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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1 06: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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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님이 지적하신 그런문제때문에 결국 민노당에서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왔죠.
진보는 스스로 분열하다 무너진다는 경험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 친북계 성향인사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도 어쩔수 없이 뭉쳐있었습니다만 결국 지금 무너지더라도 미래를 위해선 갈라서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 진보신당이었고,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껏 쌓아온 진보정당의 인프라를 한순간에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결정한 것이 민노당에 남은 진보 정치인들의 뜻이었겠죠.
누구라도 틀린건 아니라고 봅니다.
현실보다 양심을 더 중시여긴 진보신당은 결국 총선에서 완전 듣보잡 취급을 받으며 노회찬씨, 심상정씨 같은 진보정치인들의 두 거목마저도 패배해버렸고, 진보의 정체성을 의심받을수 있을 위험을 감내하고도 양심보다 현실을 택한 이들은 민노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해 그나마 서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 역시 민노당을 지지하면서도 늘 꺼림칙했었던 것이 차라리 대패하고 재야인사 집단이 되어버렸을지언정 마음놓고 지지할 수 있는 진보신당으로 마음을 옮기긴 했지만 지금 국회 안에서 민노당이 해주고 있는 역할마저 부정하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총선은 진보의 패배라기 보다는(대한민국에서 진보는 선거에서 단 한번도 이겨본적이 없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진보라고 어디서 주워듣고 그리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진보/보수의 의미부터 다시 공부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수구 매국세력에 의한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의 크나큰 손실이었기에 굳이 진보세력만이 피해를 입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가리지 않고 민주공화정 자체가 커다란 위험에 처한 상황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진보의 암흑기라기 보다는 새로운 발전을 위한 휴식기라고 보입니다. 진보신당을 만들고 지켜가는 이들의 결단이 있었고, 총선 패배의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1년가까이 살아남아 있습니다. 어차피 앞으로의 지옥같은 4년을 견딜 생각을 하면 굳이 희망을 접을 필요가 있을까요?
제 소견을 말하자면, 진짜 진보는 패배할지언정 낙심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진보는 승리할 수 없는 세력입니다. 진보가 승리하면 그들이 곧 보수가 되고, 그들에 맞서는 또다른 진보가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진보는 특정인물이나 특정 정당으로 대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가 실패를 하든, 혹은 성공을 해서 권력을 잡든 그 순간 진보의 바통은 또다른 핍박받는 누군가에게로 넘어가는 것이니까요. 지지할 정당도 지지할 인물도 없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힐 여유도, 이유도 없습니다.
아직까지 숨어있는 수 많은 인재들이 있고, 지금은 그들을 가지고 누가 대통령감이고 누가 저격수감이고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할게 아니라 한명이라도 더, 국회 회의장 안에서 자기 생각이 아닌 우리 생각을 대신 말해줄 사람을 국회든 정부든 정치권 내에 밀어넣어줄 생각을 하는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ps)어쨌든 이정희 의원 멋지네요. 솔직히 방송탄압법, 집회탄압법, 금산분리법 등등 말도 안되는 악법들을 보자면 피가 거꾸로 솟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게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일텐데도 저리도 침착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능력이고 자질입니다. 정치인으로서는 더더욱 말이죠. 이처럼 막장으로 달려가는 암울한 세태에서 그래도 믿고 지지할만한 정치인을 하나 더 알게 된 것 같아 훈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