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 https://ko.wikipedia.org/wiki/%EC%9D%B8%EC%A7%80%EB%B6%80%EC%A1%B0%ED%99%94

베오베 17사 의병 제대한 분이 작성하신 글의 댓글들이 너무 무섭습니다
'다들 힘들긴 마찬가진데 자신이 부족한 걸 알면 단체생활에서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력은 할 생각도 없고 피해의식만 있다'는 요지의 댓글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런 댓글들에 추천이 많이 박히는 것도 이해 가지 않습니다
 자살 기도 경험자에게 할 얘기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부조리가 부당하긴 하지만 고참이 되어선 그 부조리에 대항하긴커녕, 다들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제대하지 않았나'라는 요지의 댓글들도 많네요
말하자면 '다같은 공범이면서 선비인 척 하는 당신들은 위선자다'라는 의미겠죠

제가 생각하던 오유가 이런 곳이었나 싶네요

박정희가 국민개병제로 전 국토를 병영화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남자 10명 중 9명이 군대를 다녀오는 우리 현실상, 군대식 문화와 사고 방식이 사회 저변까지 깔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군대식 상명하달 명령 체계와 사고 방식은 일반 사회에서는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고 독재적이기도 하지요 민주주의 체제와 반대되는 형식입니다
최대한 양보해서 군대에서는 그게 효율적이라고 치더라도 일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윗선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막고 보수적인 윗 사람들의 한마디에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문화로,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이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하면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듯 윗사람에게 알아서 기고, 그 지시 사항이 옳은 일인지 판단을 거치는 일 없이 시키는 대로 하고, 말 잘듣는 충성동이를 양산하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빨갱이가 되는 것이고,
간혹 작성자님처럼 부적응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전체의 목표(윗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목표)에 도달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이자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낙인 찍어 버리죠

무서운 사실은, 그러한 과정이 윗사람이 손대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거죠
이런 문화는 독재를 가능케 하고 유사 파시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헬조선은 단지 지도자를 잘못 뽑았기 때문에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구성원들이 그런 박정희식 군대문화에 흠뻑 젖어 있기 때문이죠

간단히 예를 들자면, 애초에 우리 전통엔 나이 차나 선후배 관계로 높임말 반말을 쓰는 문화가 없었습니다
위 아래 다섯 살 정도는 친구로 지냈고 10살 전후로는 형님 아우로 사이좋게 대했습니다
오성과 한음은 다섯 살 차이나는 사이였는데도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우리 문화가 박정희식의 어그러진 군대 문화가 이식된 이후 변질되어 고작 1년 나이 차이에도 민감하게 되었고, 군대에서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직장 상사에게 존댓말을 쓰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 병영 내 부조리에 대항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부조리의 혜택을 듬뿍 받았다 하더라도 부조리를 옹호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군 입대 전에, 혹은 이등병 시절, 부조리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오유인들이라면 절대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군 내부 부조리는 필요악이 아니고 그저 암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군대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이라 본다면 후임 사병에 대한 강압적인 문화와 사병 상호 간 부조리는 전투력 하락에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전쟁 발발 시 탈영병 발생을 막는 역할보다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병 상호 간에 지시 명령 간섭을 금하고 있습니다 사병끼리는 그저 동료일 뿐 상급자 하급자로 나눌 수 없습니다
사병 뿐 아니라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폭언 및 가혹행위 등 사적 제재를 행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징병제 폐지 모병제 전환이 병영 내 사병 간 부조리 근절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제대했으면 정신도 제대해서 부조리를 부조리로 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