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6
2009-02-22 18:26:24
2
뭐..님//
기술전문가가 자기 기술에만 매진한다는 의미는, 오타쿠마냥 주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한 채 자기 일만 파고든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실무 작업자에게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입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예술을 하는게 아니라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거니까요. 제가 말한 기술전문가를 천시한다는 말의 뜻은, 일의 진행에 있어서 기술전문가의 의견을 거의 듣는 일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할때 가장 중요시 되는것은 '사업논리'입니다. 당연한거 아니냐구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채 사업논리를 열심히 부풀려봤자 헛된 망상에 불과해질 뿐입니다. 우린 앞으로 MS오피스 같은 오피스 툴을 개발하겠다, 우린 앞으로 Adobe 포토샵같은 그래픽 편집 툴을 개발하겠다. 네, 사업논리입니다. 실제 그 시장에 틈이 보이고, 어느기간안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훌륭한 사업기획이 될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현재 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인력, 기술력, 자금으로 가능한 일인가를 따져보지 않는다면 이건 뭐 백수가 집안에 들어앉아 나한테 100억만 있다면~하는거랑 다를게 뭐가 있겠습니까? 말로는 누가 삼성 회장 못해먹겠냐구요. 물론 제가 과장된 예를 들었으니 저정도로 정신나간 기획을 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부분의 기획이 영업논리/사업논리에만 치중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 실무 기술자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으니까요. 실무 기술자들의 인원, 능력, 일정 등을 깡그리 무시한채 기획안을 '투하'해놓고 기술자들의 나태함을 탓합니다. 문제는 이런식의 무대포 기획들은 결국 무늬만 대충 맞춘 허접한 결과물을 급하게 급조해낼 뿐이란 겁니다.
기술전문가들의 의견은 그저 '신기술 써보고 싶어 안달난 철부지의 투정'쯤으로 취급하면서 자신들은 '대단하고 실용적인' 사업논리로 실제 가능하지도 않은 꿈같은 이야기들을 하고있고, 그것이 결국 시간에 쫓겨 대충 만들어진 엉터리 결과물로 돌아오는 악순환... 이건 결국 기업입장에서도 좋을게 하나 없는 겁니다.
제가 말한 기술전문가에 대한 의견은, 남일은 내 알바 없고 내 일만 하면 그만..이란 말이 아니라, 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갈고 닦아 회사의 진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일을 함에 있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 커뮤니케이션 능력만으로 살아남고 진급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는거죠.
기술전문가, 즉 그 분야의 장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절하게 이용하기는 커녕 완전 무시한채 부품조각 쓰고 버리듯 기술자를 대우하는 현실에선 기술자 개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지 않냐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ㅁㅁ님한테도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요, 저 또한 스스로는 나태하면서 사회탓만 하는 태도를 편들어주고픈 마음은 없습니다.(그리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하다는걸 알기에 내 변명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하지만 현실이 엿같으니 막 살면 안 되듯이, 엿같은 현실을 무시만 해서도 안됩니다. 하루 한시간씩 자며 십여년간 수억의 빚을 갚았다는 분의 감동적인 사례에는 저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그러한 끈기와 긍정적인 마인드는 분명 배울만한 점이죠. 개개인도 긍정적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는것이 면죄부를 받지는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 열심히 사는 사람일 수록 '나만 성공하면 그만'이란 생각을 가지면 안된다는 겁니다. 나는 비록 엿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이만큼 힘들었지만, 내 친구, 내 형제, 내 자식들은 좀더 나아진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잘못된 현실의 문제점에 관심을 가지고 고치려 노력하는 것, 제 생각엔 이거야 말로 진정 긍정적이고 발전적 태도가 아닐까 싶네요.
남들보다 열심히 부지런히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일입니다.
남의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 더 열심히 살아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존경받을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넌 왜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느냐'고 잘못을 물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운 자의 죄가 덮어지는 것도 아니구요.(그의 잘못은 그걸 대신 덮어쓴 사람이 그냥 넘어간다고 해서 사라지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경제, 정치구조를 바꿀 힘이 쥐뿔도 없다고 하셨나요? 죄송하지만 전 그럴 힘이 있습니다. 전 민주공화정인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이고 제 손엔 작고 보잘것 없지만 이 것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 쟁취해 주었던 소중한 종이 한장이 쥐어져있습니다. 비록 지난 두번의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겨우 그걸로 좌절하진 않습니다. 제 손에 쥐어진 종이 한장이 우스워 보이시나요? 적어도 ㅁㅁ님이 민주시민이라면 이걸 보면서 '그럴 힘은 쥐뿔도 없다'고 비웃으실 수 없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앞에서 긍정적이네 발전적이네 하는 단어를 언급하시면 안될테구요.
제가 말한 실업난의 대안은 지금 당장의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경기부양책따윌 남발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 원인을 짚어야 하고, 그것들을 고치기 위해선 5년 10년 훨씬 먼 미래를 보며 꾸준히 고쳐가야 하는 것들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이게 너무 뜬구름잡는 이야기 같아보이나요? 아니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보시나요? 하지만 전 그런것들이 충분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미약한 힘이지만 제 힘을 보탤수 있다면 보태고, 고민할 수 있다면 고민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런 제게 지금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태도를 가르치시겠다구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의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민하고 찾아서 고치고 말겠다는 제게, 현실은 엿같으니 그냥 맞춰 살자고 하시는 분이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