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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6963
    작성자 : 까칠한삐대
    추천 : 6
    조회수 : 1104
    IP : 61.35.***.13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3/28 14:56:17
    http://todayhumor.com/?panic_86963 모바일
    내가 바라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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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암알지?

     

    난 절대로 그런병에 걸리지 않을 꺼라고 생각했거든?

     

    그 것도 4기?라나... 뭐 말기라나.... 난 전혀 아프진 않았거든? 그냥 소화가 잘 안되어서 병원 온거 뿐인데 말이야.

     

    아무튼 의사가 주의사항이라던가 살수 있는 시간이 2개월 이라던가.....


    뭐 여러가지 이야기 해준거 같았는데 너무 충격이 심해서 하나도 기억안나고,

     

    정신 놓은채로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바로 술집으로 가서 새벽까지 술을 먹었지. 꿈인지 사실인지도 헷깔리고 말이야.


    여튼 술에 취해서 집앞 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언제 나타난건지 검은색 코트를 입은 남자가 앞에 서 있더라고.

     

    그 남자가 웃으면서 

     

    네 남은 수명의 절반을 주면 내가 죽인 사람들의 남은 수명만큼 더 살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왠 미친놈인가 했지만, 그 녀석이 풍기는 섬뜩한 기운에 왠지 농담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


    솔직히 손해보는 장사도 아닌거 같아서 내가 절반을 주겠다고 했거든.


    위암말기 환자가 얼마나 더 살 수 있겠어?


    그랬더니 그 녀석이 잘 받았다고 하면서


     - 너의 남은 수명은 7일, 타인의 수명은 105년 남았다.


    라고 이상한 소리를 하고 미친놈 처럼 웃으면서 사라지더라고.

     

    아니 내가 아무리 술에 취했지만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말그대로 사라졌어. 정말 완벽히 사라졌다고.


    순간 환각을 봤던거 같기도 하고 꿈인거 같기도 했어. 그러다 술이 많이 취한거 같다고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서 잠들었지.




    아~ 꿈이라고 생각한건 내 착각이었어. 


    그 사람은 정확히 밤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내 앞에 나타나서 내 수명을 알려주고 사라졌거든.


    다른 아무말도 안하고 수명만 말하고 웃으면서 사라지더라고. 지금생각해도 정말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야.




    그 날은 와이프가 장모님이 위독하셔서 친정에 같이 가야 된다고 하더라고.


    좀 꺼림칙 했어. 어제 그 녀석이 나보고 남은 수명은 1일 이라고 했거든. 


    물론 105년의 남은 수명이 더 있긴했지. 




    그... 고라니. 이 세상에 고라리는 싹다 씨를 말려버려야 돼.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갈때 갑자기 앞에 고라니가 나타나서 핸들을 꺽는 바람에 차가 절벽으로 굴러 떨어졌거든.


    정신을 차려보니 안전띠를 안해서 그런가 나는 차 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누워 있었고 차는 절벽밑에 처참하게 


    찌그러져 있었지.


    아니, 내 꼴이 더 처참하게 부셔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억지로 목소리를 내어서 와이프랑 딸을 불러봤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더군. 


    그 때 그 녀석이 나타났어.


     - 타인의 수명 105년 남았다.


    잠깐!!! 잠깐만!!!! 아직 수명이 105년이나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죽을꺼 같아. 죽을꺼 같다고!!!


    절규하며 소리친거 같았는데 아마 모기만한 소리만 들렸겠지.


    그런데 그 녀석이 이번엔 바로 사라지지 않고 귓 밑까지 찢어진 입으로 미소 지으면서 


     - 난 약속은 지켜.


    하고는 그 소름끼치는 웃으면서 사라졌어.



    난 말이야.


    이제 살아 있다는게 뭔지 모르겠어.


    그 날 들개 무리가 다가와서 내 손가락을 물어 뜯을 때에도, 물어 뜯긴 손가락이 들개의 식도를 넘어 갈때에도,


    오른쪽 다리를 두마리가 물고 싸울때에도, 생생하게 그 감각이 느껴졌거든.


    미쳐버릴 것 같은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어. 


    내 머리는 그 것들 중에 한마리가 뜯어서 어디론가 가져가고 있었거든.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원래 보였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곳에 있는지, 시간의 개념도 없어진 것 같아.


    조그만한 벌레 같은 것들이 내 남은 살점을 잘라갈 때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뒤로는


    이제 그 통증마저 그리워져.




    처음에는 이때까지 내가 죽였던 사람들에게 사죄도 해보고, 오히려 고통없이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도 해 보았지.


    하지만 시간개념도 없어진 지금 부질없음을 깨닫고 생각하는 걸 멈추었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더라고.



    내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뿐이야.


    다시 살려달라는 것도, 지금당장 죽여달라는 것도 아니야.


    다만 매일마다 정해진 시간에 그 녀석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웃음소리 같은 것이 내 안의 어딘가에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발 그 200년 넘게 남은 수명만이라도 알려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바라는 건 이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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