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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3 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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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난리가 났다. 이걸로 벌써 두번째였다.
한달 전, A의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공동묘지에 매장된지 3일째 되는 날에 일어났다. A는 전날 아버지가 자신을 꿈을 꾸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앞에 녹색 도깨비불이 보이는게 아닌가? 도깨비불은 따라오라는듯 흔들리더니 A를 이끌었다고 한다. 홀린듯 따라가보니 놀랍게도 3일전 묻힌 아버지의 묘지가 아닌가? 깜짝 놀라서 살펴보는데 땅 속에서 쿵 쿵 하면서 미약하지만 무언가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A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서둘러 묘지를 파헤쳐 아버지의 관을 열었고 놀랍게도 돌아가셨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
그리고 얼마 전, 한 불행한 신혼부부가 드라이브를 하다가 미끄러져 깊은 호수에 빠졌다. 누군가 발견해서 신고하고 구조대가 왔을때는 이미 빠진지 두 시간이 더 지나있었다. 시신을 건져냈을 때 두 사람이 껴앉고 죽은게 드러나 모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이 마지막까지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던 부부는 공동묘지에 함께 매장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강아지와 산책하다 묘지를 지나던 아줌마가 무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고 곧 다시 파헤쳐졌다. 믿기 힘들지만 두 사람 다 살아있었다.
이 두 사건으로 마을은 하루종일 떠들석했다. 정말 아주 가끔 실수로 살아있는 사람을 묻는 일이 일어나기는 한다. 하지만 한달 사이에 두 번이나 이런 사고가 난다는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부부의 마지막 장례 예배를 주관했던 목사는 마지막 사망확인서를 작성한 의사가 제대로 사망확인을 하지 않았고 일단 매장하고 보는 사이비 단체 회원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는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변호했다. 자신은 틀림없이 모든 체크를 했고 부패가 진행되는것까지 확인했다고, 자기 말고 다른 의사가 검사했어도 죽은게 확실하다고 했다. 물에 두 시간동안 빠져있었는데 살아나는게 말이 되는가? 그것도 두 사람이? 이것도 일리가 있었다.
수많은 말이 오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가 허술하게 검사했다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3일만에 돌아온 예수님이 있긴 하지만 이 특별한 존재 외에 다른 예외는 없었다. 모두가 살아있는 사람을 묻었던 의사를 비난했고 의사는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누구보다 죽은사람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었다. 만에 하나 가사상태였다는 기적도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본 시신은 이미 부패하고 썩어가기라는 자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예수라 해도 살리는게 가능할리 없었다. 아니, 설마.
한 달 후, 불행하게도 이 마을에서 사람이 또 죽었다. 꼬마아이가 어두워질 때까지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공이 차도로 튀었다. 공만 보고 쫓다가 오는 차를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꼬마는 머리를 제대로 부딪혔고 뇌진탕으로 즉사했다. 의사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죽은게 틀림없다. 하지만 의사는 다른 사람들을 불렀다. 동료 의사와 경찰, 목사까지 불렀다. 그리고 시체를 모욕할 정도로 건드려가며 죽은게 틀림없음을 확인시켰다. 사람들은 의사의 행동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았기에 꼼꼼히 점검했고 그들도 사망을 인정했다. 호흡과 심장은 멈췄고 피를 많이 흘려서 창백하다.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다.
꼬마도 공동묘지에 묻혔다, 아니 아직 묻히지는 않았다. 의사가 나서서 매장을 완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의사는 아직 사망을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딱 3일만 두고 보자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특히 죽은 아이의 부모는 더 심하게 화를 냈다. 아이가 죽은것도 슬픈데 그 죽음을 가지고 장난해? 의사는 장례식 비용의 10배를 주면서 겨우 설득하고 진정시켰다. 사람들은 물러났지만 의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두 번 잘못하더니 정신이 나간 모양이지.
꼬마의 시신은 묻히지 못하고 관에 갇힌 채 파여있는 묫자리 옆에 눕혀졌다. 의사는 먹을것을 챙겨 묘지로 갔다. 꼬마의 관이 잘 보이는 곳에 숨어서 노숙을 하기 시작했다. 묘지기를 고용해 함께 꼬마의 묘를 감시했다. 낮에는 꼬마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왔다가 아직 묻히지 않는걸 보고 깜짝 놀라며 의사를 욕하고 지나갔다. 밤에는 의사와 묘지기가 캄캄한 관을 돌아가며 밤새도록 지켜봤다. 둘은 3일동안 꼼짝않고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3일째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돈을 받았지만 3일동안 노숙하느라 지쳤던 묘지기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임시로 달아놓은 천막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잠깐.”
의사가 서둘러 묘지기를 깨웠다.
“이 소리 들립니까?”
아직 피곤한 묘지기가 하품을 하며 귀를 기울였다.
“빗방울이 관을 때리는 소리네요.”
“아니. 잘 들어보시오.”
통-통-
묘지기는 잠이 번쩍 깼다. 둘은 서둘러 달려갔다.
건드리지 않은 관뚜껑이 혼자 저절로 열렸다.
아이가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