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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5 13: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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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문제에 대해 무조건 거품부터 무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간단하게 짚어두고 넘어가자면, 북한이 원하는건 북미 1:1회담입니다. 북한이 유일하게 대화에 목말라 있는 상대는 한국도 아니오, 중국도 아니오, 북한에게 제일 시급한 문제인 대북 경제봉쇄의 주체인 미국이죠. 핵지랄도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땡깡이며, 심지어 대남 무력도발 역시 한국을 상대로 벌이는게 아니라 미국더러 자기네 좀 보라고 하는 행동에 불과합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과 1:1협상을 꺼립니다. 6자회담이라거나,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을 다 끌어들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자간 협상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내려는 방식을 택하죠. 물론 그 테이블에는 북한편을 드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포함되어 있지만 핵문제라거나 북의 우방국들도 마냥 북한편만을 들 수는 없는 사안들이 많기에 이쪽이 미국에게 훨씬 유리하죠. 게다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과의 '밀담'이 아닌 공식적이고 국제적인 협약으로 공인될 수 있으니까 모양새도 훨씬 좋아 보이구요. 결국 북한과 미국이 바라는 것이 다르기에, 둘 다 상호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맨날 티격태격 싸우는거죠.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둔 채 대화할 수 있게끔 말이죠.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 한국은 북한에게도 미국에게도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그나마 미국쪽에서는 6자 회담의 들러리, 빈자리 채우기용으로 한국을 고려해주기는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빼버려도 상관없는 요소일 뿐입니다. 미국에게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북한문제를 이야기할때 필수적으로 따라붙어야 하는 요소'가 아닙니다. 한민족이네, 원래 하나였다가 분단됐네 이런거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란 거죠. 그냥 미국과 북한의 외교전쟁에서 쓸만한 카드 중 하나일 뿐이죠. 이전 정권들의 대북정책을 북한 퍼주기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대북 문제에 대해 별다른 선택권을 가지지 못한 우리로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협상 테이블에 우리나라가 필수적으로 끼어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북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개발 등 경제 투자도 단순히 북한이 불쌍해서 퍼주는게 아니라 누구든 대북문제 이야기할때 우리 빼놓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지분 생성'과정이라는 거죠. 막말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면서 '남한 너넨 좀 짜져있어'그러면, '너나 닥쳐 우리가 북한한테 투자한 금액이 얼만지 알고 하는 소리ㅋ?'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는 얘기죠. 동시에 북한의 내부 사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남북간 핫라인(최소한 서로간에 진심을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함. 상대의 대화내용을 통해 의중을 분석/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루트이니까)을 유지하면서 뒤로는 슬금슬금 미국이 쥐고 있는 북한의 목줄을 우리 손으로 가져오도록 유도했었어야 했다는 거죠. 그래야만 북한이 우리 무시하고 미국 눈치만 보는 상황을 벗어나서 우리 한국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대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되면 대남 무력도발 같은것도 함부로 못합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걔네 목줄 못 쥐고 있는 호구 취급당하니 그렇지, 자기 목줄 쥐고 있는 상대에게 함부로 개길 수 있을리 만무하니까요.(다 죽자고 달려들지 않는 이상)
뭐 여튼, 요약하자면 북한은 애당초 한국따위 안중에도 없이 미국과 좀더 유리한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데 관심 있을 뿐이고, 미국도 다자간 협상 테이블만 마련된다면 한국은 상황에 따라 껴도 그만 안껴도 그만인 대상이란 소립니다.
본문글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추론해보면, 미 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이 정확히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방문국들의 면모를 살펴봤을때 대북 협상을 위한 여러가지 포석마련이 주요한 목적 중 하나로 보입니다. 최근 북이 중국과 협상을 마치고,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양국이 발표를 했던 것으로 미뤄볼때 바이든 미 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해당 협상에 대해 북과 중국의 의중을 떠보는 목적이 컸다고 봅니다. 몽골을 거쳐 일본으로 넘어간 것 역시 본문 분석대로 임기 며칠 남지도 않은 레임덕 총리를 만나는게 문제가 아니라 대북 다자간 협상테이블에서 일본의 역할을 정하기 위해 간거겠죠.(미국 성격상 레임덕 총리의 목을 움켜쥐고 어떤 협상을 이끌어내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총리직을 관둔 이후 집권여당과 총리 본인의 사후 지원 등을 빌미로 임기 마지막으로 미국에 대한 어떤 협조를 보장시킨 것일 수도 있고, 방사능 사태에 대한 어떤 지원책을 대가로 내밀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미 부통령은 대북 다자간 협상을 위해 그 테이블에 앉을 당사자들과 사전 협의 및 의중 파악을 위해 이번 순방 목적을 짠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수차례 '이명박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애매한 전언을 흘린 것은 상황에 따라 한국을 협상 대상에 넣을지 말지를 아직 판단중이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한국과도 심각한 논의를 벌여야 할지, 아니면 '에이 호구새끼들 너넨 그냥 닥치고 우리 하라는대로 따라하면 됨'하고 넘어갈지 그 결정을 최대한 늦추며 중국과의 회담 이후 상황을 봐서 결론짓겠다는 의도였겠죠. 그리고 중국과 얘기를 해본 결과 한국은 딱히 심각하게 얘기할 필요없겠다고 결정을 내린거라 봅니다. 그래서 무시하고 넘어간거겠죠.
이것은 최근 한국이 북한에게 정상회담 이야기를 꺼냈다가 박살난 사건과 무관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북한과의 어설픈 협상시도가 무시당하고 박살난 영향이 없을리가 없죠. 일단 이 정권의 대북 정책이라고는 '국제 정세나 대북 대화 그 자체따위는 관심도 없고 어떻게 해서든 국내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에만 이용해 먹자'는 막장 철학 하에 시행되는 것이기에 북한 입장에서 그 장단에 맞장구 쳐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남북 정상회담 제의가 박살나며 서로 껄끄러운 분위기, 아니 정확히는 북한한테 완전 얕보이게 된 분위기에서 대북 다자간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해 준비중인 미국이 우리 한국을 개무시한 사태가 났다는게 뭐 그리 놀라울게 없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근시일 내에 6자회담이 열린다면, 한국은 운좋으면 의자 하나 차지하고 허수아비 병풍 노릇하다 오게 되거나 아예 참여 못할 사태가 날지도 모르겠네요.
이명박 정권은 대북정책을 비롯한 전반적 외교에 있어서 최악의 아마추어일 뿐입니다. 북한이 병신같아 보이지만 외교력 하나는 세계 최강입니다. 그 무서운 최강대국 미국을 대상으로 해서도 거의 매번 승리를 챙겨갈 정도로 말이죠. 난 이번에 미국한테 캐발린것 보다 북한한테 되도 않은 정상회담 제의하다 개쪽팔고 돌아온게 훨씬 더 창피해서 견딜수가 없네요... ㅅㅂ 제일 약점을 노출시키면 안될 상대한테 이게 웬 개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