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0
2010-11-09 18:57:18
8
지식과 지성은 다른 것이고, 지식과 교양도 다른 것이다.
사람이 가진 지식의 양은 대체로 교육수준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성과 교양은 반드시 교육수준과 정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아니며,
가정교육과 자라나며 주위 환경 속에서 자연스레 배워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은 이가 교양도 갖출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좋은 교육 과정'의 길에만 '좋은 교양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불합리함에서 기인한 것 뿐이지 교양과 지성은 애당초 교육과정을 통해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식의 양으로 보자면 좋은 교육 코스를 좋은 성적으로 이수해낸 대가로
의대생 타이틀을 획득한 이가 전문대생 보다 더 많은 양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문대생이라 해서 무조건 지성도 교양도 갖추지 못했으리라는 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의대생이라 해서 무조건 지성과 교양을 갖췄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 글을 썼던 의대생은 스스로를 지성과 교양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듯 해 보였지만,
사실상 그가 자랑한 것은 자신의 방대한 지식의 양일 뿐이지,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철학에 대해 논할 줄 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신의 지성과 교양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철학자의 이름과 그들의 대표적인 멘트들을 줄줄 읊을줄 모르더라도
소박한 언어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깊이를 논할 줄 아는 것이 지성이고,
유명한 화가와 그들의 예술사에서의 의의 같은 것들을 줄줄줄 뱉어낼 줄 모르더라도
무엇이 아름다운가, 그것이 왜 아름다운가를 논할 줄 아는 것이 지성이다.
지성과 지식은 그렇게나 다른 것이다.
또한 지성과 교양은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고 넘겨짚어 판단내리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인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이며
나와 다른 남을 내가 비록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그 사람만의 사정을 용인해주는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까의 그 글을 쓴 글쓴이는,
스스로의 교양을 깎아내리는 글을 쓴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기에 마음속에는 온갖 시커먼 생각들을 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혼자 삭이고 넘기느냐, 입밖으로 내 공개된 장소에 꺼내느냐의 차이는 극명하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고, '교양없다'라고들 말한다)
그 글쓴이는 글에서는 자신은 교양과 지성이 있고,
전문대생에겐 교양과 지성이 없을거라 단정을 지었다.
(실제로 둘 간 차이가 있다면 가진 지식의 차이와 보장된 장래의 차이 정도였겠지)
자신의 글이 스스로의 교양수준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치명적인 글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서.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글쓴이가 했던 말 중에, 어차피 상대방도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따져보지 않느냐고,
의대생인걸 알고 좋아하는 거 보라고, 결국 상대도 나를 조건으로 따지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마저 '사람을 조건만으로 따져 사귀는'
人外의 길을 가겠다는게 (사람으로서 이해는 해 줄 수 있을망정)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다만 "착각하지마, 너도 교양이고 지성이고 가진거 하나도 없구만 뭘"이란 말을 해주는게
뭐가 그리 이상주의적이란 소린지. 현실적이고 이상주의 적이고 나발이고를 떠나,
교양없는 글에 당신 교양없소라고 대꾸해준 리플러들이 뭐가 그리 잘못이란 말인가???
본인 스스로 되게 지성과 교양을 갖춘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보니 상처받고 글을 지운 모양이지만
애당초 교양도 지성도 다 내던지고 짐승같이 놀아보자는 글을 쓴건 글쓴이 본인이었던 것을...
ps)혹여나 아까의 글쓴이가 내 글을 본다면 칼돋힌 말에 너무 상처입지 말기를 바란다.
그 나이대에 교양과 지성을 갖추기란 원래 참으로 힘든 법이고, 그것들은 어느 순간
다 갖추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갈고 닦으며 배워 가는 것이니까.
20대 초중반인 글쓴이나, 30대 초반인 나나 어차피 한참 모자란 애송이들에 불과하겠지.
누군가를 편을 갈라 공격하고 비하하는 글을 적으면서도 본인은 대단한 지성인인양
말하는 것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독설을 쏟아냈지만서도, 아까의 그 질문에 대한
진심어린 충고를 하나 하자면...
아직 어린 나이니까 상대방 조건 이것 저것 재보지 말고 일단 이사람 저사람 만나보며 깨달아라.
계산하고 재고 할 나이는 한 10년 뒤쯤 올테니, 젊을때는 다른 생각 말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냥 열렬히 사랑해라. 거절하기도, 거절당해보기도, 앞뒤 안가리고 사랑에 미쳐 내달리기도,
실연에 상처입고 술독에 빠져보기도 하면서 그냥 감정에나 충실해라.
상대방 만나는데 조건 재고 계산해보고 싶다고?
물 불 안가리고 사랑에 빠져봤던 사람이야말로 그 계산도 잘하게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