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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7: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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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인 대상으로서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 사회적 경쟁자로서는 자기 자존심에 상처 안 줄 정도의 수준만 선호하는 듯 해서
>> 좀 씁쓸하네요
여기서 성급하게 결론내리신게 좀 있네요.
한국에서 남녀간의 불평등 문제는 사실 좀 복잡하고 복합적으로 꼬여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불평등 문제는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문제이지만, 사실 그건 남자만의 탓이라거나 여자만의 탓이 아니에요. 한국의 남녀불평등은 서구의 그것과 달리 남자가 여자에 비해 일방적으로 더 유리함만을 누리는 불평등이 아니에요. 가장의 권위를 강조함과 동시에 가장에게 막대한 책임감을 같이 떠안기는 유교문화의 특성상 한국의 남성들은 더 많은 '권리'를 누리는 대가로 훨씬 더 많은 '의무'도 같이 떠안아야만 합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결국 여성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 할 기회를 빼앗음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되찾는 것도 느리게 만들고, 비정상적이고 편중된 사회 구조가 마찬가지로 뒤틀린 사회 인식을 팽배하게 만들어 남녀 서로가 서로를 옭아매고 피해를 입게끔 몰아가죠.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사회 활동에 있어 많은 혜택을 받는게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남자는 그 받은 혜택으로 자기 가정, 자기 부모, 자기 부인, 자식들을 부양해야할 막대한 책임도 같이 떠안게 됩니다. 가정을 부양하는 책임을 남자에게 몰아서 떠넘기는 기형적인 '의무의 편중'이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남성 우대'에 근거를 제공하는 꼴이 되고 말죠. 결국 사회에서의 남자에게 편중된 혜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정을 부양할 의무를 남녀가 동등하게 짊어지도록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끝도없고 답도 없는 논쟁이 나오죠.
가정에서 부양의 의무를 여성더러 나눠짊어지자는 남자의 요구에 여성들은 '사회생활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이 그러한 의무를 어찌 감당하란 말이냐'고 대꾸합니다. 반대로 사회생활에서 남녀간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의 요구에 남자들은 '여성들은 가정을 부양할 의무를 강요받고 있지도 않잖느냐, 가정 부양의 의무를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남자들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는게 공평하지 않다'고 대꾸합니다. 둘 다 옳은 말이기에 어느 하나 양보될 수가 없죠.
결국 별개의 문제이자,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이기에 해결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몇 세대가 흐르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법 한 문제죠. 결국 누구나 어쩔수 없이 절충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기형적인 체제 안에 살고 있는 남녀 어느 누구도 일방적 피해자이거나 일방적 가해자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또 입으며 살아가는 '체제의 피해자'일 뿐이죠.
사회 경쟁자로서의 여성을 기피한다고 하셨지만, 사실 남성 대다수는 기피하기는 커녕 자기 일 똑바로 하는 여성은 환영하고 매우 좋아합니다.(이건 연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동료로서의 말입니다) 위에 말한 체제의 불균형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여성들이 '의무'도 덩달아 회피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죠.(이것 역시 그 여성 개개인을 탓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도 여성을 능력이 아닌 외모로만 평가하는 사회 체제 안에서 자라나고 배운 결과일 뿐이니까요) 똑부러지게 일 잘하고 능력좋은 여성에게 대부분의 남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냅니다. 성격마저 좋다면 매우 호감을 드러낼테고, 성격이 좀 차갑고 까칠하면 약간의 시기와 경외감을 보낼테죠. 능력좋고 실력있는 여성에게 이성적 호감을 가지는 이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의 남성들이 자기 애인이나 배우자인 여성보다 자신의 능력이 더 뛰어나길 바란다는 성향을 가진것은 물론 사실입니다(긍정적으로 발현되면 자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하는 쪽이 될테고, 부정적으로 발현되면 자기 연인의 능력을 질투하고 또 그런 자기 모습에 더 괴로워하고 이런 악순환을 하는 쪽이 될테죠) 하지만 그건 사회적으로 '가정을 부양하는 쪽은 남자여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보니 그런 식의 교육을 받고 자라나고 또 주위의 시선들도 그렇게 쳐다보고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 뿐입니다.
'한국 남자들 다 그런가요?'라는 제목이나, 마지막 줄의 은연중에 드러난 조금은 악의적으로 왜곡된 결론이 글쓴분이 한국 남성들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계신 것 처럼 보입니다만 한국에 실존하고 있는 남녀 불평등에서 남자든 여자든 결코 어느 한쪽이 일방적 가해자는 절대 아닙니다.
학벌, 스펙가지고 동성 친구 사귀는데에도 가리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성격들이 있는 반면, 그런거 애당초 별 관심도 없는 성격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본인이 거리낄게 없으시다면, 혹시라도 글쓴분보다 스펙이나 학벌에서 밀린다고 찌질하게 군 옛 남자가 있다해도 그냥 그건 그사람이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넘기세요. 간간히 이상한 사람들이 있을진 몰라도 표준적인 한국 남자들도, 표준적인 한국 여자들도, 이러쿵 저러쿵 말 들을만큼 이상한 사람들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