 못 태우고 계실 때 제가 불을 공짜로 빌려드렸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갑자기 수화기를 든다.
    『경비실 연결해! 이봐! 누가 잡상인 들여보냈어! 어!』


    결국 처참하게 쫓겨나고 말았다.


    신발! 대한민국 50대 남성 흡연률이 70%라는데 하필 나머지 30%에 속한 사람이냐. 운도 더럽게 없네. 아, 짜증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하니처럼 힘을 내서 다른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번엔 첫 이미지를 밝게 보이기 위해, 88올림픽 개막식 때 남측 선수들이 입장하듯 백합과 같은 미소로 손을 흔들어대며 사무실로 입장했다.


    『모두들 좋은 하루입니다!』


    근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님을 감지했다.


    한 상사가 직원들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고 있었다.



    『마감일이 오늘인데 지금 뭣들 하는 거야! 대충대충 시간 때우다 월급날 돈만 챙겨 가면 되는 거야!』


    된장. 들어와도 이런 데를 들어 오냐. 흔들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당신 뭐야!!』


    이번엔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더니 나를 쏘아본다.


    중학교 때 여탕 잘 못 들어가서도 당황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지금은 꽤나 당황됐다.


    뱀 앞에 놀란 개구리처럼 그렇게 꼼짝 못하고 서있었다.


    『저....』


    쌀벌한 분위기를 환기시켜보고 싶었지만 괜히 한마디했다가 서류뭉치 날아올 것 같아 0.125초만에 밖으로 텨 나갔다.


    신발! 영업하기 정말 힘들구나.


    이번엔 시원한 은행으로 들어가 봤다.


    번호표를 끊고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됐을 때 여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하핫! 바쁘실텐데 잠깐만 죄송할 짓을 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국회의원 연설 뺨칠 정도로 구라펀치를 가득히 쏟아 부었지만 끝내 가스총 차고 있는 은행 경비원에게 연행되어 나왔다.


    아, 정말 막막하다.


    한 대수, 다시 힘내자.


    이번엔 거금을 털어내 약국에서 박카스 한박스를 사서 미싱공장으로 들어갔다.


    뽀골뽀골 파마머리와 '몸뻬'라는 전투적인 스타일을 갖춘 아줌씨들이 많이 보였다.


    우와~ 뱃살 겹쳐지는 모습이 예술이구나.


    옷을 열심히 미싱질하고 있는 아줌씨들에게 꽃처럼 생기가 넘치고 나비처럼 발랄한 표정으로 박카스를 하나씩 나눠드렸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거 마시고 하세요.』


    『고마워요. 근데 어디서 오셨죠?』


    『하핫! 영등포에서 왔습니다.』


    『호호~! 혹시 스포츠센터에서 오셨나요?』


    『하핫. 맞습니다. 이번에 새로 오픈했는데 오픈기념으로 재즈댄스, 헬스, 스쿼시를 24만원에 특별히 모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한번 해보시는게...』


    『미안해서 어쩌지. 이 건물 지하가 스포렉스인데 여기 직원들 다 거기 다니거든요.』


    허걱~! 거금 날렸다!


    맥빠진 몸을 이끌고 공장에서 나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주받은 땅에서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려고 한다. 서울에서 유일한 섬인 여의도에 내리니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저곳은 나에게 딱 맞는 먹이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맨 날 놀고먹느라 배 뽈록 튀어나온 아저씨들 말이다.


    수많은 경비를 뚫고 국회의사당으로 침입할까 궁리해보았지만, 혹시나 영업하는 동안 테러범이 날린 미사일 맞고 같이 죽을까봐 겁나서 못 들어가겠다.


    근처에 있는 증권거래소를 들어가기로 맘먹었다.


    대형빌딩인 만큼 잘만 하면 한방에 회원이 우르르르 쏟아져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빌딩에 목숨건다. 제일 위층부터 맨 밑층까지 다 돌고 나올 것이다.


    그러나 출입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올드 보디가드가 정문을 철벽같이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월드컵 4강의 주역이었던 대한민국의 최고 수문장 이운재보다 더 두터운 자세로 골문을 방어하고 있다.


    훙! 골키퍼 있다고 골 못 들어갈까!


    정면 돌파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골키퍼의 펀칭에 밖으로 튕겨나고 말았다.


    이번엔 코너킥부근으로 달려가 담타기를 시도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렇게 은근슬쩍 담을 타고 올라갔는데 담벼락 밑에서 몽둥이 치켜들고 있는 수위아저씨의 늠름한 모습이 보였다.


    미소 한번 지어주고는 올라왔던 길로 잽싸게 뛰어내렸다.


    좋다! 나도 오기가 생겼다. 저 안에 기필코 들어가고 만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성질 시스템 가동 중.


    이번엔 좀 머리를 써봤다.


    승용차가 빌딩 안으로 들어갈 때 몸을 숙이고서 승용차와 같은 속도로 달렸다.


    수위실 앞에서 차가 잠깐 멈춘다. 나도 상체를 숙이고 그 상태를 유지했다.


    신발! 갑자기 운전자가 내리더니 수위아저씨에게 차를 맡긴다.
    또 걸렸다. 짜증난다.


    도박에 중독 된 사람에게 손모가지를 자른다 하더라도 발가락과 혓바닥 등 모든 신체를 총 동원하여 끝끝내 다시 화투장을 잡고야 마는 집념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방법 저 방법 다 시도해가며 침투를 시도했다.


    나폴레옹 찜 쩌 먹을 정도의 침략 정신으로 한시간만에 침투 성공!


    근데, 이상하다.


    사무실에 사람들은 없고 문은 다 잠겨있다.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앞으로 한시간 동안 점심시간이란다.


    신발! 혀 깨물고 싶었다.


    기왕 힘들게 들어온 거 한시간 동안 버텨보기로 맘먹었다.


    흡연실에서 담배 한 개피 피우고 나오는데 배속에서 별 그지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꼬르르륵!


    된장, 오늘 엄마한테 5천 원 겨우 탔었는데 아까 박카스 사는 바람에 밥 사먹을 돈도 없다.


    정말 처량하구나. 아, 그리운 백수시절이여.


    정수기에 있는 물로 물배를 채웠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났고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한 명씩 조지기로 결심하고서 한 남자 직원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운동하라고 꼬셔댔다.


    『하핫! 정말 괜찮죠? 이만한 센터 만나기 힘들어요.』


    『이봐요, 안 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만 나가봐요.』


    『만약 돈이 부담되신다면 제가 특별히 240개월 할부 해드리겠습니다. 하핫!』


    『당신 자꾸 업무 방해할래? 이거 불법행위인 거 몰라! 신고하기 전에 빨리 나가요!』


    대략 반말과 존대를 9:1로 까시며 흥분해댔다.


    그러나 그에 굴하지 않고 오기로 맞섰다.


    『그럼 제가 1주일 무료로 드릴 테니 일단 한번.....』


    『이 사람이 진짜, 안 한다고 안 해!! 빨리 안 나가!!』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고함을 질러댔다.


    매일 같은 어머니의 잔소리에 미소로 대답하는 인내력을 가졌던 나지만 이쯤에서 한계를 느끼고 무너지고 말았다.


    빌려먹을! 정말 기분 호박엿같다. 아무리 목소리 크면 이기는 야생종족이지만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청년에게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닌가.


    확 그냥 달려드는 트럭에 치여 태평양까지 날아가서 식인 물고기한테 갈기갈기 뜯겨 먹혀버려라.


    마지막 남은 젖 먹던 힘을 동원하여 모든 사무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목이 쉬도록 노가리를 풀어봤지만 모두들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무슨 운동이냐며 냉대를 했다.


    이런 냉혈인간들! 그렇게 열심히 떠들어댔는데 냉수 한잔도 안 주고 쫓아내다니!


    앞으로 보험회사나 영업사원들이 집에 방문하면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결국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빌딩에서 빠져 나왔다.


    기나긴 백수생활로 쪽팔림, 비참함, 처량함의 극한을 모두 맛봤지만 오늘처럼 극한의 극한을 맛보기는 처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영업해야하는 쪽팔림과 처량함, 꼭 범죄자라도 대듯이 멸시 당하고 푸대접받아야 하는 비참함.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보여야하는 비굴함.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절망한 가장 큰 원인은 천하의 노가리꾼인 내가 지금까지 한 건도 못 올렸다는 사실이다.


    99%의 성공률을 자랑하던 내 말빨이 오늘 0%가 된 것이다.


    자신만만함이 어느새 의욕상실로 바뀌어버렸다.


    어두운 가로수 길을 지나 한강다리를 건너 영등포까지 걸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수많은 간판들 밑 쇼윈도에 진열된 물건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상가를 하나하나 지나쳤다.


    MP3,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등 최신 전자제품들.


    고급스러운 옷들로 씌어진 마네킹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금목걸이와 반지들.


    만능의 기능을 갖춘 최신 핸드폰들.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제품들이었고 누구나 한번쯤 발길을 멈추고선 소유의 욕망을 드러낼 물건들이었다.


    돈만 찾으면 이 모든 것을 쉽게 구입할 수가 있다.


    한 대수, 며칠만 고생하자. 일만 잘 풀리면 이런 매장 하나 차리고도 남는다..


    며칠동안 병원, 옷 집, 음식점, 동사무소, 보험회사 할거 없이 보이는 건물들은 모조리 쑤셔봤지만 계속해서 스트레이트로 공치게 되었고 어느새 그녀와의 전쟁 종료 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이팀장과 다른 코치들이 총 네 명의 회원을 가입시켰기 때문에 앞으로 여섯 명만 가입시키면 되는데 시간이 내일 하루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엄마, 미래, 동이, 사돈의 팔촌까지 전화해서 주위에 재즈댄스 할 사람 없냐고 도움을 청해봤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결국 여기서 나의 꿈은 멈추고 마는 건가.


    절대 이렇게 그냥 있을 순 없다. 보라가 그만두는걸 눈뜨고 지켜볼 순 없다.


    뭔가 색다른 아이디어와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략.


    센터로 복귀하는 길에 어느 봉고차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리로 가보니 어느 상인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왜이리 사람이 많은지 살펴봤더니 그 이유는 바로 물건 하나를 사면 두 개의 물건을 덤으로 주고 게다가 음식점 평생 할인 쿠폰까지 주는 놀라운 서비스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전략이다.


    그렇다. 요즘 같은 무한경쟁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뭔가 눈에 뛰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를 해봐야겠다.


    뭐가 좋을까?


    재즈댄스복 무료 증정? 운동화 무료 증정? 기간 1개월 추가 서비스?


    잠깐, 계산을 해보자. 3개월을 끊으면 나에게 생기는 이익이 7만원.


    재즈댄스복 = 1만원, 운동화 = 1만원


    위에 상품들을 무료로 준다해도 나에게 5만원의 이익이 생긴다.


    그리고 지금 몇억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이런 푼돈에 쩔쩔맬 필요 없다.


    재즈댄스복, 운동화, 스쿼시 라켓, 헬스장갑. 이렇게 아낌없이 팍팍 주자.


    이렇게 대량 혜택을 주는데도 마다할 사람 있을까?


    하핫! 다시 힘이 샘솟는구나.


    지금까지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저스트 어 모멘트! 안전빵으로 하기 위해 특별할인 쿠폰도 생각해보자.


    쿠폰이랑 연관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오늘도 로댕의 생각하는 자세를 취하자마자 곧바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하! 그게 있었구나!


    재빠르게 동이한테 전화했다.


    『동이야, 너 지금 어디야?』


    『나 센터에 있는데. 왜?』


    『기다려. 금방 갈게.』


    센터에 도착하니 탈의실로 들어가려는 미래가 보였다.


    먼저 미래를 조용히 불렀다.


    『미래야. 오빠 10만원만 대출해주라.』


    『10만원씩이나? 나 내일 적금 부어야 할 돈밖에 없는데..』


    『임마, 오빠한테 부어. 내가 이자 확실히 쳐줄게.』


    『피~ 원금도 못 갚는 신용불량자면서.』


    『임마, 일하는데 필요해서 그래. 빨리.』


    『자, 요즘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서 빌려주는 거야.』


    『하핫! 탱크 베리 망치!』


    미팅이 끝나고서 박부장에게 몸이 아프다고 뻥치고는 조퇴를 했다.


    그리고는 동이와 함께 센터를 나와 근처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대수야, 나 오늘 돈 없는데.』


    『임마! 오늘 내가 한턱 쏘려고 그래. 빨리 들어와.』


    닭똥집에 소주를 마셔가며 동이에게 작전을 시도했다.


    『동이야. 나 요즘 너 많이 신뢰하는 거 알아?』
    소주를 한잔 따르며 말했다.


    『으, 응?』


    녀석, 표정을 보니 내가 술 먹고 나를까봐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미래한테 빌린 돈을 꺼내 들어 보이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임마! 도망갈 일없으니까, 걱정 말고 먹어.』


    『헤헤. 근데 무슨 일 있어?』


    『꼭 무슨 일 있어야 한잔 하냐? 그 동안 둘이 술 마신 적 없는 것 같아 내가 한 잔 사는 거야.』


    『내가 한발 늦었구나. 헤헤.』


    한발 늦기는! 발 움직일 생각도 안 했으면서.


    『사실, 예전엔 너가 미래랑 같이 있는 거 보면 기분 나빴는데, 요즘 너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맘이 변했다. 앞으로 미래랑 잘 될 수 있게 적극 지원해줄게.』


    『우헤헤, 정말?』


    『당근이쥐. 그리고 미래가 부모님 말 보다 내 말 잘 듣는 거 알지? 그러니까 너 나한테 잘 보여야 해.』


    『응, 아, 알았어.』


    이렇게 똥구멍을 살살 간지럼 태우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하, 짜식. 참, 근데 얼마 안 있으면 미래가 일을 그만두게 될 것 같다.』


    『왜, 왜?』


    놀라기는. 눈깔 튀어나오겠다.


    『요즘 회원이 너무 없어서 미래가 많이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직장을 옮긴다나. 아무튼 직장 옮기면 너 앞으로 미래 보기 힘들겠다.』


    『아, 안 되는데.』


    『오빠로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회원을 늘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더라.』


    하핫, 다 죽어 가는 표정이구나.


    이럴 때 희망의 메시지를 날려야지.


    『근데 좋은 방법이 하나있다.』


    『뭐, 뭔데?』


    동이의 눈알이 앵두에서 자두크기로 갑자기 팽창했다.


    우와~ 인간의 눈이 이렇게 커질 수도 있었구나.


    『뭐 별건 아니고. 비디오방 평생 50%할인 쿠폰을 서비스로 주면 회원들이 많이 가입할 것 같은데.』


    『쿠폰?』


    『그래, 운동하다 지친 사람들이 영화 한편 보면서 쉬고 싶어하거든, 그 쿠폰으로 회원만 많이 가입시키면 미래도 계속 있을 수 있고... 참, 미래가 나한테 너 자랑 많이 하던데.』


    『저, 정말?』


    『그래, 임마. 입술이 닳도록 자랑하더라.』


    『뭐라고?』


    『그러니까.. 음.. 그게..』


    신발! 자랑할만한 게 있어야 둘러대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번 주말에 미래랑 데이트해봐. 미래도 은근히 기다리고있는 것 같더라. 참. 쿠폰 만들어도 되겠어?』


    『그, 그래. 만들어. 헤헤.』


    『하핫! 짜식. 정말 맘에 든다니까. 잘하면 우리 처남 매제 지간 되겠네.』


    갑자기 소주잔을 비운 동이녀석이 눈에 힘을 주며 외친다.


    『처남!』


    나도 그에 응답해주었다.


    『매제!』


    우린 서로 몸을 부둥켜안았고 난 녀석의 콧구멍을 이탈한 코털을 보는 순간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합! 짜식, 멋지다. 멋져!』


    포장마차에서 나와 우정을 재확인하기 위해 골목 담벼락에 나란히 서서 오줌을 갈겼다.


    아~~ 이 배설의 즐거움.





    THE DAY - 1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오늘 내 성과에 따라 보라가 떠나느냐 안 떠나느냐, 대박을 찾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만에 하나 작전 미스테이크라도 하는 경우엔 사랑이고 복권이고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쫄아버린 면빨이 될 필요는 없다.


    비장의 무기와 히든카드를 들고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센터에서 나올 때, 재즈복과 라켓, 장갑, 운동화를 하나씩 봉지에 넣고 나왔다.


    그리고 명함 제작소에 주문해 둔 비디오방 평생 할인 쿠폰도 찾아왔다.


    천천히 걸으며 어제 밤새도록 연습한 대본을 보며 마지막으로 멋지게 대사 연습하고는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어제 밤새도록 연구한 장소이다.


    바로, 사람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영등포역 앞이다.


    역 앞이라는 걸 감안해볼 때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유동인구의 30%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30%만 공략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인원이다.


    어젯밤 밤새서 만들어온 커다란 플랜카드 세 장과 센터 내부사진과 봄날 아줌마 사진을 줄에 대롱대롱 매달았다.







    웰빙 재즈댄스! 웰빙 스쿼시! 웰빙 헬스! 50%할인 대 잔치!



    오픈 기념행사! 재즈복, 라켓, 장갑, 운동화 무료 증정!



    비디오방 평생 50%할인권 증정!







    그리고는 주워 온 탁자 위에 상품들을 일렬로 쫙 깔고 풍선들을 불어 공중에 몇 개 띄었다.




    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집에서 준비해 온 카세트로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었고 마이크샾에서 대여해 온 엠프와 마이크를 장착했다.




    그렇다. 오늘 돈도 신경도 무지하게 썼다. 갖가지 테크날라지를 적극활용하기 위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시선은 늘어갔고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여 알바생 앞에서도 당당히 에로물을 빌리는 용기의 사나이 한대수지만, 사람들의 시선도 많아지고 혼자라서 졸라 쪽팔렸다. 꼭 신장 개업한 가게 앞에서 춤추는 도우미가 된 듯 한 기분이다.



    그러나 잠깐만 쪽팔리면 대박인생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최대한 용기를 가졌다.


    앗! 드디어 때가 온 것 같다.


    얼굴에 철판 깐 용접공보다 더 두꺼운 철판을 깔고 나무 상자 위로 올라가 멘트를 시작했다.


    『오늘 하루도 대한민국 경제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시는 시민 여러분. 10분만 저에게 투자해주십시오. 날씨도 더운데 잠시만 얼음을 해주시면 제가 10분 후에 땡 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우렁차게 울려 퍼졌고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러분, 잠시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왼 손을 들면 박수를, 오른 손을 들면 함성을 질러주십시오.』


    왼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번엔 오른 손을 번쩍 들었다.


    역시나 함성소리들이 들려왔다.


    하핫! 잘도 따라해 주는구나.


    마지막으로 양손을 번쩍 들어 만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함성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상태로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라보는데 저 멀리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 났냐며 달려오는 모습들이 보였다.


    오케이. 일단 사람들 끌어 모으기와 시선집중에 성공했다.


    『하핫!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본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카세트 음악을 크게 틀었다 끈 다음 어제 밤새도록 외운 대사를 시작했다.


    헥헥, 혼자 다 하려니 엄청 빡세구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진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휘트니스 스포츠클럽입니다. 요즘 많은 현대인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더불어 신체적으로 순환기, 호흡기, 소화기계의 질병과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간경화증, 만성위염 등 성인병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공포대상인 성인병은 운동 부족에서 온다고 하여 <운동 부족병>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운동과 관련된 생활에 무관심하며 살고있습니다. 운동 좀 하라고 조언하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대답. "지금 제 상황에선 운동이 아니라 '노동'입니다." 하지만 그런 귀차니즘의 마음가짐으로는 평생가도 운동의 운도 시작하지 못 할겁니다. 그렇게되면 잘먹고 잘사는 웰빙 라이프에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여러분, 이제는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아보십시오. 진정 업그레이드된 삶을 위한다면 하루빨리 운동을 시작해야합니다. 여성분들이여, 굶는다고 다이어트 저절로 되는 거 아닙니다. 저희 휘트니스에 오셔서 에너지 소비량을 바로 알고 체지방을 줄여나가는 과학적인 운동방법으로 다이어트 하시면 어느새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남성분들, 요즘 인기를 얻고있는 몸짱 열풍에 합류하고 싶으시다면 저희 휘트니스로 오시기 바랍니다. 세 달만 체계적으로 하시면 알통공장 만들어서 나가실 수 있습니다. 혹시나 운동 3개월에 24만원 지출하는 거 아까워서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24만원 투자해서 내 몸 건강히 만들면 운동부족으로 생기게 될 많은 병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치료비 또한 절약할 수 있으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수명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돈이 없어 못하시겠다는 분들, 지금 그렇게 무리해가며 돈 벌어봤자 나중에 그 돈 써보지도 못하고 건강 찾으려다가 치료비로 다 쓰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한번 잃어버린 건강은 아무리 큰돈으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건강은 여러분들 스스로가 책임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분의 건강을 저희 휘트니스에서 찾아드리고자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특별행사로 스쿼시, 재즈댄스, 헬스를 한 묶음으로 묶어 3개월에 24만원에 접수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 이벤트로 여러분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영등포에서 가장 안락한 장소로 소문난 비디오방업체와 협력을 맺어 운동으로 피곤해진 여러분의 심신을 달랠 수 있게끔 평생할인권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신청하시는 분들에게 한해 스쿼시 라켓과 필라 운동화 및 재즈복과 헬스장갑도 하나씩 드릴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계시리라 봅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현명한 사람들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앞으로 줄을 서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청산유수 같은 연설이 끝나고서 나를 마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반응을 살폈다.


    근데 모두들 죽은 듯이 조용했다.


    설마,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한 명도?


    갑자기 모든 세포가 마비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여기서 승부를 못 본다면 더 이상의 승부는 없을 것이다.


    점점 표정이 굳어가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박수소

    리는 옆으로 앞으로 뒤로 퍼져나갔고 금세 영등포 역 주변이 박수소리로 웅장하게 울려댔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여보, 이참에 우리도 운동이나 한번 해볼까?』


    『나도 봄날 아줌마 되 볼까요?』


    『재식아, 나랑 같이 끊자.』


    『야, 난 운동보다 영화가 더 좋다. 빨리 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남들하고 싶어하는 건 나도 하고 싶은' 한국인들 특유의 따라하기 심리로 인해 그 열기는 더욱더 불이 붙어갔으며 줄은 점점 길어져 갔다.


    아.... 드디어 성공인가.


    한 대수. 이렇게 성공하는 건가.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리고 묘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성취감이라는 건가. 첨 느껴보는 감정이다.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무한한 은혜를 몇 개월 할부로 갚아드려야 할지. 흑흑.』


    한 사람 한 사람 카드를 전표에 긁고 회원증을 만들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신용카드의 번호와 서명을 전표에 긁어 제출하면 부장님이 승인을 얻어서 바로 다음날 돈이 은행으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총 23명의 사람이 이 자리에서 바로 회원가입을 했다.


    그 누구의 말대로 직접 가보지 않고 운동을 끊는다는 것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보란 듯이 많은 사람들을 가입시키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고 승부에서 이겼으며 보라를 묶어두는데 성공한 것이다.


    오늘 나의 성과로 박부장과 이팀장이 힘을 얻었고 그 만큼 센터 분위기가 다시금 활력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요령만 피우던 내가 한방으로 모든 이미지를 만회하게 되었다.


    이젠 어느 정도 여유도 생기게 되었고 센터 내에서 체면도 서게 됐다.


    이렇게 상승세를 타게 됐을 때 그녀에게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발이 묶인 그녀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쉬해 하루빨리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돈의 일부를 받아내야만 한다.


    혹시나 그녀가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은 그녀와 아무 거리낌없는 사이가 되도록 빨리 친해지는 게 급선무다.


    하루동안 데이트를 하면 금방 친해질 자신 있다.


    그렇다면 데이트신청을 해야겠구나.


    1회 레슨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열심히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보라에게 갔다.


    『보라야, 어때? 회원 좀 느니까 좋지?』


    『능력도 좋구나. 그런 능력이 있으면서 왜 그 동안 썩히고 있었냐.』


    『하핫! 진정한 무림의 고수는 함부로 칼을 빼지 않는 법이거든.』


    『그럼 그 동안 칼 뺄 일이 없어서 백수생활 했었던 거냐?』


    『거기서 백수얘기가 또 왜 나오냐. 그건 그렇고, 이제 계속 있을 거지?』


    『약속은 약속이니 더 있어야지. 근데 나 그만두면 날벼락이라도 맞니? 잘하면 빚도 안 갚을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악착같이 날 못 나가게 하는 걸까?』


    니가 잘 알면서 그걸 나한테 물어보냐!


    『그냥 너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 하핫! 참, 보라야. 낼 주말인데 뭐 할거야?』


    『왜 또 닭살버전이냐?』


    『데이트 신청하려고.』


    『바쁘다. 딴데 가서 알아봐라.』


    『야, 이렇게 고생했는데 하루만 같이 놀아주면 안 돼냐?』


    『심심하면 동이네 비디오방 가서 영화 봐.』


    어쭈? 끝까지 튕기겠다 이거지?


    좋다. 나도 방법이 있다.


    원모양으로 된 쇠를 몇 개 들고 와서 손잡이 옆에다가 하나씩 끼워버렸다.


    『씨퐁~! 뭐야! 빨리 안 빼!』


    벤치에 누워 손을 쫙 뻗은 상태에서 무게에 짓눌리며 꼼짝 못하고 있는 그녀다.


    『데이트할래? 안 할래?』


    『쓰댕아! 무거워! 빨리 들어!!』


    양쪽에다 5kg씩 10kg을 더 추가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있는 싸이클에 올라타 그녀의 비명소리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불러댔다.


    『악, 빨리 빼!!』


    『행복했어∼♬ 너를 알게 된 순간부터∼』


    『쓰댕아! 너 죽는다! 악!』


    『행복했어∼♬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꺄아악~! 사람 살려!』


    『행복했어∼♬ 지금도 행복해~』


    『알았어! 알았어! 할게!』





    컷~!




    출처 - http://cafe.daum.net/2d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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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리의 꼬릿말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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