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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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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정당이 대선에서 a라는 공약을 내겁니다.
그래서 A당 후보가 당선이 되고 A당은 집권당이 됩니다.
근데 A당은 a공약을 지킬 마음이 없었고, 흐지부지 말 돌리다가 전격 취소를 해버립니다.
사람들은 A당에게 실망을 하고 a공약을 지키든, 혹은 거짓말 한것에 대한 책임을 지든 하라고 화를 냅니다.
그런데 A당의 차기 대권 주자가 또다시, 뻔뻔하게도, 당당하게, a공약을 다시 내겁니다.
사람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뭔가를 배울 줄 알아야 사람인겁니다.
한번 속은걸로도 모자라 두번 속아주면 그건 바보거나 호구이거나겠죠.
어찌 저리 저따위로 뻔뻔한 소릴 당당하게 하는 건지 진짜 기가 찰 노릇이네요.
왜 박근혜가 안되느냐고들 물으시는데, 이렇기 때문에 박근혜가 안된다는 겁니다.
일단 한가지 분명하게 말하고 넘어갈 것은, 2MB정권의 수많은 실정들 속에서 이번 동남권 신공항 게이트 건은 빼도박도 못할 또하나의 실정이란 겁니다. 동남권 신공항 공약 폐기에 대해서는 '검토해보니 부적합하더라'는 핑계따위 나와서는 안 될 사안입니다. 2MB는 이제 이쪽으로 핑계거리의 방향을 잡을 폼새인 모양인데, 그 말인즉슨 애당초 사전조사따위 전혀 하지도 않고 표나 좀 얻겠다고 엉터리 허언을 막 싸질렀단 소리니까요. '검토해보니 부적합한 수준'의 공약을 검토해보지도 않고 싸지른 뒤에 훗날 '그거 사실 아닌거 같더라'는 말은 의도적 거짓말로 밖에 볼 수 없는 소리니까요. 게다가 각 후보지 방문 조사를 결과발표 불과 며칠전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닥닥 해치웠다는 점도, 그나마 그 조사 한참 이전에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발 루머로 '백지화' 소리가 솔솔 흘러나왔다는 점도 애당초 신공항 폐지에 대해 자기네들이 암묵적 결론을 내려두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후보지 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단 거죠. 결국 표나 훔쳐볼 요량으로 말도 안되는 대형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 대가로 한나라당은 전통적 표밭은 영남권의 민심을 크게 잃고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박근혜가 못믿을 사람이라는 증거는, 바로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이명박 현 정권에 대한 박근혜 본인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박근혜는 한나라당에서 가장 파워가 있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 외부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우는 사람이구요. 이런 사람이, 현 정권의 거듭되는 실정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입지가 흔들리는 사태, 더 나아가 집권여당의 삽질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있는 사태에서 대체 뭘 했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칼을 뽑아 들려면 진작에 뽑아 들었어야 했습니다. 이명박을 반대하고 나서려면, 한나라당은 이제 이명박과 아무 관계없다고 딱 선긋고 물러나 침몰하는 이명박이 한나라당 전체를 붙들고 동반 침몰하지 않게끔 이명박을 '버리고 손털고 돌아서는' 행동을 진작에 했어야 했거나, 혹은 이명박 옆에서 힘을 실어주며 둘이 함께 갈데까지 가보거나...
이명박이 정치를 잘 했더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했겠죠. 열심히 힘을 실어주고 지원사격해주고 해주면서 국민들이 '아,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정치 참 잘하는 구나, 다음에도 한나라당 뽑아야지'하는 분위기에 슬쩍 편승해 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근데 이명박이 이거 뭐 실정도 이런 실정이 없이 배드락까지 뚫을 기세로 맹렬히 삽질을 하고 있으니 어이쿠 이거 그냥 놔뒀다간 나까지 동반 침몰하게 생겼구나 계산이 섰을 겁니다.
물론 '이명박 버리기'를 빨리 했더라면 박근혜에게도 부담이 컸을 겁니다. 친박을 위시해 줄 바꿔타기 기회를 노리는 철새들 좀 묶어 제 2 한나라당 창당을 하면 훗날 이명박호가 침몰한 뒤 한나라당 남은 세력 흡수해 안정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릴테고, 이명박에게 뒷통수를 날리고 독자노선을 타면 한나라당에서 가장 힘있는 원로가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긴 커녕 발빼고 자기 이익만 노린다고 욕도 많이 먹을테죠. 그러기에 그냥 미적미적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숨어지내다가 최대한 늦게, 레임덕이 무르익을대로 익고나면 그제서야 은근슬쩍 기어나올 속셈이었겠죠.(그리 본다면 이번 동남권 신공항 게이트도 이명박-박근혜 권력이동을 위한 쑈였을수도 있겠네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묻지마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근혜로 자연스레 갈아탈겁니다. "에이 이명박은 꽝이었네 하지만 걱정하지마 근혜공주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거야 엉엉" 하면서요. 나머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자기네 공약 뻥이었다고 터뜨려서 난리를 피워놓고 다음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그 공약 그대로 또 들고 나오다니 이건 무슨 개 뻔뻔한 코메디냐"고 생각할테고 말이죠. 뭐 물론, 전자의 사람들의 힘이 압도적으로 크기에 박근혜의 힘은 여전히 강대할거라 생각합니다.
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라니 정말 오늘의 유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