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9
2018-03-01 21:03:05
3
나의 인생을 막장으로 달리고 있었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어렵사리 구한 일자리는 짤리고 좌절해서 카지노에 손을 댔다. 처음엔 어느 정도 땄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나는 가진 돈을 전부 잃고 큰 빚까지 졌다.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 되었다. 내일이 없었다. 이 정도로 실패하면 사람은 반성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크게 한방만 제대로 터트리면 모든걸 되돌릴 수 있다. 그 믿음으로 어디가 바닥인지 모른 채 계속 곤두박이친다.
그 날도 밤 늦게까지 카지노에서 잃다가 집에 오는데 골목에서 재수없게 수염난 아저씨와 부딪혔다.
초조한 눈빛으로 땀 흘리는 꼴을 보니 누군가에게 쫓겨서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갑자기 나온 나와 부딪힌 것 같았다.
부딪힌 나도 아팠지만 아저씨의 가슴을 보니 칼을 맞았는지 피가 철철 나서 위험해 보였다.
괜찮아요? 119 부를까요? 사태의 시급함을 확인하고 도와주려고 하는데 내 얼굴을 본 남자는 크게 놀란 눈을 하더니 더듬더듬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반지를 빼서 나에게 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얘기하는데 뒤에서 검은 괴한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 사람들이 범인이구나 나도 위험하구나 싶어서 서둘러 도망쳤다. 도망에는 자신있어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다음날 어제 받은 반지를 살펴보았다. 금색의 뱀이 자기 꼬리를 문 모양의 반지였는데 이 비싸보이는걸 왜 나에게 준건지 고민하다가 손가락에 한번 끼워봤다. 마침 딱 맞았다.
반지를 끼고 카지노에 갔는데 뭔가 이상한게 보였다. 어떤 기계나 어떤 카드가 전에는 없던 묘한 빛이 났다.
호기심에 빛이 나는 슬롯머신에 앉았다. 꽤 땄다. 빛은 사라졌다.
룰렛에 가보니 6에서 강한 빛이 보였다. 거기에 걸었더니 또 돈을 땄다. 빛은 또 사라졌다.
포커와 블랙잭을 해봤다. 더 강한 빛이 나는 카드를 골랐더니 쉽게 이겼다.
설마 해서 반지를 빼봤다. 빛이 사라졌다. 다시 껴봤다. 다시 빛이 보인다.
이제 확실해졌다. 원리는 모르지만 이 반지는 승리를 보여준다.
나는 이 기적에 기뻐하며 신나게 돈을 땄다. 지금까지의 못난 인생을 보답받아야 했다.
그렇게 기쁨에 취해있던 나는 한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제 나에게 반지를 준 아저씨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는 것.
카지노 기계를 돌아다니며 계속 돈을 버는 동안 누군가 계속 뒤를 따라다녔다. 그걸 눈치채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빠졌는지 깨달았다.
나를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잠시 방심한 틈에 재빨리 도망쳤다. 그 사람들도 바로 쫓아왔지만 다행히 탈출할 수 있었다.
곧바로 집을 버리고 멀리 떠났다. 어차피 부모님도 없고 망한 인생이라 친구도 없었다. 나는 아주 먼 곳에서 반지의 힘을 이용해 계속 돈을 벌었다. 하지만 어디서 도박을 해도 어느샌가 그들이 쫓아왔다. 겨우 빠져나오고, 탈출하고, 심지어 외국으로 도망치기도 했지만 귀신처럼 계속 쫓아왔다. 나는 어디에도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역마살이 걸린 것처럼 몇 년 동안 계속 떠돌아다녔다.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어서 수염조차 제대로 깎지 못했다.
다행인것은 내가 도박을 하지 않으면 그들이 나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았고, 도박장에 짧게 머무르면 그들이 오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제대로 한탕만 뛰고 도박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장소도 마침 처음에 돈을 딴 카지노 근처였다. 이것도 운명인 것 같았다.
푸욱-
어? 갑자기 칼에 찔렸다. 어느새 검은 괴한들이 옆에 있었다. 너무나도 멍청했다. 도박장에서만 쫓길거라고 생각했었나? 칼에 맞은채로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러다 갑자기 왠 남자와 부딪혀서 넘어졌다. 남자는 피 흘리는 나를 보더니 괜찮아요? 119 부를까요? 하고 걱정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설마 했지만 남자의 얼굴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몇 년 전의 나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빼서 젊은 나에게 주었다. 뒤에서 괴한이 쫓아오고 젊은 나는 도망갔다. 나는 멀어져가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