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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6 18: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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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는 징조는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뭔지를 물어보면 알수 있죠.
제가 만난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말하길, '어떠어떠한 일을 하고 싶다'가 꿈이 아니라 '부자가 되고 싶다'는게 꿈이랍니다.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야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부자가 되어서 일 안해도 즐기고 놀고 먹고 살수 있는게 꿈이랍니다.
그 젊은이들을 탓할 수는 없겠죠. 꿈을 거세당한채 목에 족쇄를 차고 성장기를 보내야 했고, 대학에 들어와서부터는 막대한 등록금 빚을 떠안은채 경제적 부담감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뛰는 물가, 미친 집값, 결혼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비용,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과 짠 봉급, 노후에 대한 불안과 훗날 자식을 낳았을때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교육비 부담의 악순환.. 이러한 경제적 공포는 인간으로써 꿈 꿀 수 있는 모든 것들, 꿈과 야망, 인생의 목적에 대한 철학적 사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이런 모든 것들을 앗아가버리고 그저 한 마리 나약한 동물로 생존본능에 쫓겨 살아가게끔 만듭니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에 다다르게 되죠. 돈을 많이 벌자. 많이 벌어서 이 더러운 세상 놀고 먹으며 편하게 살아줄테다.
그게 가능하느냐 마냐를 떠나서, 젊은이들의 장래 희망이라는게 "내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떠어떠한 일을 계속 해나가겠다"가 아니라, "돈 많이 벌어 쌓아놓고 아무 일도 안하고 놀고 먹겠다"라는 건 이 자체로 심각한 현상입니다.
물론 돈은 중요하죠. 하지만 그 돈을 벌어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내가 하고픈 일이 있고, 이루고픈 꿈이 있고, 그것을 이뤄가기 위해 돈을 버는게 아니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돼지처럼 살기 위해 돈을 벌겠다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죠.
우리네 젊은이들이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게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벌겠다는 것.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그렇게 부자가 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돈을 벌어도 그것을 어떻게 올바르게 쓸지를 모르는 졸부가 되는 것이죠.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리며 '갑질'하던 대기업 임원의 이야기나, 알량한 권력에 취해 아무에게나 발정난 추태를 보였던 대통령 전 대변인의 행태는 바로 '돈과 권력(우리나라는 돈이 곧 권력인 천민 자본주의 사회니까요..)'을 쥔 후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룰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철학적 고민도 없었던 인간이 그것을 쥐게 되었을때 어떤 추악한 꼴을 보여주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부자는 없고 졸부들만 가득합니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따위 알 바 없다며 하청업체 피나 빨아먹고 살죠. 부자들 역시 자신이 가진 힘과 권력을 올바른 곳에 쓸 생각은 않고 귀족의식에 젖어 있을 뿐입니다. 투기와 협작질에만 열을 올리죠. 그리곤 우리네 젊은이들은 꿈을 잃고 방황하며 그런 졸부들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게 됩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젊은이들의 꿈이 천박해져가는 것과 별개로 젊은이들의 무지가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는 겁니다.
입시교육은 대기업들이 순종적이고 말 잘듣고 (필요없어지면 잘라버리기 좋은) 인력을 편하게 뽑아 쓰기 위한 일방적 줄세우기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인성 교육도 뒷전이고, 겉핥기식 지식만 채울 뿐 지성을 길러주진 못하죠. 이성적인 판단 능력조차 떨어져 갑니다.
지금 체제에서 과연, 아무것도 없는 서민집 자식이 자기 노력만으로 갑부들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설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걸까요?
남자는 대기업 임원 테크, 여자는 돈많은 집 자식과 결혼. 이게 젊은층이 생각하는 가장 손쉽게 부자 대열로 올라갈 방법이라지만, 돈 있고 권력있는 부잣집에도 아들들이 수두룩합니다. 일생을 걸고 극단적 결쟁률을 뚫어 대기업 임원까지 올라본들, 그런 부잣집 아들들이 이미 공고하게 차지하고 있는 '귀족T.O.'에 끼어들 자리가 있다고 보십니까? 드라마에 매번 나오는 부잣집 아들들, 대기업 총수 2세와 운명적인 만남과 결혼,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하세요?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군만 해도 낮은 귀족층에서 다 채갑니다. 서서히 계급체계가 굳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미. 인도 카스트 제도 아시죠? 갑부네 집 자식들은 갑부네 집 자식들이랑 결혼하고, 부잣집 자식들은 부잣집 자식들이랑 결혼합니다. 그나마 아직 계급간 유동적 가능성이 남은 곳은 중산-하층 계급 사이 정도인데 이곳도 서서히 굳어가는 시기이구요.
나만 열심히 노력하면 계급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어느정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그렇게나 말하는 '아무 일도 안하고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급의 단계까지는 절대로 못 올라가요.. 이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이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위에서부터 뿌리는 환각에 불과합니다.
이걸 덥썩 믿고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자는 이들의 움직임에 조소나 날리며 시크한척 가능성도 없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자, 어두운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