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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4 19: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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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얘기하는데 맨날 '요즘 애들 쉬운것만 찾고 돈 쉽게 벌려고 든다' 드립.
따지고 들어볼까 어디? 우리나라마냥 노인복지가 아프리카 사바나 수준인 막장 나라에서, 결국 자기 노후(생존) 대책은 자기가 세워야 하는거잖아. 내가 미리 모아놓은 돈 없으면 늙어서 손가락 빨다 죽어야 하는게 현실이야. 대한민국에서 은퇴란 '열심히 일한 당신, 인생의 황혼기를 잔잔하고 멋지게 보내라'하는 은빛 꿈이 아니라 '시발 당장 뭐 해먹고 살지'하는 공포고 악몽같은 현실이라고.
그럼 그냥저냥 정상적인 직장인 봉급받으며 은퇴할때까지 일하다 보면 자기 노후 책임질만한 재산을 모을 수 있을까, 하면 그것도 아니야. 미친놈의 결혼비용에, 집값에, 육아비에(출산율 낮다고 지랄할게 못되는게, 애 낳는다고 뭔 지원해주냐? 기저귀 몇봉 이유식 몇통 사면 동나는 수십~백여만원 지자체 별로 지원해준다고 해봐야 그걸 누구 코에 붙여? 되려 기혼 여성들 임신/육아 휴직은 커녕 애 가지면 직장서 짤라버리는 것도 못 막아주는 노동현실인데?), 미친 경쟁위주 교육제도와 무너질대로 무너진 공교육 덕에 자라나는 애들 학비/교육비도 장난 아닌데 일단 사회 첫발 딛을때 내 등록금 빚부터 짊어지고 시작하는 판국이잖아? 정상적인 직장인 봉급 받아서는 한동안 이런저런 빚과 지출 막느라 벌벌 기는게 전부야.
그렇다고 고용이 안정적이길 하냐? 기업들은 지들 편하자고 비정규직만 존나 돌려대지, 정규직이라고 뭐 안정적이야? 지금 직장 다니는 2~30대는 이미 알 거 다 아는 세대들이야. 평생직장? 직장에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그랬던 우리 아버지 세대가 97년도 즈음해서 그 '평생직장'들에게 어떤 취급 받고 쫓겨났는지 뼈저리게 두눈에 새긴 채 자라난 아이들인데? 정규직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40대 넘으면 눈치밥 먹다 조용히 쫓겨나는게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 왔잖아. 이건 트라우마라고. 자기 아버지가 자기 어릴적 놀이공원 한번 가자고 그렇게 졸라대도 '회사가 먼저야'라며 죽기살기로 충성했던 그 회사에서 '당신은 필요없는 인물이니 꺼져주쇼' 소리 듣고 쫓겨나왔던 그 모습, 그 우울한 뒷모습을 한창 자랄 나이에 생생히 보고 자란 세대라니까?
이런 애들이 직장에 대해 충성심은 개뿔, 내가 먹고 사는게 최우선이지 직장따위 알게 뭐냐 생각하는건 당연한거야. 기회 봐서 돈 더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않고 달려가는것도 당연한거고. 힘든 공장일, 식당일 같은거 젊은 애들이 기피한다고? 그저 어떻게 하면 돈 더 받을 수 있는 대기업, 큰기업만 바라보며 눈만 높다고? 그런데 아니면 솔직히 노후대책 있어? 아니, 노후 이전에 결혼이나 쉽게 꿈꿀 수 있느냐고? 뭐 공장일 하고 식당일 하며 적은 돈 받아도 죽자사자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엔 성공하는 사람도 나올수야 있지. 중소기업 중에서도 장례성 있고 대우 좋은 곳도 간간히 있고. 하지만 사람들이 공장/식당/중소기업/환경미화원 이런 힘들고 돈 벌기 힘든 일을 기피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그 이유란게 애들 눈이 높고 사치스럽고 게을러서 그런게 아니라, 그렇게 해서는 결혼도 노후도 다 불안정한게 너무나도 뻔한게 현실이다 보니까 공포에 쫓겨서 그러는 거라고.
이건 생존본능의 문제다. 근성이네, 주인의식이네 이딴 말도 안되는 소리 다 집어치우고, 나도 시발 내 사랑하는 짝 만나 가정 이루고 나 닮은 자식 낳아 우쭈쭈 잘 키워보고 싶고 나이 먹고 나면 조용히 은퇴해 뭐 그리 부유한 생활은 아닐지라도 먹고 살 걱정없이 조용히 내 인생 정리해갈 수 있는 그런 인생 살고 싶은데, 단지 앞뒤 안가리고 열심히 일하기만 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이걸 보장해주지 않는 후진국 레벨의 복지를 가진 나라에 살다보니까, 믿을 놈 하나도 없어 나 자신만 믿어야지. 힘든일 한다고 누가 알아주냐? 그런다고 돈이라도 많이 줘? 돈도 안주잖아, 근데 뭐하러 힘든 일 해? 사치나 근성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니까?
아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얘기해야지 자꾸 근성이네 뭐네 엉뚱한 소리들을 지껄여? 그래서 힘든 일 하는 사람들 돈 더 챙겨주기는 힘들망정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먹고 살면서 꿈도 아주 약간 꿀 수 있는 수준의 '현실적인 최소 하한선'을 그어주자는 얘길 하는데 뭔 상관도 없는 엄한 소리들을 지껄이느냐고.
사업하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돈 나갈곳 많고 힘들다는건 잘 알어.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 대가를 직원들 인건비에서 훔쳐내도 된다고 당연스레 생각하는 그 뻔뻔함은 어디서 온걸까. 애당초 사업구상, 장사 계획 세울때 비현실적인 인건비를 기준으로 손익계산을 산출 해 냈다는 거 자체가 사장 자격 미달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