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MsoNormal">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마른 남자는 대담 중에 날 세운 표현을 종종 섞어 썼다<span lang="en-us">. </span>그럴 때마다 주희연 아나운서는 진땀을 뺐다<span lang="en-us">. </span>이번 방송은 단독 대담인 데다 특집으로 금요일<span lang="en-us"> 10</span>시에 편성한 생방송이었다<span lang="en-us">. </span>원래는<span lang="en-us"> 13</span>년 차 노련한 아나운서가 진행할 인터뷰였는데<span lang="en-us">, </span>그 선배가 몸이 안 좋아지자 그녀가 대타로 뛰게 되었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입사<span lang="en-us"> 3</span>년 차로 이번 대담을 잘 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릴 치며 자신감을 어필해서 그 자릴 따냈으므로<span lang="en-us">, </span>반드시 물 흐르듯 진행해야만 하는 방송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 사정을 봐줄 리가 없는 콧대 높은 유전공학자이자 잘 나가는 식품회사 대표인 이성진씨는 다시 한번 자신의 주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어차피 식사란 본디 야만적인 겁니다<span lang="en-us">. </span>본질적으로 사체를 뜯어먹는 거라고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대표님 그건 너무 노골적인 표현 아닌가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거짓말은 아닌데<span lang="en-us">, </span>막상 소리 내어 말하자니 부끄럽고 적나라한 표현을 두고 <span lang="en-us">‘</span>너무 노골적<span lang="en-us">’</span>이라고 비난하지요<span lang="en-us">. </span>식사에 대한 제 말이 어디 틀렸습니까<span lang="en-us">? </span>대개 이런 말엔 뼈가 있어서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지만<span lang="en-us">, </span>저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span lang="en-us">. </span>틀렸는데 듣기 좋은 소리보단 옳은데 듣기 싫은 소리가 나아요<span lang="en-us">. </span>노골적인 이야길 좀 더 파고들지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아나운서 귓속 인이어에서는 <span lang="en-us">“</span>안돼<span lang="en-us">, </span>다음 주제로 넘겨<span lang="en-us">”</span>라는 말이 나왔지만<span lang="en-us">, </span>그녀는 짧은 호흡으로 다음 주제로 넘어가 빠르게 쏟아지는 그의 말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아무리 잘 조리해서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다고 해도<span lang="en-us">, </span>본질적으로는 피 흘려 죽은 사슴 생고기를 뜯어 먹는 사자와 다를 바가 없어요<span lang="en-us">. </span>쌀이나 밀은 뭐 다를까요<span lang="en-us">? </span>그 풀들에겐 태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span lang="en-us">? </span>그런 점에서 밀집 사육에 대한 비판도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span lang="en-us">. </span>인간에게 쌀과 밀 농사는 좁은 곳에 얼마나 빼곡히 쑤셔 넣어 풍성하게 자라는지가 관건입니다<span lang="en-us">. </span>그게 어디 윤리적입니까<span lang="en-us">? </span>필리핀 감옥에서 사람 쑤셔 넣는 거랑 뭐가 달라요<span lang="en-us">? </span>우린 윤리적이지 않게 살아왔습니다<span lang="en-us">. </span>우린 양봉을 해서 벌꿀 집을 초토화해왔어요<span lang="en-us">. </span>그들의 삶을 조금 고단하게 만들었지만 안 죽였으니까 괜찮다는 겁니까<span lang="en-us">? </span>먹는 건 아닌데 더 심각한 예도 있습니다<span lang="en-us">. </span>양잠이요<span lang="en-us">. </span>누에나방은 실 뽑는 노예로 워낙 오래 살아와서 인간이 버리면 자연 상태에선 살아남지도 못해요<span lang="en-us">. </span>인간에게 빌붙어서 성체가 되려는 번데기는 간식으로 먹히는데도 실을 뽑고 있습니다<span lang="en-us">. </span>인간이 먹고 착취하는 대상에서 윤리를 찾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일이 없는 겁니다<span lang="en-us">. </span>그들에게 넓은 방을 주고 맛있는 사료를 주면 공존입니까<span lang="en-us">? </span>더 좋은 거예요<span lang="en-us">? </span>천만에요<span lang="en-us">, </span>그저 위선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는 쓸데없는 짓인 겁니다<span lang="en-us">. </span>이런 행동에 공존이라 이상한 이름을 붙이는데 나는 그게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어요<span lang="en-us">. </span>우리가 따져야 할 건 오로지 우리 스스로의 건강과 생태계입니다<span lang="en-us">. </span>그러니 솔직해지자고요<span lang="en-us">. </span>저는<span lang="en-us">, </span>인간이 꾸준히 착취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입장의 동물보호단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한바탕 장광설이 지나가고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말길을 힘겹게 돌렸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이야기가 조금 샌 것 같은데요<span lang="en-us">, </span>일부러 인공수정으로만 번식 가능한 종을 만들어 오로지 식용으로만 이용하는 것에 대해 동물보호단체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성진은 만만한 대담자가 아니었다<span lang="en-us">. </span>직접 사회자를 당황하게 하는 기술이 있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샌 것이 아니라 정확히 그 답입니다<span lang="en-us">. </span>애초에 뭘 먹어도 야만적인 행위인 것이 분명하다면<span lang="en-us">, </span>가장 이로운 생물을 사용하는 게 좋지요<span lang="en-us">. </span>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있다면<span lang="en-us">, </span>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습니까<span lang="en-us">? </span>그게 무려 애벌레에요<span lang="en-us">. </span>모두가 열등하게 여기는 애벌레<span lang="en-us">. </span>똑같은 일을 돼지나 소에 했으면 더 큰 반향이 있었겠지요<span lang="en-us">. </span>인공수정으로 쉽게 소나 돼지의 성체를 만들고 자연 번식은 되지도 않는데다 주는 대로 아무거나 잘 먹는 종을 만들어버리면<span lang="en-us">, </span>전 세계 동물보호단체의 폭격을 맞았을 겁니다<span lang="en-us">. </span>그러나 동물보호단체 스스로도 애벌레는 보호해야 할 대상인지 논쟁 중입니다<span lang="en-us">. </span>애초에 나는 그들의 윤리적인 문제제기가 위선적이라고 생각해요<span lang="en-us">. </span>내가 애벌레를 유전자 조작할 대상으로 택한 것은 애벌레는 나무늘보만큼이나 공격적이지 않고 잡식이라 사육하기 편한 데다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적기 때문이에요<span lang="en-us">. </span>물론 이런 불필요한 논쟁들을 현명히 빠져나가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요<span lang="en-us">. </span>결과적으로는 고소한 주먹만 한 애벌레로 돼지<span lang="en-us">, </span>소<span lang="en-us">, </span>닭 맛을 골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연이은 폭탄 발언에 디렉션을 포기한 듯한 제작진은 이제 주 아나운서의 기지에만 기대고 있었다<span lang="en-us">. </span>인이어에서도 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정신을 다잡고 대담을 이어갔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말씀 중에 나왔던 이야긴데요<span lang="en-us">. </span>한번 다시 짚고 넘어가지요<span lang="en-us">. </span>그렇다면 대표님 생각은 애초에 소나 돼지로 유전자 조작을 했다 하더라도 윤리적인 문제는 없다는 건가요<span lang="en-us">? </span>동물보호론자들은 동물학대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데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span lang="en-us">. </span>앞서 말했듯<span lang="en-us">, </span>육식이든 채식이든 사육해서 먹는 행위는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윤리적이게 할 수 없어 보이거든요<span lang="en-us">. </span>소나 돼지를 넓은 목장에 풀어주고 사육한다 해서 안 죽입니까<span lang="en-us">? </span>윤리적 자위인 거에요<span lang="en-us">. </span>위선이지요<span lang="en-us">. ‘</span>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대접해줬으니 죽여서 먹더라도 나는 착한 사람이다<span lang="en-us">’ </span>라는 위선<span lang="en-us">. </span>푸아그라 논란이나 할랄푸드 유행이나 다 똑같은 겁니다<span lang="en-us">. </span>대자연 속에서 어떤 존재가 윤리적입니까<span lang="en-us">? BBC </span>다큐멘터리를 한편이라도 본 사람은 그런 얘길 못할 겁니다<span lang="en-us">. </span>암사자는 물소의 불알을 뜯어서 죽이는데<span lang="en-us">, </span>이건 성고문입니까<span lang="en-us">? </span>범고래는 배고프지 않아도 물개를 갖고 놀다가 죽이는데<span lang="en-us">, </span>얘네가 진정한 고문기술자겠네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유려하게 말을 풀어놓던 그도 이땐 뭔가 켕겼는지 잠시 머뭇거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같이 사는 동물<span lang="en-us">, </span>반려동물을 혐오한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span lang="en-us">. </span>정말 평생 키워서 삶을 같이하는 존재라면 넓은 목장에 풀어주고 행복하게 해 주면서 감정을 나누는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만<span lang="en-us">, </span>끝내 죽여서 먹을 먹잇감을 두고 고문이니 학대니 윤리가 어쩌니 하는 소리는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아요<span lang="en-us">. </span>다시 한번 말하면<span lang="en-us">, </span>결국 날 것 그대로 보면 늘 우리는 먹잇감을 죽이고 사체를 뜯어먹는 겁니다<span lang="en-us">. </span>굳이 윤리를 말하자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는 것만이 윤리적인 일이겠지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여기서 이 질문을 안 할 수는 없겠네요<span lang="en-us">. </span>그 경계는 누가 정하나요<span lang="en-us">? </span>같은 종인데도 그 운명이 극단적으로 갈려 나가잖아요<span lang="en-us">. </span>그래도 되는 걸까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성진은 막히지 않고 술술 답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네<span lang="en-us">. </span>그래도 됩니다<span lang="en-us">. </span>실은 언제나 그렇게 운명이 갈려 왔어요<span lang="en-us">. </span>특별할 것도 없단 거에요<span lang="en-us">. </span>아주 오래전부터 그 결정은 온전히 포식자의 몫이었어요<span lang="en-us">. </span>예를 들면<span lang="en-us">, </span>사자가 멧돼지랑 놀아주면 라이언 킹을 찍는 거고<span lang="en-us">, </span>먹기로 결정하면 그걸로 끝인 겁니다<span lang="en-us">. </span>산동네 꼬마 태식이가 사랑을 담아 닭을 키운다면 그건 존중합니다<span lang="en-us">. </span>좋은 추억을 쌓을 수도 있겠죠<span lang="en-us">. </span>그 닭은 공장에서 태어나서 죽은 뒤 치킨집으로 직행하는 닭들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 겁니다<span lang="en-us">. </span>결국 결정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에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요<span lang="en-us">, </span>잠시 쉬었다가<span lang="en-us"> 2</span>부에서 이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span lang="en-us">. </span>여러분은<span lang="en-us"> 3</span>천억 벤처 신화의 주인공 이성진 대표와 함께 <span lang="en-us"><</span>특집 대담<span lang="en-us">: </span>이성진<span lang="en-us">, </span>음식을 말하다<span lang="en-us">.> </span>함께하고 계십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쉬는 동안에 주 아나운서는 멍한 정신을 바로잡으려 무던히 애썼다<span lang="en-us">. </span>좋은 것만 보았다<span lang="en-us">. 19.3%</span>로 <span lang="en-us">10</span>년 내 동시간 대 최고시청률을 갱신했다<span lang="en-us">. </span>우연히 화장실에서 들은 썰도 도움이 됐다<span lang="en-us">. </span>화장실에서 주아나를 씹던 두 선배가 흘린 이야기였는데<span lang="en-us">, </span>원래 토론을 진행하던 선배도 이성진 대표가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인 데다 최근에 너무 인기가 많아 부담되어 병가를 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span lang="en-us">. </span>주 아나는 여기서 힘을 얻었다<span lang="en-us">. 13</span>년 차 방송인도 껄끄러워하는 상대다<span lang="en-us">. </span>더 이상 중압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최고시청률 덕에 웃는 제작진에겐 수천 건에 달하는 항의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span lang="en-us">. </span>기독교 천주교 불교 무속신앙 가릴 것 없이 질타가 쏟아졌다<span lang="en-us">. ‘</span>불임종을 만들어 배를 채우자는 생각은 악마만이 가능하다<span lang="en-us">’, ‘</span>생명의 앞길을 함부로 재단하면 천벌 받는다<span lang="en-us">’, ‘</span>저년은 왜 저렇게 답답하게 물어보냐<span lang="en-us">? </span>돈이라도 받았냐<span lang="en-us">?’ </span>혹은 <span lang="en-us">‘</span>니들이 뭔데 천재 과학자를 박대하냐<span lang="en-us">’, ‘</span>박사님 다른 나라로 가면 책임 질 거냐<span lang="en-us">?’, ‘</span>맛있으면 됐지 별 거 갖고 지랄이다<span lang="en-us">’, ‘</span>착한 척 오지네<span lang="en-us">’ </span>따위의 원색적인 비난이 넘쳐흘렀다<span lang="en-us">. </span>그럼에도 제작진은 여유가 넘쳐흘렀는데<span lang="en-us">, </span>포식자 앞에 내 던져줄 제물을 이미 정해 두었기 때문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 분위기는 다른 관망자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span lang="en-us">. </span>눈에 독기를 품은 아나운서와 희희낙락하는 제작진을 동공만 슬쩍 움직여 번갈아 보던 이성진은 씩 웃으며 젠 체하며 말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봐요<span lang="en-us">, </span>늘 그래 왔듯 포식자는 가혹한 운명도 쉽게 결정한다니까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주 아나운서는 입술을 깨물었다<span lang="en-us">. </span>그는 능청맞게 깐죽거리며 약 올렸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Joseph Conrad said, the belief in a supernatural source of evil is not necessary; men alone are quite capable of every wickedness. </span>저들도 나도 마찬가집니다<span lang="en-us">. </span>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다 해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저는 안 그렇습니다<span lang="en-us">. </span>그리고 저들과 당신은 달라요<span lang="en-us">. </span>이건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걸요<span lang="en-us">. </span>당신은 기형종을 만들어냈잖아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죽고 사는 문제가 되면 한번 저를 찾아오시지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지금처럼 실컷 놀린 뒤에 죽게 두려고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하하<span lang="en-us">, </span>어지간히 밉보였나 보네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그는 머리 위로 두 손가락을 올려 뿔을 만들어 이죽거렸다<span lang="en-us">. </span>주아나는 심호흡을 하며 저 얄미운 화상을 애써 무시했다<span lang="en-us">. </span>곧<span lang="en-us"> 2</span>부를 다시 진행해야 할 시간이었다<span lang="en-us">. ‘</span>방송국 놈들도<span lang="en-us">, </span>세간의 평판도 신경 쓰지 않겠다<span lang="en-us">. </span>나는 내 질문을 하겠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span lang="en-us">, 3</span>천억 벤처 신화의 주인공 이성진 대표와 함께하는<span lang="en-us"> <</span>특집 대담<span lang="en-us">: </span>이성진<span lang="en-us">, </span>음식을 말하다<span lang="en-us">> 2</span>부 시작하겠습니다<span lang="en-us">. 1</span>부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정리하며 시작할까 합니다<span lang="en-us">. </span>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늘 이야기하고 뜨거운 감자가 되는 주제이지요<span lang="en-us">. </span>식용으로 <span lang="en-us">“</span>기형 종을 만들어도 되는가<span lang="en-us">?” </span>논란의 주인공인 대표님께서 이 자리에 나와 이에 대해 누차 강조하신 이야기는 식사란 본래 야만적이니<span lang="en-us">, </span>지속가능한 착취 모델을 세우는 게 낫지 않냐는 말씀이셨습니다<span lang="en-us">. </span>맞나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네<span lang="en-us">. </span>그렇지요<span lang="en-us">. </span>좋은 정리네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윤리적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답변이 명료하니 이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분들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span lang="en-us">. </span>좀 더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좋습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대표님께서 손가락보다도 작은 애벌레를 주먹만하게 키우셨는데요<span lang="en-us">. </span>그 유전공학적 방법이야 특허니까 말씀하시지 않는다 쳐도<span lang="en-us">, </span>유사한 방법으로 다른 종들이 범람하게 되었을 때<span lang="en-us">, </span>그 실패작들이 생태계를 해칠 가능성은 없을까요<span lang="en-us">? </span>덩치가 열 배는 큰 야생 들개가 생기면 난리가 날 텐데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답변에 앞서<span lang="en-us">, </span>독점적인 기술로<span lang="en-us"> 120</span>여 개 국가에서 특허등록을 마친 상태라 그런 시도는 불법입니다<span lang="en-us">. </span>그럼에도 그런 불법적인 시도가 있다고 가정하면<span lang="en-us">, </span>첫 번째로 그들이 겪을 위험은 배고픔입니다<span lang="en-us">. </span>저희 애벌레<span lang="en-us">, ST </span>시리즈는 애벌레니까 먹이를 감당할 수 있지만<span lang="en-us">, </span>그들이 덩치에 비례해서 먹어야 할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span lang="en-us">. </span>금세 굶어 죽을 겁니다<span lang="en-us">. </span>그걸 이겨 넘으면 두 번째 위험은 인간이지요<span lang="en-us">. </span>발견하기 쉬운 커다란 덩치는 쉽게 인간이 사냥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인명 피해가 생긴다면요<span lang="en-us">? </span>인간을 주식으로 삼는 생명체가 된다면 어떡할까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음<span lang="en-us">, </span>인간은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고 먹을 건 없는 동물인 데다 사냥하기엔 엄청나게 위험합니다<span lang="en-us">. </span>그래서 호랑이나 사자도 어지간하게 절박한 처지가 아니라면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거예요<span lang="en-us">. </span>그런데도 억지로 커다란 생명체가 굶주린 상황을 가정한다면야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span lang="en-us">. </span>그러나 지속가능한 종으로서 남지는 않을 겁니다<span lang="en-us">. </span>애초에 이런 문제들은 없는 게 최선이겠지요<span lang="en-us">. </span>그래서 저희 회사에선 특허기술을 더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span lang="en-us">. </span>반론하시는 분들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기도 해요<span lang="en-us">. </span>개나 사람 만한 바퀴벌레가 있다면 끝장나는 거 아니냐<span lang="en-us">. </span>엄청난 잡식에 번식력도 우월하다<span lang="en-us">. </span>그렇게 만들 수만 있다면야 인류가 멸종하기야 하겠죠<span lang="en-us">. </span>저희와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부귀영화를 거부하며 스스로 거대한 재앙을 일으키며 자폭할 멍청한 과학자가 있다면<span lang="en-us">, </span>뭐 멸종할 수도 있겠지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인류에게 그런 정도의 위협이 되는 물건은 보통 국제적으로 제제하기 마련인데요<span lang="en-us">. </span>핵무기처럼 말입니다<span lang="en-us">. </span>그런 국제적 기구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핵무기와 다른 점이라면 이는 다른 국가를 향한 공격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향한 자폭버튼이라는 겁니다<span lang="en-us">. </span>애초에 핵무기로 전쟁이 억제되는 이유가 모두 다 죽는다는 공포 아닙니까<span lang="en-us">? </span>저는 그 버튼을 누를 생각이 없습니다<span lang="en-us">. </span>많은 분께서 저더러 악마라고 욕을 많이 하시는데<span lang="en-us">, </span>제가 정말 악마라면 그 버튼을 눌렀겠지요<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카메라를 바라보던 그는 잠시 눈을 주아나에게 돌린 뒤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딱히 제 머리에 뿔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span lang="en-us">. </span>그러나 사실은 말씀드리고 싶네요<span lang="en-us">. </span>저희 회사에선 세계 기아문제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span lang="en-us">. </span>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span lang="en-us">. </span>만약 여러분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식용 기형종을 만들어서<span lang="en-us"> 300</span>만명을 기아에서 건져낼 수 있다고 한다면<span lang="en-us">, </span>여러분께선 하시겠습니까<span lang="en-us">? </span>저는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고민 없이 똑같이 결정할 겁니다<span lang="en-us">. </span>굶주림에 시달렸던 곳에 가면 저는 선한 자선가로 대접받습니다<span lang="en-us">. </span>정말 제가 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span lang="en-us">. </span>신은 다양한 이름으로 움직이신다 하지요<span lang="en-us">. </span>제 손길은 신의 이름일까요<span lang="en-us">? </span>악마의 이름일까요<span lang="en-us">? </span>전 잘 모르겠습니다<span lang="en-us">. </span>저는 그냥 사람입니다<span lang="en-us">. </span>제 능력껏 벌고<span lang="en-us">, </span>능력껏 사는 평범한 사람입니다<span lang="en-us">. </span>그 과정에서 어떤 욕을 먹더라도<span lang="en-us">, </span>후회하진 않습니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이던 주아나는 그 거짓말을 듣자 더 이상 공격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머리가 새하얘졌다<span lang="en-us">. </span>그는 확실하게 스스로가 악인임을 알고 있었다<span lang="en-us">. </span>얄미웠다<span lang="en-us">. </span>그가 저렇게 말해준다면 주아나는 이 방송으로 인한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span lang="en-us">, </span>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없단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span lang="en-us">. </span>더더욱 그녀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은 그 순간 감동하거나 환호하는 방송국 사람들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녀의 헌신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질의응답을 이어갔지만<span lang="en-us">, </span>그 뒤로는 무난한 애벌레 먹기 홍보방송이 되어버렸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무대가 끝나고 난 뒤<span lang="en-us">, </span>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소속된 집단에 대한 환멸<span lang="en-us">, </span>적이 퍼부은 능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span lang="en-us">. </span>그가 그녀를 도우려 했는지<span lang="en-us">, </span>아니면 정말 인생에 기억될만한 악몽을 만들어주려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span lang="en-us">, </span>의도완 관계없이 후자가 되어버렸다<span lang="en-us">. </span>국장님이 와서 찬반 양쪽의 불만을 적당히 조율한 그녀의 기지를 칭찬하고 갔는데도 분은 식지 않았고<span lang="en-us">, </span>결국 새벽 세시<span lang="en-us">, </span>사표 한 장을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span lang="en-us">.</span></p><p></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br></span></p> <p class="MsoNormal"><span lang="en-us"><br></span></p> <p class="MsoNormal">-------------------------------------------------------------------------------------------</p> <p class="MsoNormal"><a target="_blank" href="http://blog.naver.com/author_park" target="_blank">네이버 블로그</a>, <a target="_blank" href="https://blog.munpia.com/author_park/novel/98198/page/1/neSrl/1481351" target="_blank">문피아</a>, <a target="_blank" href="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44369&novel_post_id=25249" target="_blank">브릿G</a>에도 올렸습니다.</p> <p class="MsoNormal">전에 올렸던 글에 비해 쓸데없는 수동태 표현이나 맞춤법을 수정했고, 인물의 서사를 조금은 더 만들었습니다 하하</p> <p class="MsoNormal"><span style="font-size:9pt;">몇개 아래에 있는 저 글로는 저 스스로도 조금 찝찝해서요. 이 정도면 이대로 두든 나중에 따로 쓰든 괜찮을 것 같습니다.</span></p> <p class="MsoNormal"><br></p> <p class="MsoNormal">늘 맞춤법검사기를 돌리는데 맞춤법은 정말 어렵네요...</p> <p class="MsoNormal"><br></p> <p class="MsoNormal">좋은 하루 되세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