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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2 14: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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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뭐 모르시나본데 '집회, 시위'도 민주적 의사표현의 한 방법입니다.
민주공화정의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가 뭘까요? 집회를 '통보'가 아닌 '허락'받고 해야하는 나라는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이런 집회 자체를 온갖 법으로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더 말도 안되는 법을 만들어 원천봉쇄하려 들고, 집회를 여는 데 저리도 비겁한 방법으로 치졸하게 틀어막고 집회 해산하는 인파를 몰아붙여 검거하고... 과격시위를 만들고 있는건 결국 저들입니다.
작년 촛불집회에서 밤새 축제분위기의 평화시위를 펼쳤을때,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이 되자 차도 점거를 풀어야한다는 논리 하나로 진압대가 들이닥쳤죠. 물대포를 앞세워서요. 시위중에 부상자가 생기면 그 부상자가 시위대이든 전경이든 가리지 않고 엠뷸런스를 부르고, 자발적으로 그 길을 터주었던 시위였고, 방패 빼앗긴 전경 둘이 방패 달라고 시위대 안으로 걸어들어왔으나 누구도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이미 돌려줬으니 돌아가라고 웃으며 말했었던 시위였습니다. 책임자가 나서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해산해달라 부탁했으면 충분히 말만으로 원만하게 마무리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저들의 대응은 틈을 봐서 밀어붙인 강경 진압이었죠. 아직도 그 전경들의 공포와 광끼에 질린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저도 군대에 갔다왔고, 명령에 등떠밀린 군인의 심정을 잘 알기에, 우릴 적으로 보고 공포와 적의에 사로잡힌 그 눈빛들을 보니 저 또한 무섭고 슬프더군요. 아이들과 여성분들을 만류해 뒤로 물린 뒤, 남은 남자 시위대들 중 맨 앞에서 차가운 방패에 부딛히고나서 잔뜩 겁먹은채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무기도 없고, 아이들, 여성분들도 많은, 시위 처음 나와본 일반 시민들의 대다수인 사람들이다. 반항할 힘도 없고, 밀어붙이면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천천히 우리 발로 뒤로 물러나줄테니 폭력쓰지말고 사고나지 않게 급하게 밀어붙이지만 말아달라... 와중에 뒤에서 누군가 물통을 던지고, 전경들도 그에 대응해 뭔가를 던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질 뻔도 했으나 그쪽 책임자와 우리 시위대간에 대화를 통해 조금씩 대화가 이루어지고 다치지 않게끔 조심조심 뒤로 물러나는 분위기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때 물대포가 물을 뿜더군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물 맞고 땅바닥에 구르는 시위대와, 정신없이 도망가다 이들과 뒤엉켜 넘어지고 부상입는 사람들,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여 전경에게 저항하는 사람들, 겨우 진정되어 있던 전경들마저 다시 흥분해 부상당하고 쓰러진 사람을 두들겨패고 끌고 가고...
희미하게 생겨나던 희망... 전경들도 사람이다, 그들과 우리가 서로의 공포를 교감하며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그 희망의 순간이 전경들 뒤에 비겁하게 숨어있던 이들의 차가운 물대포로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그 순간의 절망감을 아십니까? 느껴보셨습니까? 저 또한 과격시위에 반대하고, 폭력시위로 누군가가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는걸 즐겨하지 않습니다. 아니, 즐기긴 커녕 마음이 찢어지고 피가 끓어오르고 스스로고 창피하고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위가 과격해지고 폭력적으로 가는 것을 무조건 시위대 탓으로 돌리지는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작년 평화시위에서 좌절을 맛봤고 희망이 꺾이는 순간을 봤으며, 한계라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누군가는 시위에서 관심을 접었고, 누군가는 과격하게 변해갔으며, 누군가는 여전히 평화시위를 유지하고 있죠. 그리곤 서로를 욕합니다. 떠난 이들은 자조적인 비웃음으로, 아무 소용도 없는 짓을 계속한다고 다른이들을 비웃고, 과격한 이들은 온건한 이들더러 비겁하고 무능하다고, 온건한 이들은 과격한 이들더러 방식이 틀린 폭도들이라고 욕하죠. 하지만 누구의 방법이 더 맞고 틀렸을지는 몰라도 서로를 욕할 문제는 아니라고, 그리고 서로를 욕할 자격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격한 시위를 한다고 해서 폭도로 몰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손놓고 있는 동안 국회에서는 평화집회조차도 틀어막는 악법이 계류중입니다. 다시는, 작년과 같은, '축제같은' 평화시위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평화적 시위에서 단지 구호 몇번 외치는 것만으로, 소음이 심하다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손배청구가 날아들지도 모르며, 광화문을 수놓았던 수많은 촛불의 물결들도 단지 '허용시간'몇분 넘겼다고 군홧발 아래 개끌리듯 끌려갈지도 모릅니다. 이 상황에서 마음 급해진 이들의 과격 시위를 폭도니 선동이니 함부로 이야기할 자격은 없지 않을까요.
시위가 격해지는건 평화시위조차 탄압하려드는 현 정권의 비민주적 행태에 기인한 필연이라고 말한 것 뿐이지, 저 또한 그것을 옹호하거나 선동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분명히, 그리고 똑똑히 보십시오. 과격시위를 우리가 선동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저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죠.
처절했던 광주의 항쟁도, 평화적이었던 6월항쟁도, 모두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화 과정이었고 역사였습니다.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이 그른지 판단할 문제도 아니고, 판단한다고 해도 우리가 할 몫도 아닙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선택된 방법이고, 폭압자들의 폭정에 따라 선택된 방법이었습니다. 함부로 폭도 운운하지 마십시오.
프락치가 염려되십니까? 새벽녘 차가운 전경방패가 손과 볼에 닿은 상태에서 공포에 질린채 대화를 시도해 서로서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등뒤에서 돌맹이와 물통이 전경쪽으로 날아들때, 그 공포와 절망을 아십니까? 겨우 흥분 가라앉히고 대화하던 전경이 "씨발 니네가 먼저 폭력쓰고 있잖아!"광끼에 휩싸여 고함을 지를때 그 공포감을 아십니까? 저 또한 프락치의 존재도, 과격시위가 평화시위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평화시위가 숨쉴 공간조차 없어져가는 지금, 처절한 심정으로 모여든 저들을 그저 팔짱끼고 앉아 더러운 폭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은 모습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