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처음 그가 의식을 찾았을 때를 이야기 하자면, 그 느낌은 마치 수면 마취를 한 느낌과 같았다. <div><br></div> <div>갑자기 눈이 떠지고, 의식이 돌아왔지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상황이 한참동안 지속되는 그런 느낌.</div> <div><br></div> <div>모든 감각이 돌아온 것인가 싶었을 때는 되려 내가 보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살풍경한 주변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깨어난 곳이 침대라는 것만이 가장 먼저 떠오를 뿐, 앞에 바쁘게 돌아다니는 우주복 비슷한 것을 입은 사람들은 그가 생전 본적이 없는 것들이었다.</div> <div><br></div> <div>뭔가 아이패드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던 사람이 - 우주복인지 비슷한 것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다가오자 그가 여자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div> <div><br></div> <div>바쁜 와중에도 나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K씨, 일어나셨군요."</div> <div><br></div> <div>영문을 모르겠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던 나였다. </div> <div><br></div> <div>그런 나의 눈앞에 갑자기 모니터가 다가와 '우선 진정하십시오 K씨.'라는 글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글과 영상, 마치 유투브 다큐멘터리를 보듯 내가 왜, 어떻게 깨어난건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div> <div><br></div> <div>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20년전 육체의 기능을 잃었고, 당시에 있었던 최신 냉동 기술로 뇌를 보존, 지금 나의 유전자로 복원한 몸에 옮겨졌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왜 ? 라고 묻고 싶었으나 입조차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마치 가위눌린 사람처럼 나는 끙끙댈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div> <div><br></div> <div>그냥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맥주 한잔 하는 것을 낙으로 살았으며 </div> <div><br></div> <div>그리고 이웃과도 그럭저럭 지내는- 그러한 평범한 사람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나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 - 현재의 의사라고 하였다. 그때 입었던 것은 무균실용 복장이었다고 .. </div> <div><br></div> <div>그녀가 내게 말하길 자연스러운 해동 쇼크로 인한 부분 기억 상실이라고 하였다.</div> <div><br></div> <div>언젠가는 기억이 날거라며, 기억이 나면 주치의인 자신에게 알려달라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하곤 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슬프게도 한달이 지나도록 나는 기억을 찾지 못했다. </div> <div><br></div> <div>"아직도 기억이 안나시나요."</div> <div><br></div> <div>주치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바람에 보답하고 싶지만, 마치 필름이 끊긴듯 단편의 기억들만이 틈틈히 떠오를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주치의는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div> <div><br></div> <div>최면사? 라는 직업이라고 한다.</div> <div><br></div> <div>최면이라는 것이 이렇게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존재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그것도 순간. </div> <div><br></div> <div>그의 박수소리가 들릴 때야 비로소 내가 깨어났던 것이 기억날 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다만 그 의사가 날 붙잡고 울며 흔들었던 것이 비몽사몽한 사이의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뿐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와서 나의 옷을 갈아입히고 뭔가 굳은 표정의 사내들이 나에게 와서 낚시줄 같은 끈으로 내 손을 묶는다.</div> <div><br></div> <div>단번에 나는 이것이 현재의 수갑이구나, 라는 생각과 </div> <div><br></div> <div>왜인지 낯설지 않다는 - 그러한 낯선 생각이 드는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내 눈을 가리는 어떤 기구를 씌운 순간. 뭔가가 이상함을 알게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2037년 X월, X일. 사형을 실시한다."</div> <div><br></div> <div>"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중 자살한 KOO에게 잔여죄값을 치루도록 실시한다. 죄목은 살인, 형량은 사형이다."</div> <div><br></div> <div>" 사형의 방식은 피해자의 뜻에 따라 20년간에 걸친 의식유지 및 거동불능 상태를 유지 후 시행하도록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녀가 처음 그를 본건 10살 무렵, 새벽 3시경이었을 것이다. </div> <div><br></div> <div>시끄러운 소리에 깨었을 때 마스크조차 하지 않는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미 부모님은 더이상은 그녀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상태였다.</div> <div><br></div> <div>CCTV와 여러 증거를 통해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훔친 돈은 다써버리고 번개탄으로 자살한 상태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부모님의 장례식날, 그녀에게 어떤 정장입은 사람이 와서 물었다.</div> <div><br></div> <div>" 그에게 제대로 된 벌을 주고 싶니 ?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녀의 대답은 너무도 명확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아직까지도 어제처럼 선명한 20년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는 의사가운을 벗고 퇴근 준비를 하였다. </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