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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31 18: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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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병인것 만은 아닙니다.
뇌에서 우리 기분을 조절해주는 호르몬 분비 기능이 고장난게 그 병이랍니다. 의지와 밝은 기분으로 우울증을 극복하자! 하고 쉽게들 말하는데 그 의지와 밝은 기분도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뇌의 호르몬 작용으로 나오는 겁니다.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병이 중증 우울증인데 말이 안 되는 소리죠 그게.
중증 우울증 환자들을 단순 우울감이랑 착각해서는 '내가 다 겪어봤는데~' 쉽게 말하며 중증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자신보다 못나고 의지가 약한 사람 취급을 해버리는 오해가 그 환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몸에 병이 나는게 의지가 강하면 안 걸리고 약하면 걸리는 그런겁니까? 아니면,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하는 사람한테 '니가 의지가 약해 그렇다, 깁스나 진통소염제 따위에 나약하게 기대지 말고 의지와 밝은 기분으로 뼈를 당장 붙게 만들어라' 이런 소리가 온당하다고 보십니까? 중증 우울증 역시 마찬가지로 몸의 한 군데가 고장난 병입니다. 그것도 개인의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있는 단순 우울한 기분 수준이 아니라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큰 병입니다.
물론 우울증이란게 단순 우울감에서 중증 우울증까지 포괄적으로 쓰이는 말이고, 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약물치료의 필요성 여부는 전문의의 상담과 처치에 따라야 할 문제입니다만 무턱대고 자기 주변 우울증 의심환자에게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부정해버리는 짓은 정말 주제넘고 위험한 일입니다. 오히려 전문의와의 상담을 하도록 이끌어주는게 필요한거죠.
여기 가슴통증과 심한 기침, 각혈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이 단순 감기에 목 상태가 많이 안좋아 이럴 수도 있겠지만, 결핵이나 다른 폐질환은 아닌지 병원가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 보라고 충고하는게 옳은 일 아닐까요? '나도 예전에 그래봐서 아는데 감기 심해도 그러더라, 담배 끊어' 이러고 만다면 그게 얼마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말일까요? 우울증 환자에게 자신의 얕은 경험을 가지고 약 쓰지마라, 의지로 이겨내라 하는 말이 그거랑 같은 소리에요.
정신과 상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오지랖 넓게 남의 질병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쉽게 말해버리는 행동 때문에 중증 우울증 환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겁니다.
정신과 처방약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기분 좋아지도록 처방해 그거에 의지해 살아가라는 용도의 약이 아닙니다. 호르몬 균형을 찾고 상담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 고치고 병의 치료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처방되는 '치료용' 약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