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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4415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15
    조회수 : 3650
    IP : 211.48.***.156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8/16 16:21:58
    원글작성시간 : 2004/08/12 22:12:58
    http://todayhumor.com/?humorbest_54415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19]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8편 재방송



    으아, 한 대수 이젠 놀지도 못하고 일만 해야되는 거냐!


    어쩌겠냐! 목마른 넘이 우물 파야지.


    그래, 해보자! 태풍 속에서도 성냥불을 켰던 내가 이 정도 못할까!


    좋다! 지금부터 백수 고수의 전설적인 노가리를 보여주마!



    열 명? 푸하하합! 우습다! 우스워~~~~!!













    시계를 보니 오후 한 시였다.


    잽싸게 붕대를 푸르며 박부장에게 소리쳤다.


    『일하고 올게요!』


    그러자, 두 눈을 땡그랗게 뜨며 묻는다.


    『자네, 발 아프다면서!』


    『다 나았어요!』


    붕대를 스레기통에 처넣고 영업할 때 필요한 팜플렛과 카드전표를 들고 뛰쳐나왔다.


    카운터에 앉아서 회원들 옷이나 챙겨주고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팀장처럼 성실한 사람도 하루에 한 명밖에 가입 못 시키는 걸로 봐서는 1주일에 열 명을 가입시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기죽을 건 없다. 작은 벽돌 하나가 만리장성의 시작이고, 돌 하나가 거대한 피라미드의 시작인 것처럼 열심히 한 명 한 명 가입시키다 보면 금새 열 명이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영업을 하는 거지만 이팀장을 따라다니며 봤던 노하우와 나의 이빨이 합세한다면 별 무리 없을 것으로 본다.


    상가들이 많은 역전 앞 번화가로 나와 영업지역 선정작업을 했다.


    잠깐, 나의 이빨은 여자에게 빛을 발하기 때문에 여자들만 있는 미용실로 가야겠군.


    잠시 마케팅전략을 짜고서 '블루클럽'이라고 적힌 미용실로 들어갔다.


    인상 험악하고 덩치 좋은 사내가 복부에 칼 찔린 사람 마냥 허리를 푹 숙이더니 환한 미소로 날 반긴다.


    『어서 오십시오!』


    으잉?? 웬 기도냐?


    미용실 안을 둘러보니 여자라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모두 덩치 큰 남자로 구성된 남탕이었다.


    으잉~? 여긴 왜 다 남자밖에 없냐?


    『앗! 미용실인 줄 알았는데 이발소였군요. 죄송합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뒤뚱뒤뚱 나가려 하자 덩치 큰 사내가 문을 가로막으며 방금 전 과는 다른 험악한 표정으로 묵직하게 말한다.


    『미용실입니다. 손님.』


    허걱~! 눈빛에 살기가 베어있다.


    만약 여기서 머리 안 자르면 머리 토막 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 버벅이고 있는데 날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내 몸이 의자까지 끌려갔다.


    털썩~!


    『어떻게 요리해 드릴까요? 손님.』


    허걱~! 가위를 슥슥 갈아댄다. 어디서 사시미 갈다 온 사람 같다.


    『저..』


    『확 밀어버릴까요?』


    허걱! 이번엔 요란한 굉음을 울리는 바리깡을 치켜든다.


    『화장실 좀 갔다 와서 자를게요.』


    그러자, 옆에서 나쉬티를 입고 뻣뻣한 자세로 서 있던 조폭 같은 보조에게 말한다.


    『광팔아, 요강 가져와라.』


    『예, 형님.』


    신발! 무슨 미용실이 이러냐!!


    『저기.. 큰 건데요. 하핫! 금방 다녀올게요.』


    『광팔아, 손님 화장실까지 모셔드려라.』


    허걱~!


    『예, 형님. 이리 오시죠?』


    그러면서 길을 안내해주는 사내다.
    미용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빈틈을 타 그 사내와 반대방향으로 삼십육계 줄행랑쳤다.


    뒤도 안 돌아보고 1000m정도 뛰어왔다.


    헥헥, 뭐 저런 공포스러운 미용실이 다 있냐!


    요즘엔 조폭들도 미용실 차리나?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건너편에 '선영아 머리해'라는 미용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겠지?


    미용실 유리벽에 스파이더맨 처럼 철썩 달라붙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썬팅이 찐해서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말한다.


    『뭐하세요?』


    『네? 아, 사람 많은지 보려고요. 하핫!』


    『호호, 들어오세요.』


    미용실 안으로 들어오니 펑퍼짐한 여자 한 명이 아줌마머리를 파마해주고 있었고 보조로 보이는 여자가 잡지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휴~ 여긴 여자만 있구나. 다행이다.


    『커트 하실 건가요?』


    『여기 커트 하는데 얼마죠?』


    『칠천 원이에요. 앉으세요.』


    된장. 딱 팔천 원 있는데.


    『그렛나루만 다듬을 건데 안 깎아주나요?』


    『에이~, 이 동네에서 우리 집이 젤 싼 데 더 깎으시면 안되죠.』


    그래 까짓 거 칠천 원 투자하자. 투자 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냐.


    『알았어요. 전체적으로 살짝만 다듬어 주세요.』


    『호홋. 그래요. 대신 잘 해드릴게요.』


    의자에 앉으면서 여자의 몸을 훑어봤다.


    옆구리에 들어있는 탱탱한 비상식량은 비만진행형임을 알리고 있었고, 종아리에 들어있는 타조 알의 지름과 굵기와 탄력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옆에서 머리 자르고 있는 여자는 배가 오겹으로 씨름 천하장사의 배를 연상시켰고 옷이 살을 야금야금 베어먹고 있었다.


    오케이~! 제대로 들어왔구나.


    머리를 자르는 동안 강한 이빨로 살을 부쳐 노가리를 풀어나가야겠다.


    『우와~ 정말 신기하네요?』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놀란 듯이 말했다.


    『왜, 왜요? 뭐가 신기해요?』


    가위질을 하던 여자가 거울에 비친 내 표정에 놀라며 가위질을 멈추었다.


    『혹시, 숨쉬기 운동 말고 하시는 운동 있으세요?』


    거울로 여자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가위질을 하며 묻는다.
    『그건 또 왜요?』


    『실은 제가 스포츠센터 코치인데 이번에 센터 오픈기념 행사로 재즈댄스를 50% 할인해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홍보 차 돌아다니던 중이었는데 이 미용실에서 알 수 없는 기가 저를 유혹하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자르라는 신의 계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었네 요.』


    『어머, 그래서 츄리닝을 입고 계셨군요? 근데 무슨 이유죠? 궁금하네.』


    『요즘 한참 뜨고 있는 봄날 아줌마 아시죠?』


    『그럼요. 유명하잖아요. 나이도 나랑 동갑이던데 정말 부럽더군요.』


    『그 아줌마를 제가 첨에 길거리에서 캐스팅해서 저희 센터에 회원으로 가입시켜드렸거든요.』


    『어머, 정말 요?』


    『그 아줌마가 우리 센터에서 딱 3개월 동안 재즈댄스 하더니 70kg하던 몸매가 50으로 쏙 빠져버렸잖아요.』


    『어머, 그럼 tv에서 나오던 헬스장이 거기였어요?』


    『참나, 영등포 사람들 다 알고 있는데 사장님만 모르고 계셨네. 그 아줌마가 우리 센터 재즈댄스는 살 빼고 몸매 만들어주는 신들린 신바람 다이어트 춤이라며 방송에서 얼마나 자랑을 했었는데요. 근데 중요한 건 지금 사장님 체형이랑 제가 길거리에서 캐스팅할 당시의 봄날아줌마의 체형이랑 똑같다는 거죠.』


    『그래요?』


    아싸! 조금씩 내 이빨 잔치에 넘어오는 것 같다.


    『우아~ 이거 잘하면 여름날 아줌마 탄생하겠는걸 요? 하핫!』


    『호홋~ 말씀은 고마운데 운동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이런! 이런! 혹시 그거 아세요? 모든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을 안 하고 있다는 걸요. 그럼 운동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할까요? 아니죠.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몸 관리를 하는 거죠. 귀차니즘에 빠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면서 뱃살 안 빠진다고 열불 내는 게 요즘 사람들이에요. 지금 같은 웰빙시대에 그런 사람들은 절대 인간취급 못 받죠.』


    우아~ 내가 말하고서 내가 놀랐다.


    한 대수, 정말 말빨 죽이는구나.


    『하긴, 요즘 이 몸매로 어디 돌아다니기 좀 그렇더군요.』


    『그럼요. 그런 살인적인 몸매로.. 웁!』


    된장, 잘나가다가 또 삼천포로 빠지는구나.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근데, 사장님 인상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님과 많이 닮은 것 같아서 드리는 말인데, 이번에 가입하시면 제가 헬스는 무료로 해드릴게요. 이렇게 행운이 왔을 때 재즈댄스 한번 배워보세요.』


    엄마까지 팔아먹고 싶진 않았지만, 부처도 다급하면 거짓말한다.


    『고맙긴 하지만, 요즘 정말 바빠서 나중에 시간 생기면 그 때 할게요.』


    된장, 넘어올 듯 하면서 안 넘어오네. 엄습해 오는 이 무기력 함.


    이제 머리도 다 잘랐는데, 마지막 필살기로 승부를 봐야겠다.


    『참, 센터 코치들이 근처에 괜찮은 미용실 없나 물어보던데... 코치가 몇 명이었더라? 오늘 새로 입사한 코치까지 이십 명 정도 되나?』


    『호홋, 홍보 좀 많이 해주세요.』


    『제가 말하는 것보다 사장님이 운동하면서 말하는 게 홍보효과가 클 것 같은데요. 솔직히 자기 회원님 미용실 놔두고 다른 미용실 가겠어요?』


    마지막 명대사를 읊어주고 옷을 챙겨 입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이쯤 되면 반응이 있어야 할텐데.


    된장, 괜히 거금만 날렸네. 앞으로 이 집 오나봐라! 아니, 불매운동 하러 올 거다!


    문을 벅차고 나가려 하는데, 머리 잘라주던 아줌마가 옆에 있는 여자에게 말한다.


    『성자야. 우리 이참에 재즈댄스나 한번 해볼까?』


    앗! 다시 문을 살그머니 닫고 뒤뚱뒤뚱 뒤로 후진했다.


    『됐어. 우리 주제에 무슨.』
    아후~ 짱나라!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오른발을 한 칸 전진했다.


    『같이 3개월만 해보자.』


    다시 오른 발을 한 칸 후진했다. 뻘쭘하군.


    『언니가 돈 대줄 거야?』


    된장, 돈도 없게 생겼는데.


    그냥 포기하고 나가려 하자, 내 뒤통수에 대고 묻는다.


    『3개월에 얼마죠?』


    앗싸~ 성공이다! 드디어 한 건 올렸구나! 장하다~! 한대수!!


    『이십 사만 원이고 이십 사 개월 무이자 할부됩니다. 하핫!』


    『쯧, 생각보다 비싸네. 알았어요. 나중에 돈 생기면 연락 드릴게요.』


    신발! 지금 장난치나!


    아후~ 열 받아.


    거울에 비춰진 내 머리를 보며 신경질적인 말투로 말했다.


    『아줌마. 이 옆머리 튀어나온 거 보여요?』


    『어머, 어디가 튀어나왔어요?』


    『됐어요. 담부턴 잘 좀 자르세요.』


    그리고는 곧바로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그러자 아줌마가 뛰쳐나오더니 날 부른다.


    『이봐요! 문을 그렇게 세게 닫으면 어떡해! 문 고장났잖아!』


    허걱~!
    삼십육계 줄행랑! 으다다다다!!


    『야! 너 이리 안 와!』


    100m를 9초만에 돌파해서 안전지역으로 빠져 나왔다.


    헥헥, 오늘 왜 이러냐.


    앞으론 절대로 미용실에 영업하러 안 간다!


    한숨 돌리고 나서 다시 영업지역을 물색하러 돌아다녔다.


    근처에 2층 짜리 회사가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패를 보니 완구제조업체인 것 같았다.


    먼저 1층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략 10명 정도 되는 사원들이 바쁘게 BB탄 총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눈이 위로 찢어진 여자가 츄리닝을 입은 나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어떻게 오셨죠?』


    『걸어서 왔는데요.』


    『죄송하지만, 방문영업 하러 오신 거면 나가주세요. 모두 바쁘거든요.』


    『저도 지금 무지 바쁘거든요. 잠깐 볼일 좀 보고 나갈게요.』


    『이것보세요. 다들 일 하는 거 안보여요? 빨리 나가요.』


    된장, 눈이 사무라이처럼 위로 쫙 찢어졌으면 성질이라도 고와야지. 확! 더 찢어버릴까 부다!


    문을 살살 닫고 나왔다.


    또 문 부셔질까봐 쫄아서 그랬던 것 같다. 소심할 넘!


    이번엔 2층에 있는 사무실로 가봤다.


    문 앞에 '경고! 잡상인 출입금지'라고 빨간 글씨로 커다랗게 써있었지만 글을 무시한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도 BB탄 총을 포장하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한 여자가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오셨죠?』


    『사장님 계십니까?』


    이번엔 무게 실어 다르게 말했더니 여자가 벌떡 일어서서 허리 숙여 양손으로 겸손하게 가리키며 말한다.


    『네. 저 안쪽으로 들어가 보시겠어요?』


    하핫! 말 한마디 차이에 이렇게 행동이 틀려지다니. 바로 이것이 실전경험 속에서 나오는 노하우구나.


    근데, 사장한테 가서 무슨 말을 하지?


    밥 먹었냐고 물어보고 나올까? 미칠넘! 또 헛소리!


    사장실에 가서 침착하게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뒤통수가 의자 위로 동그랗게 솟아 있는 게 보였다.


    『저... 사장님.』


    내 말이 끝나자 의자가 한바퀴 뱅그르르 돌더니 사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허걱~!


    이 사람 손에 M16 장총이 들려있다. 그것도 나를 겨냥하고 있다.


    『무슨 일이요?』


    『저.. 총 좀 치워주시고서...』
    『아참. 깜빡했군. 무슨 일로 왔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양발을 책상 위에 뻗으며 말했다.


    4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데 인상과 목소리에서 강인한 카리스마가 넘쳐흘렀다.


    『혹시 재즈댄스 배워보실 생각이...』


    찰카닥~!


    허걱~! 갑자기 총을 장전한다.


    『당신 지금 영업하러 온 건가?』


    『그러니까.. 그게..』


    탕!


    『앗!!』


    신발! 내 왼쪽 허벅지에 BB탄을 쏴버렸다. 장난 아니게 아프다.


    허벅지를 막 비비고 있는데 다시 한번 장전하며 묻는다.


    『밖에 쓰여진 잡상인 출입금지 안 봤나?』


    『급하게 들어오느라..』


    탕!


    『으앗!』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에 맞았다. 으,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명중률이 좋아지고 있지. 이번엔 어딜 쏴줄까.』


    찰카닥~!


    허걱~!


    BB탄이지만 저거 잘못 맞고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섬세하게 불쌍한 표정을 짓자. 이만한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는 없다.


    얼굴을 찡그리고는 금새 눈물이라도 쏟아질 듯한 신들린 연기를 펼쳤다. 그러자 총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지른다.


    『빨리 안나가!!』


    『네!!!』


    허겁지겁 사장실을 빠져 나왔다.


    휴~ 총알 맞고 죽을 뻔했네.


    된장! 이렇게 무서워서 어떻게 일하냐! 정말 왕짜증이다!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커다란 문 앞 우유주머니에 윌과 요구르트가 가득 차 있는 게 보였다.


    안 그래도 갈증나던 참이었는데 잘됐구나.


    '아, 목 아파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본 후,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윌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데, 저 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자네~! 여기 좀 보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뚜압~! 방금 전 그 사장이 유리창 밖으로 총을 내밀고서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내가 왜 아까 창문보고 있었던 줄 아나? 』


    『왜, 왜요?』


    『자네 같은 놈 쏴버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허걱~!


    재빨리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보았다.


    둘만의 거리 = 10m.

    M16 BB탄 총 사정거리 = 50m

    총 장전하는데 걸리는 시간 = 0.5초

    방아쇠 누르는데 걸리는 시간 = 0.5초

    내가 안전지역(40m)으로 벗어나기까지의 시간 = 5초

    총알이 비행하는 시간 = 0.5초

    도망가는 동안 날아올 BB탄 총알 수 = 3발

    명중률 = 100%

    내 몸에 맞게 될 총알 수 = 3발 모두



    매도 맞아본 넘이 안다고, 이미 결론은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판단은 신속, 정확하게 해야 한다.


    전재산인 천 원 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들며 말했다.


    『헤헷.. 사장님. 비닐주머니에 천 원 넣고 갈게요.』


    탕탕탕!!


    으앗! 총알이 막 날아온다.


    계주달리기 할 때 바톤 들고뛰듯이 윌을 오른쪽 손에 쥐고서 허둥지둥 달려댔다.


    『으아악!!』


    신발! 예상대로 목뒤에 세 발 다 맞았다.


    욜라 아프다!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려 한다.


    된장!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에게 이런 총알 세례를 퍼붓다니!


    내가 총 맞아가면서 일해야 하는 거냐!


    아, 목 아파라!!


    풀죽어 땅바닥에 주저앉아있는데 미래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일 열심히 하고 있어?』


    『야! 이 일 왜이리 힘드냐? 못해먹겠다!』


    『그럼 영업이 쉬운 일인 줄 알았어? 다른 코치님들도 다 첨엔 힘들어하더라. 그러니까 괜히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하라구.』


    『임마! 열심히 하고 있어! 근데 보라는 오늘 나왔냐?』


    『응, 지금 언니랑 교대하기 전이야. 동이오빠랑 셋이서 같이 밥 먹으러 왔어.』


    『동이도?』


    『응, 보라언니랑 좀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


    아니, 이 자식이 언제 보라랑 밥 먹는 사이가 됐지?


    『오빠야, 지금 다른 코치님들 다 들어왔던데 안 들어와?』


    『나 오늘 안 들어간다. 가서 전해라.』


    『오빠야,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회사 룰은 지켜야지. 그만 하고 들어와.』


    『임마. 안 들어간다니까. 보라 좀 바꿔봐.』


    『받기 싫다는데.』


    아후~! 이게 사람 난처하게 만드네.


    『지금 바로 보라 귀에 핸드폰 대봐.』


    『웅, 알았어.』


    『보라야! 그 동안 회원 없어서 많이 힘들었지? 좀만 기다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알았지?』


    『.........』


    『하핫! 밥 먹고있구나. 밥 맛있게 먹어.』


    『....』


    『대수야! 나야, 동이. 우헤헤. 너 열심히 일한다니까 기분 좋다.』


    으, 의욕 떨어지는 목소리다.


    『끊어, 임마!』


    이 자식이 이젠 매일같이 미래랑 붙어 다니는구나!


    근데 이 여우는, 열심히 하라고 한마디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하긴,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게 보기 좋을 리 없지.


    혹시나 10명이 채워질까 얼마나 불안하겠냐.


    불여우! 그래 누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


    나도 이제 오기가 생겼다.


    오늘 기필코 한 명 가입시키고 만다.


    다시 힘을 내서 이번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에서 많은 오더가 나온다고 이팀장이 말해줬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의류매장으로 올라가자 많은 여성들이 점잖은 자세로 자신의 구역 앞에 서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나의 사냥감들을 한 명씩 살펴봤다.


    중년부인을 연상시키는 유선형몸매의 여자들과 다리 보니까 골프 잘하게 생긴 여자들, 그리고 하늘 높은 줄은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아는 헤비급 여자들로 붐볐다.


    음, 모두가 나의 표적이구나.


    숙녀복코너에 서있는 헤비급 여자에게 다가갔다.


    으, 가까이서 보니까 인간의 형체가 아니구나.


    그냥 나가자니 쪽팔리고 노가리 풀자니 살해충동이 느껴진다.


    최대한 인상을 펴고서 센터 팜플렛을 보여주며 작업을 시작했다.


    내 설명을 한참 듣고만 있던 여자가 도중에 말을 끊고 말한다.


    『근데 누가 직접 가보지 않고 이렇게 사진만 보고 운동을 끊어요?』


    『하핫! 포토샵으로 수정한 게 아니니 오셔서 보셔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오셔서 등록하실 경우엔 돈이 많이 들고 이렇게 제가 나왔을 때 하시는 게 더 싸게...』


    『저도 그건 알아요. 그러나 돈이 더 들더라도 직접 보고 해야죠. 알았으니 그만 가세요.』


    된장, 구원의 손길을 뻣쳐주는데도 포기하다니.


    그래, 평생 그 몸으로 뒹굴고 살아라.


    이번엔 그 옆에 있는 스포츠용품코너로 가서 군고구마보다 따뜻하게 노가리를 풀어봤다.


    『우와~ 몸매의 견적을 내려보니 재즈댄스 3개월만 하면 미스코리아 나가셔도 될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시는 거 어때요? 하핫!』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팥빙수보다 차가웠다.


    『이봐요! 여긴 손님들이 물건 사러 오는 곳이지, 물건 팔거나 가입시키러 오는 곳이 아녜요. 바쁘니까 다른데 가서 알아보세요.』


    정말 냉정한 한국인의 표본이었다.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고 바쁜 세상이라 하지만 같은 피를 나눈 한민족끼리 이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


    다시 힘을 내서 그 옆 코너를 들려보고 남성복매장도 가봤지만 마찬가지로 반응은 모두 냉정했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방문판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어딜 가나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적혀있는 걸 보면 외판원들의 방문판매는 대단히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다가 요즘 불황이다 보니 얼어붙은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열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우라질!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지겠구나.


    그 여우가 정말 원망스럽다.


    왜 남의 복을 일시불로 빼앗아가서 이렇게 할부로 고생시킨단 말이냐.


    지친 몸을 이끌고 영등포 역전으로 왔다.


    오늘 하루동안 빡세게 돌아다녔더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힘도 없고, 목이랑 허벅지도 아프고, 피로도 파도처럼 밀려온다.


    된장! 머리만 안 잘랐어도 밥이라도 사먹는 건데.


    이젠 발꾸락 꼼지락거릴 기력도 없구나.


    명당 자리를 잡고 있는 노숙자들 틈에 껴서 함께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옆에 있던 노숙자 분이 베개 하라며 책가방을 빌려주신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잠시 쉬었다 가려고 책가방에 뒤통수를 기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야리꾸리한 냄새에 취해 조금씩 의식을 잃어갔다.




    르....







    컷~!





    출처 - http://cafe.daum.net/2daeri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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