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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8840
    작성자 : 헤르타뮐러
    추천 : 1
    조회수 : 251
    IP : 36.39.***.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9/09 20:24:16
    http://todayhumor.com/?readers_8840 모바일
    잔혹한 동화 8 – 침묵하던 밤과 원탁 기사들의 회의
    잔혹한 동화 8 침묵하던 밤과 원탁 기사들의 회의
        
      불을 키지 않은 방안에 누군가 들어오고 있다. 탁자에 앉아 있던 기사들은 일어선다. 그는 기사들을 살피고는 기침을 가볍게 했다. 기사들은 말을 하지 않고 앉았다. 그는 기사들 가운데 의자에 앉았다. 자신이 들고 온 종이를 내려두었다.
      “, 118회 원탁회의를 진행 하겠습니다. 전원 참석이신가요?”
     그의 말은 사무적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기사들은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종이 위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는 다시 기침을 가볍게 했다.
      “기사들의 과반의 출석이 되지 않았지만, 의장의 권한으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옆에 있던 나무망치를 가볍게 두드려 소리를 냈다. 기사들은 다시 종이 위에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그는 기사들이 모두 쓴 것을 살피고는 들고 있던 종이를 넘겼다.
      “이번에 세금이 구멍 난 부분 때문에 세율을 올리려고 합니다. 반대하시는 분계신가요?”
     그는 눈을 힐끔 올리고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기사들은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고개를 내리고 있었다. 그때 한 기사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는 망치를 한번 내리쳤다. 고개를 올리려던 기사 뒤에서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기사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것을 알았지만 고개를 올렸다. 바로 그는 기사를 쳐다보자 총소리가 들렸다. 기사의 이마 한 가운데 구멍이 나있었다. 탁자 위는 피가 흘러 내렸다. 총을 겨누던 남자는 기사의 뒷덜미를 잡았다. 불빛에 얼굴이 비치지 않으려 조심하며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탁자 위에 더러운 것이 묻었군요. 나중에 관리인에게 한소리 해야겠습니다.”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기사들은 피가 탁자 끝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에 미쳐가는 기부닝 들었다. 그는 종이를 들고 탁탁 치면서 말을 이었다.
      “의장의 권한으로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기사들은 종이 위에서 펜으로 무언가를 다시 써내려갔다. 그는 종이를 넘겼다. 종이에 써진 것을 쭉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문제는 매우 중요하네요. 이번 전쟁은 다들 아시겠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전쟁에 참여할지를 동의하는 문제이군요.”
     그는 차분히 종이에 써진 것을 요약해서 말했다. 기사들은 다시 펜으로 종이를 써내려갔다. 그는 다음 종이를 넘기고 위 아래로 내용을 살폈다.
      “다 맞는 말이군요. 시간 끌 것 없이 회의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나무망치로 가볍게 한 번 쳐서 소리를 냈다. 나무망치를 내려 놓았다.
      “총통님께서 넘기신 법안은 의장의 권한으로 선포하겠습니다. 반대 하시는 분 계신가요?”
     기사들은 종이에 펜으로 쓰고만 있었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들고 있는 종이를 촛불에 가까이 댔다. 불이 옮겨 붙었다. 종이는 천천히 타들어 갔다.
      아직 회의 시간이 남았지만 과반이 없는 관계로 해산하겠습니다.”
     그는 의자를 뒤로 밀고는 자리에 일어섰다. 타들어가는 종이는 반쯤 타다가 불이 꺼져버렸다. 그래도 그는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고개를 숙였던 기사 중 한명이 반 쯤 타들어간 종이를 잡았다. 다시 촛불로 종이에 불을 붙였다. 반쯤 타들어 가던 종이는 다시 태워지기 시작했다. 기사에 탁자에 종이를 내려두었다. 불이 점점 종이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기사들은 침묵으로 종이가 다 타는 것을 살폈다.
      종이는 검게 재가 남았다. 기사는 재를 손으로 쓸어버렸다. 기사들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 기척이 들렸다. 기사들은 그제야 촛불을 껐다. 그러자 마치 전염병에 걸린 사람처럼 한명씩 울기 시작했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는 조금의 소리도 크게 들리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침묵하는 밤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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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0 01:08:21  14.138.***.115  자비조  17431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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