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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7236
    작성자 : 할매검
    추천 : 16
    조회수 : 1056
    IP : 124.56.***.6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12/10 02:17:55
    http://todayhumor.com/?panic_97236 모바일
    [단편] 자각몽
    옵션
    • 창작글
    <p>3번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던 날. </p> <p><br></p> <p>더이상 어머니의 한숨소리에도 죄송하거나 답답한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p> <p><br></p> <p><br></p> <p>그냥 살기 싫다는 생각만이었다.</p> <p><br></p> <p><br></p> <p>더이상 우리집에는 내 학원비등등을 감당할 여유가 없음을 알면서도, 아마 난 4번째 도전해보라고 하는 말에 또 못이긴 척 알겠다고 할 것이다.</p> <p><br></p> <p><br></p> <p>그래. 이런 병신이다 내가. </p> <p><br></p> <p><br></p> <p>때마침 학원 친구들과의 단톡방때문에 핸드폰이 불나듯 울리기 시작한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 다들 합격 축하한다. "</p> <p><br></p> <p><br></p> <p>병신같이 쿨한척 하려 나와버렸다. 거지같은 술자리.</p> <p><br></p> <p>쿨한 척 하느라 먼저 합격 축하 인사를 건냈지만, 친구들의 눈빛은 안타까움 반 동정 반이다.</p> <p><br></p> <p>어느 쪽도 난 받아들일 기분이 아니다.</p> <p><br></p> <p><br></p> <p><br></p> <p><br></p> <p>말없이 술만 퍼먹은 탓인지, 잔뜩 취했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다. 이상하다.</p> <p><br></p> <p>불이 꺼진지 한참 된듯한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어머니가 주무시는 안방 반대편 내 방에 들어간다.</p> <p><br></p> <p>모르겠다. .. 뭘 모르겠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잠이나 자자. </p> <p><br></p> <p><br></p> <p><br></p> <p><br></p> <p><br></p> <p>그날 난 꿈을 꾸었다. 너무 생생하다. </p> <p><br></p> <p>난 부자가 되어있었고,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떨어지는 디테일 때문에 이것이 꿈임을 깨달았다. </p> <p><br></p> <p>꿈에서도 술기운이 있었는지 용기가 생겼다.</p> <p><br></p> <p>하늘을 날아보려 시도했고 몇번의 시도 끝에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갈 수 있었다. </p> <p><br></p> <p>환호성을 지르다 갑자기 떨어지며 꿈에서 깼다.</p> <p><br></p> <p>어느새 아침이었고, 머리는 멍했지만 기분은 개운했다. </p> <p><br></p> <p>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다. </p> <p><br></p> <p>자각몽. 루시드 드림</p> <p><br></p> <p>어쩌면 이건 내가 원하던 것일지도 모른다.</p> <p><br></p> <p>여기서는 뭘 해도 괜찮지 않은가. </p> <p><br></p> <p>항상 이도 저도 않게 살아오며 남 눈치는 참 더럽게 많이 살펴서 한번도 해보고 싶은대로 해보지 못한게 큰 한이었다.</p> <p><br></p> <p>결국 4번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나는 자각몽 훈련에 푹 빠졌다.</p> <p><br></p> <p>난 재능이 있어보였다.</p> <p><br></p> <p>내가 원하는 모든 형태의 행동이나 생성이 가능했고 훈련을 거듭할수록 꿈이 뚜렷해져갔다.</p> <p><br></p> <p>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점점 뒷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합격이 희미해지고 있다.</p> <p><br></p> <p>그러다 모의평가를 치루던 날, 형편없는 점수 - 거의 꼴등에 가까운 점수였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꿈이 뚜렷해질수록 잠은 더욱 더 부족해지는 기분이었고, 학원에서 거의 졸며 하루를 보냈으니</p> <p><br></p> <p>" 지금 슬럼프인것 같은데, 정신차리고 해야하지 않겠나. 이번엔 합격해야지."</p> <p><br></p> <p>학원 원장이 우수고객에게 립서비스를 하기 위해 친히 불러 커피 한잔을 타주었다. </p> <p><br></p> <p>듣는둥 마는둥 했지만 내속의 분노와 오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꿈속의 나는 무적인데, </p> <p><br></p> <p>그날 꿈에서 나는 날아서 학원 건물로 향하였다.</p> <p><br></p> <p>군대에서 쏴봤던 K2를 떠올리며 손에 총을 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내가 아는 얼굴들을 모두 피투성이로 만들었다.</p> <p><br></p> <p>그리고 학원원장은 주먹으로 얼굴이 박살날때까지 때려주었다. </p> <p><br></p> <p>그리곤 아주 개운한 기분으로 기상하였다. 더없이 개운하였다.</p> <p><br></p> <p><br></p> <p>그 이후 난 수시로 꿈속에서 학원 건물로 향했다. </p> <p><br></p> <p>온갖 방법을 이용해서 그 안의 모든 이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고문하였다. </p> <p><br></p> <p>꿈속에서는 죄의식도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나 뚜렷한 꿈에서 얼굴만 아는 이들의 본 적 조차 없는 표정과 비명을 볼 수 있었다.</p> <p><br></p> <p>그리고 점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져갔다. </p> <p><br></p> <p>깨어있어도 꿈인가 싶을 때가 많아졌다.</p> <p><br></p> <p><br></p> <p>" 혹시 지난번, 괜한 참견했다면 미안하네. 혹시 화가났다거나 했다면 사과합세."</p> <p><br></p> <p>자판기 커피를 뽑아마시는 나에게 갑자기 원장이 다가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p> <p><br></p> <p>당황하며 오랫만에 그의 얼굴을 보았는데, 매우 피곤해보이고 힘들어보이는 안색이었다.</p> <p><br></p> <p>그리고 날 두려워하는 듯한 눈빛, 내가 그를 꿈속에서 죽일 때 그가 보여준 눈빛이었다.</p> <p><br></p> <p><br></p> <p>아리송해 하며 겨우 수업은 마저 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져 온다. 아니, 이건 어쩌면 불안일 것이다.</p> <p><br></p> <p>최근 나를 보는 주변 고시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이 더이상 나의 착각이 아닌 것 같다.</p> <p><br></p> <p>화장실에서 들은 이야기는 분명히 나에 대한 것이었다.</p> <p><br></p> <p>"너도 어제 그 꿈 꿨냐 ? "</p> <p><br></p> <p>"하... X발 진짜. 숨어있었는 데 끝끝내 찾아내서 죽이던데. 넌 어제 어디있었어"</p> <p><br></p> <p>"몰라. 끝부분만 기억나지.. 보통 그렇듯이. 그냥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칼로 찌르거나 하잖아. 어제도 교실에 앉아있었지 뭐. 죽고나서야 꿈인줄 알았지 뭐."</p> <p><br></p> <p>"그 새끼 4반에 있는 새끼같던 데 얼굴도 음침하고 친구도 없던데.. "</p> <p><br></p> <p>"어 걔 4반 맞아. 유명인임 아주.. ㅋㅋ"</p> <p><br></p> <p>등줄기가 서늘하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p> <p><br></p> <p>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p> <p><br></p> <p>분명한 것 한가지는 그들도 내 꿈속에 있었다는 것.</p> <p><br></p> <p>차라리 죽이기만 했던 남자들은 나앗다.</p> <p><br></p> <p>꿈에서 강간했던 여자들은 노골적으로 나를 피했고,  반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다.</p> <p><br></p> <p>그리고 짐을 옮기면서 항상 나를 응시하곤 했다. </p> <p><br></p> <p>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보기 싫은 것을 보는 눈빛으로.</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4번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던 날. </p> <p><br></p> <p>더이상 어머니의 한숨소리에도 죄송하거나 답답한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p> <p><br></p> <p><br></p> <p>그냥 살기 싫다는 생각만이었다.</p> <p><br></p> <p><br></p> <p>이젠 도망칠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p> <p><br></p> <p>하지만 한가지 희망에 걸어보기로 하였다.</p> <p><br></p> <p>이것 역시 나의 자각몽일지도 모른다. 더이상 난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했다.</p> <p><br></p> <p>이 학원 옥상에서 저 반대편 빌딩에 착지 할수 있다면 꿈에서 깨어 마지막으로 시험에 도전해야지. </p> <p><br></p> <p>그리고 난 반대편 빌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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