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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629939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0
    조회수 : 243
    IP : 39.7.***.15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3/15 22:11:18
    http://todayhumor.com/?gomin_629939 모바일
    영화 같은 인생 (2)
    2.춥고 배고프던 제기동 시절 한번은 이런 일도 겪었다.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 간판 하나 없던 허름한 빌딩. 일자리를 준다 하던 그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웬 떡대들 서너 명이 좁아 터진 소파에 궁둥이를 겨우 끼워 넣고 짱깨를 시켜 먹으며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일하러 왔냐? 떡대1의 첫마디였다. 저기 옆에 앉아서 잠깐만 기다려라. 근데 밥은 먹었냐? 앞 떡대에게 짜장을 튀기며 말했다. 

    난 그들이 준 군 만두를 잘근잘근 씹으며 속으로 외쳤다. 아시발...


    그들은 짱깨를 폭풍흡입하고, 면접? 비슷한 것을 보았다. 자세한 건 안 물었다. 오늘부터 당장 일할 수 있냐?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던 난 숨도 쉬지 않고 콜을 외쳤다. 더 이상 주인집 고추장으로 끼니를 때울 순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불법 대출 찌라시를 돌리는 일인데 하루에 3000장이 넘는 명함 크기의 찌라시를 차창 틈에 끼워 넣는 일이었다.


    겨우 3000장을 다 돌리면 또 수백 장을 갖고 와서 다 돌려 라는 압박을 넣곤 했다.


    3월의 늦추위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고 강북 바닥의 오르막길은 나를 두 번 죽이고 있었다.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떡대 감시조 두 명이 다마스라는 소형 봉고를 타고 골목 골목을 누비며 내가 찌라시를 그냥 버리는 건 아닌지 제대로 꽂아 넣고 다니는지를 감시하고 있었고


    다른 업체 직원 녀석들은 내 뒤를 밟으며 내가 꽂은 찌라시를 빼고 자기네 업체 찌라시를 꽂아 넣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열이 받았다. 그리고 그들과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찌라시 꽂기에 돌입했다.


    뒤를 밟고 밟히기를 수백 번 같은 블럭에 세 번째 업체라도 나타나는 날에는 그야말로 철인이 되어야 했다.


    이건 긴밀함의 싸움이 아니라 끈기와의 싸움이었다. 그들과 한바탕 싸움을 마치고 퇴근하면 더 이상 걸을 수조차 없을 만큼 다리가 부어 올랐고 무릎 관절이 아파 왔다.


    집까지 기다시피 하며 들어 갔던 적도 있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 하루 일당 삼만 원은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삼백 원짜리 오뎅 한 개와 오뎅 국물로 하루를 때웠다. 그렇게 보름을 버티며 그 일을 했었다.

    그리고 운명의 마창 수산이란 곳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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