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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18: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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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력한 나라였던 에덴이 갑작스레 멸망한 이유는 수많은 추측이 있지만 그 시작은 어느 시계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덴의 동쪽에는 시계를 아주 좋아하는 영주가 있었다. 그는 각종 시계를 모으고 전시하는데 관심이 아주 많아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온갖 종류의 시계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었다. 멋지고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식된 시계부터 해시계, 물시계 등 역사적인 물건까지 가리지 않고 다 모았는데 그 중 최고의 시계는 영주의 정원 중앙에 있는 꽃시계였다.
열사람이 팔을 벌려야 겨우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꽃시계에는 각 시간에 맞춰 모닝글로리, 메이피셔, 스트라우드, 써니레인, 화이트로즈, 워터릴리, 디필리아, 샤이니어, 문이브닝, 나이트셰이드, 바이올렛메어, 듄로니가 심어져 있었는데 각 시간에 맞춰 정확히 피어나고 지는 꽃들이었다.
여기에 꽃이 피는것에 맞춰 은은한 조명이 있었고 주변에 장치된 분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이 빛을 반사시키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영주는 시간에 맞춰 다양한 색깔의 벌과 나비를 풀었다. 걸작이라고밖에 표현할수 없는 이 꽃시계는 살아있는 전설이었고 정원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춰 꽃시계를 감상하며 잠시 황홀한 시간을 가졌다.
꽃시계에 대한 소문은 곧 왕의 귀에도 들어갔다. 서람들이 흑사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폭한 왕은 이 아른다운 시계의 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주는 티끌만한 실수라도 하지 않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만발의 준비를 갖췄다. 왕의 옥체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간다면 자신은 물론 영지 전체라 불바다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 왕은 아주 만족했다. 여러 시계에 흥미를 보이고 특히 이렇게 아름다운 꽃시계는 처음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벌과 나비가 꿀을 찾으러 춤추는것에는 박수까지 쳤다. 왕은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큰 포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왕이 그만 돌아가려는 찰나, 벌 한마리가 왕의 손등을 쏘았다. 왕의 표정은 그대로 굳었고 이것을 본 모두는 앞으로 일어날 공포에 창백해져서 덜덜 떨었다.
왕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으로 정원을 가리켰다. 그대로 불태우라고 명령하려 했던 왕은 다시 봐도 아름다운 시계에 갑작스럽게 생각을 바꿨다.
“나라 안의 모든 벌과 나비를 죽여라!”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신하와 백성들은 모두들 왕의 명령에 충성했을 뿐이다. 벌과 나비가 모두 사라지자 나라 안의 식물들은 더이상 열매를 맺지 못했고 곧 엄청난 식량난이 발생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약탈을 위해 무리한 전쟁을 일으켰고 그래서 망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