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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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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
해당 설화에 대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바에 따르면, 김유신의 여동생 중 언니인 보희가 '서라벌 남산에 올라가서 소변을 봤는데 그 소변이 서라벌 시내에 가득 차는' 꿈을 꾸었다고 동생인 문희에게 이야기를 함. 보희는 남사스런 꿈을 꾸었다며 안좋아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문희는 범상치 않은 꿈임을 알아채고 언니에게 비단치마를 꿈값으로 주며 꿈을 삼.
이후 김유신이 김춘추를 데리고 집에 놀러와서 축국을 하며 놀다가 김춘추의 옷이 뜯어짐. 그 때 김유신이 보희에게 김춘추의 옷을 꿰매주라고 시켰는데 보희는 몸이 불편하다며 나서지 않았고, 대신 문희가 김춘추의 옷을 기워주게 되는데, 그러다가 김춘추와 문희가 눈이 맞아버림.
이후 문희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김유신은 결혼 안한 처자가 임신을 했다며 노여워하여 문희를 기둥에 묶어 장작더미를 쌓아 놓고 불을 질러버림. 그런데 마침 그날이 선덕여왕이 산에 올라가서 서라벌을 살펴보는 날이었는데 김유신의 집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고 저게 뭐냐고 물어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고, 옆에서 수행하던 조카 김춘추에게 얼른 가서 문희를 구하라고 시킴. 이후 둘은 결혼하게 되고 훗날 김춘추가 왕이 된 후 문희는 정실인 문명왕후가 되어 아들을 다섯 낳음. (그중 하나가 우리가 아는 문무왕)
여기까지가 역사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고, 여기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김유신이 왕족이었던 김춘추와 혈연관계를 맺게 하기 위해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임. 일단 김춘추의 옷이 망가지자 자신의 여동생을 굳이 내세워 옷을 기우게 한 일이며, 이후 둘 사이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을 파악한 후에 김유신이 계속해서 김춘추를 자기 집으로 불러서 같이 놀았다고 하는데(김춘추도 문희에서 맘이 가 있어서 이를 마다할 리 없었고...) 결국 김유신은 김춘추를 집에 놀러오게 해서 둘이 친해지는 것 외에 김춘추와 자신의 여동생이 정이 깊어지게 만드는 두가지 효과를 노린 것임.
이후 문희가 임신한 후 김유신이 문희를 불태우겠다며 장작더미를 쌓아 놓고 이를 불태우고 난리친 것도 액션일 확률이 매우 높음. 문희가 김춘추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을 몰랐을 리 없는 김유신이 문희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 모를 리 있겠음? 게다가 불지르고 어쩌고 난리친 날도 바로 마침 선덕여왕이 남산 올라가는 날임. 이건 100% 노린 거라고밖에 할 말이 없음. 김유신 집에서 연기가 나면 선덕여왕이 저게 뭐냐고 물을 것이고, 내막을 알게 된 선덕여왕이 여자 입장에서 문희를 구하려고 할 것이 확실한데다 김춘추한데 '야, 니가 아이 배게 했으면 니가 책임져라' 라고 김춘추에게 할 확률이 아주~~~~~높아질테니 말 그대로 '왕족과의 결혼을 여왕이 인정'하게 하는 시츄에이션이 되어버리는 것임. (그리고, 진짜 태워죽일꺼였으면 김춘추가 문희를 구하러 오기 전에 벌써 상황 끝났을 텐데, 이걸 굳이 김춘추 올 때 까지 놔두고 있었다는 것만 해도 빼박임.)
그리고, 이걸 역사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면 김춘추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신라 왕실의 거의 로얄패밀리에 속했던 반면(진골이었으나 거의 성골에 가까운 진골이었음. 결국 신라 역사상 최초의 진골 출신 왕이 됨), 김유신의 집안은 금관가야계로 과거 금관국 왕족이었다 신라에 항복하여 진골로 편입된 어찌보면 곁다리 방계 귀족이었음. 이 두 집안간 혼인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어디서 감히~' 라며 기존 왕족들의 반발이 심했을 것이 불보듯 뻔했을 것임. 그러다 보니 둘의 결혼은 여러 역경과 정치적 술수 등이 난무했을 것이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저 위의 설화로 구현되었을 가능성이 높음.
재밌는 것은, 이 설화와 완전 똑같은 설화가 고려사에도 나옴. 고려 태조 왕건의 조부인 작제건의 어머니가 산에 올라 오줌을 쌌더니 온 세상이 은빛으로 변하더라는 언니의 꿈을 산 후, 어느날 당숙종이 집에 찾아와 옷을 꿰매달라고 했는데 언니가 마침 코피가 난 사이 당숙종의 옷을 꿰매 준 후 눈이 맞아 결혼해서 작제건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나옴. 역사적으로 볼 때 왕건의 선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와중에 신라 시대의 설화를 갖다가 붙인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