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6
2010-05-19 00:04:09
10
저도 이번 선거에서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까 고민중인 진보신당 지지자입니다.
하지만 진보신당이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욕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혁주의자들이나, 건전보수주의자들이 언제 진보에게 관심이나 가져줬었다고 지금와서 진보의 표를 공으로 내놓으라 말하는 겁니까? 진보가 필요할때 불러다 표나 뺏어먹고, 필요없어지면 버리는 대상입니까? 그런 식이라면 진보이자 좌파인 저는 건전보수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겁니다.
지금 단일화를 이야기하시는 분들 중, 후보단일화가 무엇인지 본질적으로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진보신당을 욕하지 못할겁니다. 후보단일화와 연합이라는 것은 결과론적으로는 대표 후보 한명을 선출 하는 것이지만 그 대표를 배출해 낸 정당이라고 해서 나머지 정당연합을 모조리 삼키고 장악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절대로 절대로 아닙니다.
후보 단일화화 범야권 연합을 만든다는 것은 서로의 정책을 섞고 혼합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보수와 진보는 노선 자체가 다릅니다. 이 둘이 연합을 하려면 보수적 공약과 진보적 공약이 서로 어느 부분은 양보하고 어느 부분은 고수하며 피터지는 협상과 토론을 거쳐야만 가능한 문제입니다. 헌데 보수끼리 연합하는데에도 이토록 오랜 시간을 잡아먹어놓고선 이제와 진보와의 연합을 선거 며칠 앞두고 날로 먹으려 들다니오? 게다가 보수쪽 후보가 단일화 대표가 될 확률이 극명하게 높은 상황에서 '니네가 독자 노선 고집하면 모두가 패배할 뿐이다'라며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다니요. 그럼 이것이 파시즘과 다를게 무엇입니까?
진보에게 오래전부터 손을 내밀고 진보의 공약과 정책을 받아들여 서로가 양보할것은 양보하고 고수할 것은 고수하고 하는 그런 과정을 다 무시하고 이제 와서야 '시간없으니까 무조건 내 밑에 들어와라'라고 강짜를 부리는 태도는 그 자체로 이미 '건전' 보수의 틀을 벗어난 파시즘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 진보가, 건전 보수도 아닌 파시즘에게 '굴복'하고 '밑으로 굽히고 들어가야'할 하등의 이유가 무엇인가요?
진보는 그 누구와도, 그 어떤것과도 타협하지 않기에 진보인 겁니다. 이 정체성마저 손상 받으면서까지 양보와 타협을 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보수는 도대체 무슨 양보를 하였던가요? 그냥 우리가 지지율 더 높으니 우리가 장 먹고 니네가 우리 쫄따구나 해라...라는 논리에 무슨 명분이 있는건가요? 애당초 보수와 진보라는 극명하게 다른 노선 둘이 연합을 하는 험난한 과정에서 '지지율이 깡패'라며 위압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만 보였을 뿐, 지지율이 높은 정당으로서 모범과 양보심을 보이지는 않아놓고선 이제와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만 대봤자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먼저 나서서 손을 내밀고 토론을 벌여도 모자란 시간인데 니네가 우리 밑으로 꿇고 들어오지 않으면 다같이 진다는 핑계만 내세워 봤자 진보가 자기 정체성마저 부정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릴 하등의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저처럼 이명박정권을 심판할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는 진보신당 지지자도 있고, 자신만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려는 진짜 진보주의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들은 자신의 사익과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들입니다. 그 신념들을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는 겁니다.
뒤집어 생각해보세요.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할것이라 생각해 독자노선을 고집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지금 이렇게 '강짜' 부린다고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생길거라 생각해 정치적인 이유로 강짜부리는거라 생각하십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왜 그렇게 이해못할 고집을 피우는 걸까요. 고집부려봐야 자신의 신상에 하등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건전보수인 노무현에게 진보가 힘을 실어줬지만, 결과적으로 진보에게 되돌아온 이익은 무엇이었나요?
노무현 건전보수정권 수립에 있어, 수구 매국 세력 척결이라는 과제의 시급성 때문에 진보세력이 힘을 실어줬던것을 무시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근데 그래서 진보에게 돌아온 이익은 무엇이 있나요? 진보의 노선과 신념과 공약과 정책을 무시한 채 상황이 급하니 무조건 자기네 밑으로 들어오라는 식의 단일화 요구는 파시즘에 다름 아닙니다. 거기에 우리 진보가 굴종해야할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보수의 승리로 인해 그나마 진보가 활동할 숨통이 트였다고 말씀하시지만, 역사적으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419도 518도 6월항쟁도 모두 진보가 흘린 피 값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건전보수가 활동할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진보주의자들이 나이를 먹으며 건전보수의 길로 들어선 겁니다. 비록 지금은 행색이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누구도 진보의 고고한 자존심을 현실적 이유를 위해 꺾으란 말을 그리 쉽게 할 수는 없는겁니다. 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건전보수가 파시즘과 제2의 독재가 아닌 건전보수로 남고 싶다면 진보를 욕하지 마세요. 진보를 이해해달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건전보수와 진보는 노선의 차이일 뿐 둘 간에 선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진보를 단순히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해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욕은 하지 마세요. 그런 이유를 가지고 진보를 억누르고 잡아먹고 짓누르려 드는 순간, 건전보수는 더이상 건전하지 못한 파시즘으로 전락하고 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