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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15: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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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과는 별개로 이라크 전쟁에 관한 재미난 설도 있더군요.
테러와의 전쟁이 명분이었다면 이라크 스스로가 끝내 부정하고(결국 그 정체도 드러나지 않은채 끝난) 대량 살상무기 억지를 쓸게 아니라 대놓고 '보소 나 핵무기 만들고 있소' 광고 하고 있는 북한도 있는데, 왜 하필 미국은 그런 명분도 없는 전쟁을 해야 했을까요?
이 가설은 미국이 사실 군사적으로는 최강대국이라 할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을 파고 듭니다. 미국이 지닌 부채가 어마어마한데, 이를 버티고 유지해나가는 원동력이 바로 석유거래를 달러로만 하도록 제한시켜둔 제도입니다. 어쨌거나 석유는 개도국에서 선진국까지 모든 나라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여야만 하는 자원이고, 따라서 모든 나라들은 좋든 싫든 석유를 거래하기 위한 달러를 일정수준 이상 보유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죠. 이는 미국이 달러를 대놓고 막 찍어내 유통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 되며, 결국 석유를 사용하는 모든 나라들이 미국의 빚을 대신 떠안고 가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석유가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거래가 되게끔 된다면 어찌될까요? 달러의 지위는 폭락하고, 이는 미국 경제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힐 위험요소가 됩니다. 이미 그러한 것을 노리고 준비중인 곳도 많은 상태이구요. 그 대표주자는 당연히 EU, 유럽연합입니다. 유럽 강대국들과, 이들과 손을 잡은 여러 나라들이 석유 거래를 유로화로도 할 수 있게끔 도전해오는 과정에서 후세인이 이에 동조하고, 후세인의 이라크가 주도하여 유로화만으로 거래가 가능한 새로운 석유거래 창구를 만들려고 하다가 이것을 참을 수 없었던 미국에게 침공당했다...는 가설이죠.
뭐 이것도 가설일 뿐이고, 미국쪽 전문가들의 '석유 거래 통화가 바뀐다고 한들 미국이 뭐 그리 큰 타격을 입는줄 아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글쎄요. 석유거래를 달러 이외의 통화로 가능하게끔 된다면 미국이 입을 타격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란 건 사실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가설이 나오는 배경에는, 미국이 (아프간이나 이라크 침공처럼) 너무나도 허술한 명분이라 국제적인 동조를 얻지도 못할만한 전쟁질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위기'를 탈피하고자 하는 급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군사적 최강대국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배튕기며 전쟁놀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망하지 않기 위해, '내가 죽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남을 죽이는 살육질'을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는 거죠. 뭐 물론 위의 가설이 진짜였든, 아니면 다른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든 아직은 그렇게까지 심한 위기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EU의 거센 추격과, 이에 대한 러시아/일본의 동조 움직임, 어마어마한 달러량을 보유하고 미국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의 변수 등등 향후 미국의 패권주의를 위협할 요소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이나 그에 도전하는 이들이나 어차피 패권주의에 물든 '제국주의 망령'들임에는 다를게 없으나, 문제는 그들끼리의 다툼이 격화되었을때 미칠 영향은 전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겪어야 할 일이란게 문제죠.
우리는 미국이 국제정세 흐름의 중심이고, 균형을 맞춰주는 세상에 사는것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국제적 '경찰'이라거나 '절대 선'의 존재가 아닌 그저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강대국 중 하나에 불과하지 않죠. 예전 냉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미국 주도하에 선전된) 망해가는 공산국가 중 하나가 너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핵미사일이라도 쏘면 세상이 어찌될까...를 걱정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쩌면, 경제적으로 막장에 치달은 세계 군사최강대국 미국이 "이왕 죽는거 혼자 죽을 수는 없다"며 그 막강한 군사력으로 아무놈이나 막 침공해서 먹어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라크 침공이 남 일 같나요? 미국이 이라크 먹는게 뭐 별 일 아닌 것 같나요? 이라크가 잘못했으니 미국한테 먹힌거라구요? (뭐 물론 후세인은 악당 독재자에 불과합니다만, 그걸 공격한 미국은 그럴 자격이 있는 정의의 영웅인줄 아십니까.. 똑같은 제국주의 악당놈들일 뿐이지..) 속 편하게 앉아서 '우리나라가 살려면 미국 말 잘들어야지~'하고 있을 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세계 열강들이 제국주의와 이기주의에 똘똘뭉쳐 자기네끼리 편갈라 싸우느라 전 세계를 전쟁통으로 만들어둔 역사의 악몽이 스물스물 재현될 조짐이 보이는 시대를 살고 있는 거니까요.
미국의 아무 명분없는 이라크 침공-점령이 그 시발점이 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