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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5630
    작성자 : 할매검
    추천 : 28
    조회수 : 3094
    IP : 124.56.***.6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9/28 02:16:07
    http://todayhumor.com/?panic_95630 모바일
    [단편] 살인마들의 팀플레이
    옵션
    • 창작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 

    특별하지 않은데도 특별한척 과시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특별한 사람임에도 누구보다 평범하게 보이길 원하는 사람인가 ? 


    나의 내면을 아는 사람들은 놀라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물었을때 나는 전자를 택하곤 했다. 그리고 멋쩍은 듯 웃으며 으쓱 하는 그 제스쳐, 

    그것까지도 비범함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의 갈망으로 승화시키곤 했다. 누구도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오늘 카페에서 그를 만나기 전까진.


    일본 추리작가들의 온갖 살해트릭이 담긴 노트를 다시한번 찬찬히 정독하며, 다음 타겟에 대한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을때 한 겨울에 빨간 코아래 더 빨간 입술로 아이스 카페모카를 쭉쭉 빨아먹는 한 남자가 다가왔다. 

    유난히 빨간 입술 주변엔 정돈되지 않은 듯한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고, 그 위를 툭 튀어나온 광대뼈로 포인트를 마감하고 있었다.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하와이풍 반팔티셔츠와 반쯤은 어거지로 접어올린 청바지 역시 그의 외양을 판단하는데 더욱 혼돈을 주고있었다. 

    그래, 굳이 말하자면 그는 그냥 뭔가 방금 씻은 노숙자 같은 형상이었다. 

    반면에 나는 아주 극상의 명품은 아니지만 깔끔한 와이셔츠와 슬랙스, 그리고 스니커즈로 마무리 하며 헤어는 정갈하게 7:3 정도로 정돈한 상태. 

    병적으로 정돈된 상태와 자기관리의 중간지점쯤에서도 자기관리 하는 사람에 가까워 보이고자 하는 그러한 상태. 그게 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와 나의 만남은 부자연스러움의 극치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혼돈따윈 일상인듯 그는 허락도 없이 나의 작은 원탁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나를 잘 안다는 듯 히죽히죽 웃는 것이다.

    반대편의 나는 오히려 표정관리를 하며 닥쳐온 이 상황을 이해하느라 다른 일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 눈빛과 위치선정, 꾸민 꼴을 보아하니 한 5명 죽였나 보다 ~ 그치 ?"

    애써 관리하던 표정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없이 굳어버렸다. 

    " 헤헤..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이네. 아 뭐.. 그냥 졸부느낌이 나서. 원래 3명쯤 죽이면 빚 갚고 4명째 부터 사고싶은 거 사잖아~ 그런데 아직 폼은 안나네 .. 키키"

    처음으로 마주친 그의 눈은 허름한 옷차림과는 다르게 마치 뱀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내가 내 페이스를 찾았을때는 그가 떠나고 5분정도 지나서였다.

    그는 쪽지 하나를 남기고 갔다. 

     ' 린저씨 팀원 급구 : XXFiKNdXX , 1710011530-하데스섭 ' 




    그리고 나는 린저씨 하데스 섭에 접속하였다. 17년 10월 1일 오후 3시 30분, 

    XXFiKNdXX 에게 귓말을 걸었다.

    - 제시

    - 두당 현1장

    - .. 콜






    그리고 장소를 받고, 나는 약속한 날짜에 약속한 장소로 갔다. 

    "헤헤, 빨리왔네. 연장 챙겨왔어 ? "

    난 내 자켓을 열어 회칼을 보여준다. 

    "아, 칼 전문인가봐? 뭐 .. 어쨋든 말한대로 저기 등산회 아재 아줌들 5명인데, 뭐 치정살인인데 혼선주려고 다 죽이는 거니까 깔끔하게 처리하자구.

    의뢰한 사장님이 단단히 화가났어.크크크크 "

    꼭 이런식으로 팀플레이를 하면 서브역할을 맡는 사람은 늦게서야 정보를 알게 된다. 뭐, 상관없다. 단지 나이먹은 사람들이라는 게 짜증나지만 살집이 있으니 뭐 나름 즐거움도 있을것이다.

    인적없는 산기슭 오두막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중생들이 허물을 벗어던지고 욕정을 사정없이 드러내기 시작하자, 우리는 연장을 꺼내고 슬금슬금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물고 빠느라 정신이 없는 행태를 보고 구역질도 올라왔으나 일은 일이니까. 

    메인이 먼저 들어가겠다고 나한테 눈치를 보낸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안을 보니, 남자 3명의 등판에 있는 커다란 문신들이 보인다. 

    왜 굳이 팀플레이를 하려고 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하지만 역시나 상관없다.

    매에 장사 없으니.

    덩치들은 특별히 5방씩 찔러준다. 빨리 찌르는 건 내 특기다. 항상 턱걸이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할까.

    그렇게 메인이 덩치 1, 여자2를 정리하는 동안 내가 덩치 1을 정리하고, 둘이 힘을 합쳐 나머지 덩치 1명을 정리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우리는 서로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휴 .. 헤헤.. 쉽지 ? 이게 두당 1장이야.. 크크"

    "그렇네"

    "고생했어. 내 오토바이에 니 몫 1장 있다. 가져가"

    그럴줄 알았다. 나는 그냥 내 연장을 덩치들이 벗어놓은 등산복으로 닦으며 한숨을 섞어 말했다.

    "생각보단 포션이 적네.2장은 될줄 알았는데."

    그때까지 헤헤거리던 그의 눈이 다시 뱀눈으로 바뀌며 나를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욕심부리면 이바닥 오래 못가는 거 알지. 너도 알거아니야. 슬슬 알만할거 같은데.. 많이 챙겨준거"

    흠. 협상 결렬이다. 

    본업으로 돌아가야겠다. 

    사실 회칼을 닦은건 곧 다시 써야될것 같아서였는데, 생각보다 빠르다.



    "눈빛이 한번 해보자는 것 같네? 헤헤. "

    그가 자세를 낮추고 칼을 똑바로 든다. 

    나는 그냥 연장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뒷짐을 졌다.

    "항복~ 항복. 오토바이 어디있는데."

    "역시 넌 똑똑해. 헤헤.. 3번 등산로 우측 400m 지점이다."

    안심한듯 웃으며 뒤돌아 사체를 모으고 사진을 찍는 그를 돕고나서 나지막히 물어보았다.

    "같이 사진 찍어줄까 ? 기념으로"

    "그래~ 그거 눌러주면 돼"

    시대가 어느시대인데 필름 카메라로 찍는지 모르겠다. 뭐 사진동아리 그런건지 몰라도 필름 카메라의 장점은 시간을 속일수 없다는 것이다.

    할 거 다 한것 같다. 



    나는 뒷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어 카메라를 보며 눈을 감았니 어쩌니 지랄하고 있는 그새끼 목뒤를 날려버렸다.


    "목은 질겨서 잘 안먹으니까 괜찮겟지."


    한마디 아우성도 없이 앞으로 꼬구라지는 촌스러운 새끼. 


    그래도 그 새끼 덕분에 오늘도 물량을 괜찮게 확보한것 같다. 


    "요즘 그램당 시세가 어떻더라~"


    평범한 킬러인척 직업을 숨기는 것도 쉽지 않지만 벌이가 나쁘지 않다. 


    "이만큼 쉽게 작업할수 있는 장소도 없고~" 


    절로 콧노래를 부르며 적당히 절단한 시체들을 봉투에 넣고 준비한 아이스팩을 넣어주며 


    그 촌스러운 새끼가 남겨준 돈은 가져가고 미리 봐둔 위치에서 캐리어들을 굴린후 


    오토바이 연료통을 열어 불을 질러 오두막을 캠프파이어장으로 만들고 나서 차에 캐리어를 실었다. 


    정말 완벽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이 사냥꾼이란 직업은 말이다. 


    원래 똑똑한 사냥꾼일수록 덫을 잘쓰는 것 아닌가 ?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인간 사냥꾼이겠지만. 


    이제 고객들이 기다리는 내 가게로 향해야겠다.


    사진도 있겠다, 요즘 뭐 유통기한 이런거 시끄러운데 나도 고객들에게 한층 신뢰를 줄수 있을 것 같다.


    이제 6명째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운좋은 일이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친구들을 불러서 고기파티를 해야지.


    출처 러시아 식인부부를 보고 충격을 받아 예전부터 생각하던 킬러vs 킬러에 대한 모티브를 갑작스레 정리하여 이제야 쓰네요.

    항상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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