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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18: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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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는 창살너머 시헌에게 최근 일어난 연쇄살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시헌은 250명을 죽일 때까지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연쇄 살인범이었고, 250명을 죽이고 난 뒤, '너무 재미가 없네요' 라며 자수를 하여, 세간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었다.
그 후 그는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 범죄사건의 자문을 자진하여 '탐정 살인마' 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실제로도 최근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 사실 피해자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 지 정확하게 파악은 하지 못하고 있어.
다른 연쇄 살인사건과 달리 범행의 방식이 일정하지 않아서, 이 녀석을 잡기 전에는 전체적인 범죄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피해자 주변 상황의 특이점들을 토대로, 피해자들이 한 명에게 당했다고 추정하고 있어..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어서 더 이상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야.. 그래서 너의 의견을 듣고 싶다.
시헌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지만 아무 말 없이 그저 건우를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건우는 계속해서 사건의 정보를 전달했다.
- 최근 3명의 시신이 발견되었어.
최정수 39세 남성 독신. 사망추정 시각은 8월 26일 자정.
저항의 흔적이 발견되어서 타살로 추정이 되는데, 죽인 방법이 좀 특이해. 그냥 찌르거나 한 게 아니고, 일반적으로 자살 할 때 사용하는 제초제를 사용했어. 피해자는 엄청난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고, 제초제의 영향으로 몸이 수축된 형태로 발견되었어. 범인이 남긴 흔적은 없어. 특이한 점은. 이게 좀 재미있는데, 피해자는 은행원인데, 각종 의학 논문들이 주변에 있었어. 그래서 제약 관련 주식이나 주변에 의학 관련 된 사람들을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까지 발견된 건 없어.
- 이현 27세 여성 독신. 사망추정 시각은 하루 전인 25일 자정.
코엑스몰 인포메이션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아현동 인적이 드문 길에서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쓰려졌어. 출혈이 많았는데,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했지.
역시 범행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여기서도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피해가 한쪽에는 하이힐을 한쪽에는 플랫 슈즈를 신은 체 발견되었지.
- 김남우
김남우 31세 남성 독신. 사망추정 시각은 8월 24일 자정.
보라매공원 근처 후미진 나무덤불에서 발견되었어. 팔다리가 묶인 채로 발견되었고, 머리가 랩으로 감싸져서 질식사했지. 역시 특이한 사항이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아주 오래된 전화기가 발견되었어. 오래된 버튼 방식의 유선 전화인데. 그 번호 누르는 전화기. 역시 특이한 점은, 일부러 전화기 버튼 일부를 지운 흔적이 있었어. 1번 2번 3번 6번 9번을 지워버렸지.. 아직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어.
혹시 뭐 들으면서 하고 싶은 말 있어?
[김남우.... 재미있는 취미를 가진 녀석이군.. 그거... 취미야.. ]
시헌은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은 흥미가 없다는 듯 면회실을 떠나갔다.
.
.
아무리 생각을 해도 건우는 도저히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매일 하루에 한병씩 사망자는 늘어가는데 범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김남우.. 재미있는 취미를 가진 녀석이군.. 그거.. 취미야....' 도대체 여기에 무슨 힌트가 있는 걸까..
시헌은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지만 나쁜놈을 잡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즐기는 것이 없음에 다소 놀랐다. 고작 인터넷 서핑을 하고 딴지 게시판을 읽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였다.
시헌은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창을 열어 김남우를 검색해봤다.
당연하게 구글에서는 사람들의 사진과 SNS 계정이 쏟아졌다..
"하아.. 미치겠군".
그때 한 글이 눈에 띄었다...
'김남우.. 김남우.. 김남우?'
한 유머 사이트에 게시된 글이었다.
링크를 따라 글을 읽던 시헌의 눈에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거의 일년 만에 달린 댓글, 그리고 거기에도 나오는 김남우 라는 이름..
★뤼플리(2017-08-26 05:40:44)(가입:2011-06-18 방문:1076)77.22.***.127추천 0
안녕하세요.. 항상 복날은 간다님의 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여기 댓글 영역 좀 사용하겠습니다...
글 쓰는 연습을 하는데, 김남우 이름과 캐릭터 좀 사용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또 좋은 글 기대할게요.
그 유저 이름을 클릭하자 댓글 리스트들이 나왔고 우연히도 거기에서 눈에 익은 다른 이름이 나왔다.
정수..
시들시들해지는 질병..
다시 그 글을 클릭하자 윤인석이라는 사람의 글이 나왔다.
8월 8일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문장 연습" 이라고 시작한 글에는 댓글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도,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 하루 전 글에 그 피해자의 이름이 적힌 이야기가 있었다..
25일의 이야기 속에서 정수는 말라 죽어가고 있었고, 26일 최정수씨는 온몸이 쪼그라든 채 살해당했다.
24일의 이야기 속에서 현은 한쪽 구두의 굽이 부러졌고, 25일 이현씨는 한쪽에는 플랫 슈즈를 한쪽에는 하이힐을 신은 채 발견되었다.
23일의 이야기 속에서 김남우는 핸드폰 비밀번호 12369를 이야기 했고, 24일 김남우씨는 12369번이 지워진 전화기 옆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글을 더 읽어 내려가던 시헌은 급히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형사.. 혹시 23일 자정에 산에 심겨져서 죽은 사람 있었었지.. 이름이 뭐였어?
김철수? 확실해?
그럼 하나만 더 묻자..
혹시 22일에 목이 꺾여 즉사했거나, 손목이 잘린 사람 있어?
[선배님, 의정부 외곽 시골마을에서 22일에 김은영이라는 학생이 목이 꺾여서 죽었는데요, 푸세 식 화장실 옆에서 손목이 잘린 시체가 발견되었어요.. 그런데 머리가 눌려서..... 아직 신원 파악은 하고있는 중이고요..]
- 제기랄... 알았어.. 사이버 팀 빨리 연락해.
안 그러면 오늘 또 한명 죽어. 이름은 모르고 필명이 뤼플리야. 오늘의유머 사이트 관리자 연락해서 회원정보 알아내고 아이피 정보 받아서 위치도 빨리 파악해.. 빨리 서둘러.. 위치 확보 되는대로 빨리 연락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