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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9739
    작성자 : 박짝
    추천 : 1
    조회수 : 242
    IP : 210.57.***.18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9/21 15:35:08
    http://todayhumor.com/?readers_29739 모바일
    박짝 단편, 애벌레 먹기(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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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마른 남자는 대담 중에 날 세운 표현을 종종 섞어 썼다. 그럴 때마다 주희연 아나운서는 진땀을 뺐다. 이번 방송은 단독 대담인 데다 특집으로 금요일 10시에 편성한 생방송이었다. 원래는 13년 차 노련한 아나운서가 진행할 인터뷰였는데, 그 선배가 몸이 안 좋아지자 그녀가 대타로 뛰게 되었다. 그녀는 입사 3년 차로 이번 대담을 잘 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릴 치며 자신감을 어필해서 그 자릴 따냈으므로, 반드시 물 흐르듯 진행해야만 하는 방송이었다. 그 사정을 봐줄 리가 없는 콧대 높은 유전공학자이자 잘 나가는 식품회사 대표인 이성진씨는 다시 한번 자신의 주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식사란 본디 야만적인 겁니다. 본질적으로 사체를 뜯어먹는 거라고요.”

    대표님 그건 너무 노골적인 표현 아닌가요?”

    거짓말은 아닌데, 막상 소리 내어 말하자니 부끄럽고 적나라한 표현을 두고 너무 노골적이라고 비난하지요. 식사에 대한 제 말이 어디 틀렸습니까? 대개 이런 말엔 뼈가 있어서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틀렸는데 듣기 좋은 소리보단 옳은데 듣기 싫은 소리가 나아요. 노골적인 이야길 좀 더 파고들지요.”

    아나운서 귓속 인이어에서는 안돼, 다음 주제로 넘겨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녀는 짧은 호흡으로 다음 주제로 넘어가 빠르게 쏟아지는 그의 말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잘 조리해서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다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피 흘려 죽은 사슴 생고기를 뜯어 먹는 사자와 다를 바가 없어요. 쌀이나 밀은 뭐 다를까요? 그 풀들에겐 태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밀집 사육에 대한 비판도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 인간에게 쌀과 밀 농사는 좁은 곳에 얼마나 빼곡히 쑤셔 넣어 풍성하게 자라는지가 관건입니다. 그게 어디 윤리적입니까? 필리핀 감옥에서 사람 쑤셔 넣는 거랑 뭐가 달라요? 우린 윤리적이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우린 양봉을 해서 벌꿀 집을 초토화해왔어요. 그들의 삶을 조금 고단하게 만들었지만 안 죽였으니까 괜찮다는 겁니까? 먹는 건 아닌데 더 심각한 예도 있습니다. 양잠이요. 누에나방은 실 뽑는 노예로 워낙 오래 살아와서 인간이 버리면 자연 상태에선 살아남지도 못해요. 인간에게 빌붙어서 성체가 되려는 번데기는 간식으로 먹히는데도 실을 뽑고 있습니다. 인간이 먹고 착취하는 대상에서 윤리를 찾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일이 없는 겁니다. 그들에게 넓은 방을 주고 맛있는 사료를 주면 공존입니까? 더 좋은 거예요? 천만에요, 그저 위선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는 쓸데없는 짓인 겁니다. 이런 행동에 공존이라 이상한 이름을 붙이는데 나는 그게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따져야 할 건 오로지 우리 스스로의 건강과 생태계입니다. 그러니 솔직해지자고요. 저는, 인간이 꾸준히 착취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입장의 동물보호단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한바탕 장광설이 지나가고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말길을 힘겹게 돌렸다.

    이야기가 조금 샌 것 같은데요, 일부러 인공수정으로만 번식 가능한 종을 만들어 오로지 식용으로만 이용하는 것에 대해 동물보호단체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성진은 만만한 대담자가 아니었다. 직접 사회자를 당황하게 하는 기술이 있었다.

    샌 것이 아니라 정확히 그 답입니다. 애초에 뭘 먹어도 야만적인 행위인 것이 분명하다면, 가장 이로운 생물을 사용하는 게 좋지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습니까? 그게 무려 애벌레에요. 모두가 열등하게 여기는 애벌레. 똑같은 일을 돼지나 소에 했으면 더 큰 반향이 있었겠지요. 인공수정으로 쉽게 소나 돼지의 성체를 만들고 자연 번식은 되지도 않는데다 주는 대로 아무거나 잘 먹는 종을 만들어버리면, 전 세계 동물보호단체의 폭격을 맞았을 겁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스스로도 애벌레는 보호해야 할 대상인지 논쟁 중입니다. 애초에 나는 그들의 윤리적인 문제제기가 위선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애벌레를 유전자 조작할 대상으로 택한 것은 애벌레는 나무늘보만큼이나 공격적이지 않고 잡식이라 사육하기 편한 데다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적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런 불필요한 논쟁들을 현명히 빠져나가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는 고소한 주먹만 한 애벌레로 돼지, , 닭 맛을 골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연이은 폭탄 발언에 디렉션을 포기한 듯한 제작진은 이제 주 아나운서의 기지에만 기대고 있었다. 인이어에서도 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을 다잡고 대담을 이어갔다.

    말씀 중에 나왔던 이야긴데요. 한번 다시 짚고 넘어가지요. 그렇다면 대표님 생각은 애초에 소나 돼지로 유전자 조작을 했다 하더라도 윤리적인 문제는 없다는 건가요? 동물보호론자들은 동물학대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육식이든 채식이든 사육해서 먹는 행위는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윤리적이게 할 수 없어 보이거든요. 소나 돼지를 넓은 목장에 풀어주고 사육한다 해서 안 죽입니까? 윤리적 자위인 거에요. 위선이지요.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대접해줬으니 죽여서 먹더라도 나는 착한 사람이다라는 위선. 푸아그라 논란이나 할랄푸드 유행이나 다 똑같은 겁니다. 대자연 속에서 어떤 존재가 윤리적입니까? BBC 다큐멘터리를 한편이라도 본 사람은 그런 얘길 못할 겁니다. 암사자는 물소의 불알을 뜯어서 죽이는데, 이건 성고문입니까? 범고래는 배고프지 않아도 물개를 갖고 놀다가 죽이는데, 얘네가 진정한 고문기술자겠네요.”

    유려하게 말을 풀어놓던 그도 이땐 뭔가 켕겼는지 잠시 머뭇거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같이 사는 동물, 반려동물을 혐오한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정말 평생 키워서 삶을 같이하는 존재라면 넓은 목장에 풀어주고 행복하게 해 주면서 감정을 나누는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만, 끝내 죽여서 먹을 먹잇감을 두고 고문이니 학대니 윤리가 어쩌니 하는 소리는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아요. 다시 한번 말하면, 결국 날 것 그대로 보면 늘 우리는 먹잇감을 죽이고 사체를 뜯어먹는 겁니다. 굳이 윤리를 말하자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는 것만이 윤리적인 일이겠지요.”

    여기서 이 질문을 안 할 수는 없겠네요. 그 경계는 누가 정하나요? 같은 종인데도 그 운명이 극단적으로 갈려 나가잖아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성진은 막히지 않고 술술 답했다.

    . 그래도 됩니다. 실은 언제나 그렇게 운명이 갈려 왔어요. 특별할 것도 없단 거에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 결정은 온전히 포식자의 몫이었어요. 예를 들면, 사자가 멧돼지랑 놀아주면 라이언 킹을 찍는 거고, 먹기로 결정하면 그걸로 끝인 겁니다. 산동네 꼬마 태식이가 사랑을 담아 닭을 키운다면 그건 존중합니다. 좋은 추억을 쌓을 수도 있겠죠. 그 닭은 공장에서 태어나서 죽은 뒤 치킨집으로 직행하는 닭들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 겁니다. 결국 결정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에요.”

    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잠시 쉬었다가 2부에서 이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3천억 벤처 신화의 주인공 이성진 대표와 함께 <특집 대담: 이성진, 음식을 말하다.> 함께하고 계십니다.”

    쉬는 동안에 주 아나운서는 멍한 정신을 바로잡으려 무던히 애썼다. 좋은 것만 보았다. 19.3%10년 내 동시간 대 최고시청률을 갱신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들은 썰도 도움이 됐다. 화장실에서 주아나를 씹던 두 선배가 흘린 이야기였는데, 원래 토론을 진행하던 선배도 이성진 대표가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인 데다 최근에 너무 인기가 많아 부담되어 병가를 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주 아나는 여기서 힘을 얻었다. 13년 차 방송인도 껄끄러워하는 상대다. 더 이상 중압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최고시청률 덕에 웃는 제작진에겐 수천 건에 달하는 항의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무속신앙 가릴 것 없이 질타가 쏟아졌다. ‘불임종을 만들어 배를 채우자는 생각은 악마만이 가능하다’, ‘생명의 앞길을 함부로 재단하면 천벌 받는다’, ‘저년은 왜 저렇게 답답하게 물어보냐? 돈이라도 받았냐?’ 혹은 니들이 뭔데 천재 과학자를 박대하냐’, ‘박사님 다른 나라로 가면 책임 질 거냐?’, ‘맛있으면 됐지 별 거 갖고 지랄이다’, ‘착한 척 오지네따위의 원색적인 비난이 넘쳐흘렀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여유가 넘쳐흘렀는데, 포식자 앞에 내 던져줄 제물을 이미 정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 분위기는 다른 관망자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눈에 독기를 품은 아나운서와 희희낙락하는 제작진을 동공만 슬쩍 움직여 번갈아 보던 이성진은 씩 웃으며 젠 체하며 말했다.

    봐요, 늘 그래 왔듯 포식자는 가혹한 운명도 쉽게 결정한다니까요.”

    주 아나운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능청맞게 깐죽거리며 약 올렸다.

    “Joseph Conrad said, the belief in a supernatural source of evil is not necessary; men alone are quite capable of every wickedness. 저들도 나도 마찬가집니다.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다 해요.”

    저는 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들과 당신은 달라요. 이건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걸요. 당신은 기형종을 만들어냈잖아요.”

    죽고 사는 문제가 되면 한번 저를 찾아오시지요.”

    지금처럼 실컷 놀린 뒤에 죽게 두려고요?”

    하하, 어지간히 밉보였나 보네요.”

    그는 머리 위로 두 손가락을 올려 뿔을 만들어 이죽거렸다. 주아나는 심호흡을 하며 저 얄미운 화상을 애써 무시했다. 2부를 다시 진행해야 할 시간이었다. ‘방송국 놈들도, 세간의 평판도 신경 쓰지 않겠다. 나는 내 질문을 하겠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3천억 벤처 신화의 주인공 이성진 대표와 함께하는 <특집 대담: 이성진, 음식을 말하다> 2부 시작하겠습니다. 1부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정리하며 시작할까 합니다.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늘 이야기하고 뜨거운 감자가 되는 주제이지요. 식용으로 기형 종을 만들어도 되는가?” 논란의 주인공인 대표님께서 이 자리에 나와 이에 대해 누차 강조하신 이야기는 식사란 본래 야만적이니, 지속가능한 착취 모델을 세우는 게 낫지 않냐는 말씀이셨습니다. 맞나요?”

    . 그렇지요. 좋은 정리네요.”

    윤리적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답변이 명료하니 이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분들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좋습니다.”

    대표님께서 손가락보다도 작은 애벌레를 주먹만하게 키우셨는데요. 그 유전공학적 방법이야 특허니까 말씀하시지 않는다 쳐도, 유사한 방법으로 다른 종들이 범람하게 되었을 때, 그 실패작들이 생태계를 해칠 가능성은 없을까요? 덩치가 열 배는 큰 야생 들개가 생기면 난리가 날 텐데요.”

    답변에 앞서, 독점적인 기술로 120여 개 국가에서 특허등록을 마친 상태라 그런 시도는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불법적인 시도가 있다고 가정하면, 첫 번째로 그들이 겪을 위험은 배고픔입니다. 저희 애벌레, ST 시리즈는 애벌레니까 먹이를 감당할 수 있지만, 그들이 덩치에 비례해서 먹어야 할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금세 굶어 죽을 겁니다. 그걸 이겨 넘으면 두 번째 위험은 인간이지요. 발견하기 쉬운 커다란 덩치는 쉽게 인간이 사냥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인명 피해가 생긴다면요?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 생명체가 된다면 어떡할까요?”

    , 인간은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고 먹을 건 없는 동물인 데다 사냥하기엔 엄청나게 위험합니다. 그래서 호랑이나 사자도 어지간하게 절박한 처지가 아니라면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도 억지로 커다란 생명체가 굶주린 상황을 가정한다면야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속가능한 종으로서 남지는 않을 겁니다. 애초에 이런 문제들은 없는 게 최선이겠지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선 특허기술을 더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반론하시는 분들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기도 해요. 개나 사람 만한 바퀴벌레가 있다면 끝장나는 거 아니냐. 엄청난 잡식에 번식력도 우월하다. 그렇게 만들 수만 있다면야 인류가 멸종하기야 하겠죠. 저희와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부귀영화를 거부하며 스스로 거대한 재앙을 일으키며 자폭할 멍청한 과학자가 있다면, 뭐 멸종할 수도 있겠지요.”

    인류에게 그런 정도의 위협이 되는 물건은 보통 국제적으로 제제하기 마련인데요. 핵무기처럼 말입니다. 그런 국제적 기구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핵무기와 다른 점이라면 이는 다른 국가를 향한 공격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향한 자폭버튼이라는 겁니다. 애초에 핵무기로 전쟁이 억제되는 이유가 모두 다 죽는다는 공포 아닙니까? 저는 그 버튼을 누를 생각이 없습니다. 많은 분께서 저더러 악마라고 욕을 많이 하시는데, 제가 정말 악마라면 그 버튼을 눌렀겠지요.”

    카메라를 바라보던 그는 잠시 눈을 주아나에게 돌린 뒤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딱히 제 머리에 뿔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희 회사에선 세계 기아문제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식용 기형종을 만들어서 300만명을 기아에서 건져낼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께선 하시겠습니까? 저는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고민 없이 똑같이 결정할 겁니다. 굶주림에 시달렸던 곳에 가면 저는 선한 자선가로 대접받습니다. 정말 제가 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신은 다양한 이름으로 움직이신다 하지요. 제 손길은 신의 이름일까요? 악마의 이름일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사람입니다. 제 능력껏 벌고, 능력껏 사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욕을 먹더라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이던 주아나는 그 거짓말을 듣자 더 이상 공격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는 확실하게 스스로가 악인임을 알고 있었다. 얄미웠다. 그가 저렇게 말해준다면 주아나는 이 방송으로 인한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없단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더욱 그녀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은 그 순간 감동하거나 환호하는 방송국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헌신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질의응답을 이어갔지만, 그 뒤로는 무난한 애벌레 먹기 홍보방송이 되어버렸다.

    무대가 끝나고 난 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소속된 집단에 대한 환멸, 적이 퍼부은 능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가 그녀를 도우려 했는지, 아니면 정말 인생에 기억될만한 악몽을 만들어주려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의도완 관계없이 후자가 되어버렸다. 국장님이 와서 찬반 양쪽의 불만을 적당히 조율한 그녀의 기지를 칭찬하고 갔는데도 분은 식지 않았고, 결국 새벽 세시, 사표 한 장을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

    네이버 블로그, 문피아, 브릿G에도 올렸습니다.

    전에 올렸던 글에 비해 쓸데없는 수동태 표현이나 맞춤법을 수정했고, 인물의 서사를 조금은 더 만들었습니다 하하

    몇개 아래에 있는 저 글로는 저 스스로도 조금 찝찝해서요. 이 정도면 이대로 두든 나중에 따로 쓰든 괜찮을 것 같습니다.


    늘 맞춤법검사기를 돌리는데 맞춤법은 정말 어렵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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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4 03:11:56  122.43.***.29  petrichor  540299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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