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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8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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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부엌에 해당하는 방을 적당히 정리한다. 여기에 정성을 들일 필요는 없다. 요리를 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 다음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한다. 완성된 이야기에 분홍빛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단순한 이미지로 시작한다면 재료를 준비하는것도, 완성 시키기도 무척 어렵다. 어려우면 다른 훌륭한 이야기와 비슷하게 그려보자. 하지만 절대로 완전히 똑같게 만들어선 안된다. 그럼 의미가 없으니까.
그리고 좋은 재료를 준비한다. 시장에서 대충 골라온 재료가 아니라 제철에 나온 단단하고 싱싱한 주인공, 여기에 잘 어울리는 조연들, 향이 잘 우려나올것같은 배경들. 재료를 많이 넣어 복잡한 맛이 나게 해도 좋고 엄선해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나게 해도 좋다.
준비가 됐으면 생각했던 순서대로 재료를 넣는다. 재료가 너무 안 익거나 타지 않게 주의한다. 시간과 집중이 필요한 일이다.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조리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맛있는 생각이 떠올라 다른 재료를 추가로 넣거나 빼는건 상관없다. 하지만 완성된 모습을 꼭 미리 그려놔라.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맛이 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맛깔나게 만드는 조미료는 선택사항이다. 상관없는 말이지만 나는 아주 느끼하고 짠 이야기가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가 완성되기 전에 맛을 점검해본다. 그리고 계속 고친다. 고수들은 그런 과정 없이 한번에 완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가능한 많이 고치도록 하자.
완성되면 탁자에 놓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맛을 봐 달라고 요청한다. 부끄럽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요리를 하던 당신은 코와 입이 마비되서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맛과 냄새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면 자랑스러워 해라. 자신이 보기엔 초라한 쓰레기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방금까지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창조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