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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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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심 좋습니다. 블랙박스 사고 영상은 항상 사고를 경계하는 마음가짐에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치여 죽어도 싸다느니 하는 생명 경시는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가 우회전을 하려는데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널 듯 말 듯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대로 멈추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브레이크를 밟으니 뒤차가 경적을 엄청 울리더군요. 뒤차가 신경쓰여서 브레이크를 떼고 보행자 보면서 살살 지나갈까 했는데 조수석에 탄 외국인 친구가 기겁을 하고 멈추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말에 일찍 반응하지 못하고 거기서 클러치 떼던 제가 참 뭐랄까 스스로가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가 오는데 보행자가 알아서 멈추겠지'라는 나태한 생각에 찌든 채 운전을 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었어요.
마트나 백화점 주차장에 가면 주차 안내원이 있습니다. 주차장 출입구나 램프에 있는 안내원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보행자를 멈추도록 한 뒤에 차를 먼저 보내고 안전을 확인한 뒤에 보행자가 건너가도록 하는 사람입니다. 일본에 가도 한국처럼 백화점 마트에 주차 안내원이 있습니다. 조금 다른 것은 일본에서는 차가 오는데 보행자가 건너려고 하면 차를 멈추고 보행자부터 보낸 뒤에 사람이 없으면 차들이 안전하게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도로에 운전하는 10 명 중 1명이 난폭 운전을 한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초보 운전 때부터 참 와 닿았습니다. 비상식적인 운전자에게도 양보를 하고 배려를 하는 것이 내가 사고 안 나는 안전한 운전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행자도 마찬가지로 10명 중 1명은 납득되지 않는 곳에서 무단횡단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서행과 시야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교차로와 횡단보도는 초록불이라도 서행입니다.
멍청한 사람이든 개념없는 사람이든 무조건 보호해야 하는 것이 보행자입니다. 사고가 나면 운전하는 사람은 범죄자 돼서 인생 망칩니다. 그런데 치인 보행자는 죽습니다. 비교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모든 운전자는 어려운 시험을 합격하고 운전을 해도 된다는 면허를 받은 사람입니다. 쉽지 않은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 비로소 편리하지만 무서운 커다란 기계인 자동차를 마음대로 다루도록 허가를 받은 사람들이죠. 보행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너도 나도 태어나서 걷는 사람은 모두 보행자입니다. 운전자들처럼 안전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과 안전에 더 신경써야 하는 사람이 운전자입니다. 운전은 자격증이 아니고 면허증입니다. 기계 조작을 잘 해서 주는 거라면 자격증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습니다. 의사가 가진 것도 자격증이 아니고 면허증입니다. 생명이 달린 일이기에 면허인 것입니다.
아래는 독일 횡단보도에 대한 블로그 글입니다. 제가 미국에 잠깐 갔을 때 느꼈던 것에 비추어 공감되는 것이 많아서 추천합니다. 원칙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같습니다.
http://humandrama.tistory.com/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