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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2 17: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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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법도 적당히 해야죠.
상식적으로 산업재해로 사람이 죽는 사고를 수박 깨지는거, 오징어 눌리는거 이따위로 표현하면서 웃음소리 집어넣어놓고 '아직도 웃음이 나옵니까'라니, 이건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웃긴 누가 웃는다고 저런 반어법을 쓸까요? 사람이 죽는데 웃는 사람 있습니까??
사고예방을 위해 개개인이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저렇게까지 표현할 필요는 없는겁니다. 사람 죽는 일에 웃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저따위 표현을 쓰는 걸까요.
게다가 산재는 노동자 개개인의 안전의식 미숙 '만으로' 일어나는건 절대로 아닙니다.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해라, 안전절차를 지켜 작업해라, 이런 FM식의 작업을 하기 힘들도록 노동자를 벼랑끝까지 내모는 고용자들의 행태는 접어두고 무작정 사고가 모두 노동자들의 안전불감증 때문만이라 몰아가는 저런 광고를 다름 아닌 노동부에서 냈다는게 전 경악스러울 따름이네요.
우리가 피자 시켰는데 40분 안에 안오면 공짜라고 웃죠? 그 40분 중에 피자 구워서 나오는 시간 빼고, 배달에 소요될 그 짧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 비정규직 알바생들은 목숨걸고 도로를 질주합니다. 과연 이런 근무환경이, 헬맷 쓰고 규정속도 지키고 안전의식을 철저히 지키면서 1분1초를 다투는 살벌한 배달을 하루종일 할 수 있는 환경일까요?
저 광고가 언제 나왔느냐면, LS전선에서 끓는 쇳물에 안타까운 청년 두명이 목숨을 잃은 그 사고가 난 시기에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몽땅 전가해놓고, 거기에 낄낄대는 효과음과 경악스러운 비유법을 집어넣어 희화화하면서 '아직도 웃음이 나오십니까'라며 (대체 누가 그걸 보고 웃는다고????) 사이코패스 같은 광고를 다름아닌 '노동부'에서 만들었는데 하필 그 광고 나온 시점이, 저 안타까운 사고가 난 시기였다는 말입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항의해서 하루만에 내려버린 광고입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건 아닐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