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에는 언제나처럼 친구들이 모여있다. <div><br></div> <div>뒷산 오르기에서 1등을 도맡아하는 원숭이는 항상 친구들과 선생님의 중심에 있다.</div> <div><br></div> <div>다른 아이들은 원숭이를 부러워한다. 비결을 물어보기도 한다. </div> <div><br></div> <div>"뭘.. 그냥 기본적으로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잘 쉬는 거지."</div> <div><br></div> <div>그리고 언제나 꼴등에겐 위로와 격려가 뒤따른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번에는 원숭이보다 더 빨리 뒷산 꼭대기에 오를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아니,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까? </div> <div><br></div> <div>지금까지 원숭이를 이긴 적은커녕, 다른 친구들도 이긴 적이 없다. </div> <div><br></div> <div>그들은 돌아가는 길에서 연민 가득한 얼굴로 위로를 건넨다. </div> <div><br></div> <div>"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오겠지"</div> <div><br></div> <div>"그래도 항상 널 응원하고 있어!"</div> <div><br></div> <div>"노력은 배신하지 않아!"</div> <div><br></div> <div>"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야. 힘을 내!"</div> <div><br></div> <div>맨 뒤에서 퍼덕거림에도 위로와 응원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일 수도.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항상 그랬다. 뒷산 오르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냇가에 가면 마음이 편했고, 너무 즐거웠다. </div> <div><br></div> <div>때로는 냇가가 좋아서, 집에 늦게 들어간다. </div> <div><br></div> <div>엄마는 그런 내가 마땅치 않은 지 면박을 주었다. </div> <div><br></div> <div>"냇가에서 헤엄치는 게 그렇게 좋니? 엄마도 어렸을 땐 좋아했지만, 일단 산을 오르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니?"</div> <div><br></div> <div>"엄마, 솔직히 산에 오를 때보다 냇가에 있는 게 편하고 좋아, 나 그냥 계속 냇가에만 있으면 안 될까?"</div> <div><br></div> <div>엄마는 그 말을 듣더니 잠시나마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div> <div><br></div> <div>"산에 오르는 걸 먼저 연습해, 헤엄은 취미로 해야지? 알았지? 착한 내 새끼 언제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엄마가 아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식은 부모가 키우지만, 꿈도 같이 키우는 건 아니다. </div> <div><br></div> <div>결국, 그 날은 뒷산에 가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냇가로 향하며, 항상 가던 길이 아님에 약간 생소하고, 두려웠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행복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넌 낙오자야! 너처럼 싫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쓰레기야"</div> <div><br></div> <div>"패배자, 그동안 신경 써준 게 아깝네"</div> <div><br></div> <div>"무능력자, 너 같은 건 커서 동물원에 가둬버려야 해. 산도 빨리 못 오르면 어떻게 열매를 따겠니."</div> <div><br></div> <div>그동안 항상 같은 편처럼 위로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들의 시퍼런 힐난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친구들의 반응보다는 엄마의 냉담함이 더욱 아팠다.</div> <div><br></div> <div>"넌 누굴 닮아서 그러니? 그래서 나중에 어른 구실이라도 할 수 있겠니? 그냥 나가 뒈져! 그렇게 포기하고 살 거면, 인생도 포기해!"</div> <div><br></div> <div>주위에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돌팔매질을 했다. </div> <div><br></div> <div>아팠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돌아왔다. 여전히 꼴등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웃는 얼굴로 다시 응원해준다. 다행이었다.</div> <div><br></div> <div>뒷산을 오르는 데 도움을 주시는 호랑이 선생님은 주로 원숭이를 예뻐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으신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결석했다가 돌아왔다며, 잘 왔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div> <div><br></div> <div>"세상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뒷산 오르기만 열심히 하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단다. 항상 열심히 하는 것 알고 있으니, 평소대로만 하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세상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보다 해야 할 것이 있다.</div> <div><br></div> <div>점점 세상에 눈을 떠가는 자신이 대견하다. </div> <div><br></div> <div>그렇다. </div> <div><br></div> <div>산길보다는 평지를 잘 달리는 조랑말 녀석도 묵묵히 산을 달린다. </div> <div><br></div> <div>몸집이 커서 항상 나무나 바위에 길이 막혀 쩔쩔매는 코끼리도 항상 노력한다.</div> <div><br></div> <div>좋아했던 것만 찾았던 바보 같은 자신을 책망하며, 내일은 더 열심히 하리라 다짐해본다. </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른들은 항상 말한다.</span></div> <div><br></div> <div>"뒷산 오르다가 죽은 사람은 없어."</div> <div><br></div> <div>그렇다. 뭔가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div> <div><br></div> <div>죽도록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div> <div><br></div> <div>1등을 하면 뒷산 오르기도 냇가에 가는 것처럼 즐거워지지 않을까?</div> <div><br></div> <div>'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제부턴 뒷산에 오르는 걸 즐겨보기로 한다.</div> <div><br></div> <div>나의 꼬리지느러미와 아가미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발선에 원숭이와 코끼리와 조랑말과 금붕어가 나란히 선다. </div> <div><br></div> <div>뒷산에 빨리 오르는 게 모두의 목표다.</div> <div><br></div> <div>반듯하게 일직선으로 그려진 출발선은 누구에게도 평등한 시작점이다. </div> <div><br></div> <div>얼마나 평등한지 단 0.1mm의 뒤틀림도 없다. </div> <div><br></div> <div>문제는 달리는 사람의 노력이지 않을까? </div> <div><br></div> <div>그동안 꼴등만 했다면, 그 정도 노력밖에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자신이 부끄러워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탕!"</div> <div><br></div> <div>신호총이 울렸다!</div> <div><br></div> <div>원숭이는 긴 팔과 긴 다리로 이미 나무에 올라 저 멀리 달려나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조랑말은 힘겹고 어색하지만, 유연하게 숲으로 달려들어 갔다.</div> <div><br></div> <div>코끼리는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나무가 길을 막지만, 힘으로 밀거나 돌아서 간다.</div> <div><br></div> <div>나도 힘을 낸다. 있는 힘껏 지느러미들을 흔든다. </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