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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8230
    작성자 : 뿡분
    추천 : 8
    조회수 : 1754
    IP : 118.36.***.187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5/25 17:46:15
    http://todayhumor.com/?panic_68230 모바일
    단편] 위기의 드라마
    <위기의 드라마>


     yu12*** 막장도 막장나름이지. 이건 어이가 승천할 지경...작가, 돈 받고 쓰는 거냐?

     00jh**** 작가 정신과 상담 받아 봐야할 듯. 다른 기사 보니까 배우들 사이에서도 또라이로 통한다던데.

     44oq**** 킬링타임용 드라마가 시청자들까지 죽이기 시작하다!

     “좋다고 볼 땐 언제고……너희들, 욕하면서도 다 봤잖아.” 

     나는 시청자 게시판에서 빠져나와 포탈사이트를 열었다. 메인에 큼직한 기사 제목이 떠올라 있었다.

     <인기 드라마 ‘반쪽 사랑’ 출연진, 진실을 밝히다> 

     기사내용은 보나마나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는 뒷담화일 터였다. 연기력 부족 논란을 대책 없는 쪽대본 촬영 때문이라고 둘러대려는 거다. 핑계 대지마. 네 연기가 형편 없는 걸 누구 탓을 해? 다른 드라마는 다를 것 같아? 내가 주인공으로 밀고 나가자고 안했음, 넌 아직도 무명이었어. 

    딱딱. 
    앞니 사이에 손톱이 잘려 나갔다. 나는 다리를 덜덜덜 떨어대며 메일함을 체크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또다. 또……. 눈이 뻑뻑하다. 첨부파일을 클릭하자 수많은 문자들이 화면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음회의 대본이었다. 짧은 분량을 빠르게 읽어 내렸다. 중병에 걸린 남자주인공을 여자 주인공이 사랑만으로 치유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불치병 진단 받은 사람을 일주일만에 완치시킨다고? 사랑으로? 이게 도대체. 이 대본을 밀고 나간다면 어떤 기사가 쏟아져 나올지 뻔했다. 이미 윗선에서도 수차례 경고를 받았다. 주조연 배우 사이에서 촬영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을 노려 보았다. 창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분노와 연민, 뒤섞인 감정들로 인해 뒷목이 뻣뻣하게 당긴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단 몇 줄의 경고로 내 번뇌를 잠식시켰다.

     [떠오르는 신인 작가, 시청률 30%……그 모든 수식어가 거짓이었다고 밝힐 수 있어요? 사실은 다른 사람이 쓴 대본이었다고. 다른 사람이 쓴 대본으로 성공했다고, 당신이 도둑년이라고 밝힐 수 있다면 언제든 그만둬도 좋아요. 잊지 않았죠? 내가 보낸 파일에서 토시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거.]


     *

     창수는 미연을 사랑한다. 어떤 시련에도 불구하고. 나이와 배경을 뛰어 넘는 사랑, 그것이야 말로 숭고한……잠깐, 뭔가 부족한데. 뭐가 문제지?

     그래. 
     주인공 이름을 바꾸자. 요즘 트랜드에 맞춰서 통통 튀는 이름으로. 

     이왕 바꾸는 거 프로필도 바꾸지 뭐. 재벌 2세 유학파로. 강남8학군 출신보단 비버리힐즈 쪽이 시청자들한테 먹히겠지? 나이도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 중반으로 고치자. 이혼을 계기로 타국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고국으로 돌아온 싱글남. 물론 외모는 이십대로 보여야겠지. 처음엔 재미로 여주인공을 가지고 노는 거야. 그러다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고…… 

    한번 머릿속에 그려진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나는 신들린 듯 타이핑했다. 나는 퇴고하던 원고를 아예 폴더 한편에 치워버렸다.

     2년이나 정성을 쏟아 부은 글이었지만 구질구질하게만 느껴졌다. 배고플 때도, 외로울 때도 그가 내 곁에 있었다. 인기 작가가 돼도 창수 너랑은 끝까지 갈 거니까 걱정마, 하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사람간의 의리도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마당에, 가공의 인물과 의리를 지킬 여력이 없었다. 아직도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과 내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가 굽도록 고생한 어머니. 그것들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인기 작가의 대열에 합류해야 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흥겹게 춤췄다. 

     군입대를 앞둔 이십대 중반의, 근검절약형의 부잣집 도련님은 해외의 명문대를 졸업한 삼십대 중반의 사업가로 변했다. 말이 사업가지, 하는 짓은 한량이나 다름없다. 회사에 붙어있는 때가 없다. 나는 손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간 결과, 현실감각도 없고 개념도 없고 싸가지까지 없는 인물이 탄생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차를 바꿔 타며, 한 끼 밥값에 수십만원을 쓰면서도 아깝다 생각 않는. 여주인공의 사랑 역시 돈으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접근한다. 

     그래,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겠지. 내 주변엔 없지만. 물론 대다수의 시청자도 이런 사람은 알지 못할 거고. 

     뭐? 그런 인물도 이젠 식상하다고? 뻔해? 괜찮아. 더 막장으로 나가면 되지. 지고지순한 사랑? 요즘은 자극적인 소재가 먹힌다니까. 사랑은 후반부에 보여줘도 돼. 다들 그렇게 하는 걸. 괜히 막장 드라마란 말이 생겼겠어?

     풀리지 않던 원고가 술술 풀렸다. 손끝에서 짜릿함이 느껴졌다.

     문득 폴더에 처박아 놓은 원고가 신경 쓰였다. 

     문서명 ‘창수’, 남자 주인공 이름이었다. 2년 가까이 애정을 가지고 두 발로 뛰어가며 조사해 만들어낸 인물이다. 진심으로 그를 아끼고 사랑했다. 

     얼마 전 시청률 40%를 찍고 인기 작가의 대열에 선 선배는 ‘창수’의 이야기를 보고, 

     “뭐랄까……끌리지 않는 건 아닌데, 고리타분 하달까? 요즘 누가 이런 이야기를 보니? 현실도 빡빡한데 드라마에서까지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겠어?”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욕먹으면 어떡해요. 저 소심해서 매일 시청자 게시판 체크한단 말예요.” 

     주변의 평가 때문에, 라고 핑계 댔지만 작가를 꿈꾸던 소녀의 순수함과 자존심이 문제였다. 

     엄마, 왜 그런 막장을 보고 있어? 하고 엄마를 아둔하다는 듯 비웃고 지나가던 어린시절의 내가 아직 남아 있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칭찬 받는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돈이 되지 않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몇차례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선배는 내 모든 번뇌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핑, 콧방귀를 뀌었다.

     “욕하면서도 볼 사람은 다 봐. 안 보던 사람도 그래, 얼마나 막장인가 한번 보자, 궁금해서라도 보게 돼.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거 아니겠니? 우리는 잘못 없어. 시청자들이 문제지.” 

     결국엔 배부른 돼지가 되느냐,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느냐의 문제였고   
     나는 배가 고팠다.


     *

     드라마는 성공적이었다.

     “남주 이름이……브래드 뭐?” 

     하고 어이없어 하던 감독조차 시청률을 확인하고 허리를 굽히고 들어왔을 정도로. 

     남자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온 매체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은 상승했고, 뻔하다는 감상도 있었지만 그래도 봐줄만 하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탄탄대로였다. 주변에선 이대로 가면 연말에 큰상하나 받겠는걸, 하고 치켜세웠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얼얼했다. 가는 곳마다 알아봐주는 건 물론, 콧대 높은 배우들이 다음 작품에 출연 의사를 밝히며 접근해왔다. 그래. 표절 이야기가 떠돌기 전까지는……술술 풀리는 것 같았지.

     “표절이라뇨. 클리셰 몰라요? 로코가 다 그렇지.”

     팬들은 내 편을 들어주었지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고발성 글에 숨이 막혔다. 한 줄도 써내려갈 수 없었다. 비축한 분량은 모두 떨어졌고, 원고를 보내달라는 전화가 집으로, 핸드폰으로 빗발쳤다. 

     그때,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오래전부터 작가님을 지켜보았습니다. 

     수줍은 인사로 시작한 메일엔 파일이 하나 첨부 되어 있었다. 내가 막혀서 끙끙대던 부분부터 매끄럽게 이어지는 드라마 대본이. 

     독촉에 시달리다 못한 나는 팬이 보낸 대본을 전송해버렸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보내신 메일 보았습니다. 대본도. 제가 요즘 힘든 일을 겪고 있는데 급한 나머지 보내신 대본을 드라마에 참고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보상을 원하신다면 얼마라도 보상해드릴 의사가 있사오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수신확인도 하지 않았고,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체에서 이 일을 떠들어대지도 않았다. 

     누굴까.
     그러고보면 아마추어가 쓴 대본이라기엔 무리가 있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일까. 그의 정체가 신경이 쓰여서 대본을 쓸 수가 없었다. 즙을 짜내듯 겨우겨우 써놓은 분량이 다 떨어지자 다시 독촉이 시작되었다.

     그즈음 메일함에 새로운 메일이 수신되었다. 

    [잘 지내셨나요?] 

     그였다. 이번에도 파일이 첨부 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회 대본이었다.

     나는 발신자 이름을 확인했다. 

     창수. 
     그것은 내가 폴더 한편에 처박아 놓고 잊어버린, 글의 주인공 이름이었다. 내 얄팍한 양심은 이번에도 그의 대본을 이용했다. 사과와 함께 이왕 이렇게 된 거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대본을 보내왔다. 

     남자 주인공의 동생이 여주인공의 어머니를 뺑소니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밋밋한 전개가 되는 쪽이 낫지, 갑자기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끼워 넣을 순 없었다. 더구나 이 드라마는 로맨틱코메디라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하곤 내가 쓴 대본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드라마다 방영되는 날 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이봐요. 그러면 재미없을 줄 알아요. 내 글을 마음대로 갖다 쓸 땐 언제고, 당신 마음에 안 든다고 이젠 무시하기로 한 건가? 당신이 한 짓은 절도야. 도둑질이라고. 나한테 보낸 메일 잊지 않았겠지. 보상 어쩌고 한 것 말이야. 
     그건 내 얘기야. 내꺼라고!!! 
     또 한 번 무시하면 어떻게 될지 두고 보라고.] 

     떨리는 손으로 첨부된 파일을 열었다.

     남자 주인공의 동생이 여주인공의 어머니를 차로 치고 도주하는, 내가 무시하고 넘긴 내용이었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는 자기가 쓴 대본으로 촬영하기를 요구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2년 전부터 공들여 쓰고 있던 ‘창수’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조언받기 위해 몇몇에게 보여준 적은 있지만 그 사람 중에 이런 식의 저열하고 유치한 협박을 할 사람은 없다. 
     
     협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메일을 보내왔다. 그의 대본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 주인공의 동생은 범죄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서 여주인공을 죽이려다가 형의 손에 의해 벼랑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남자 주인공은 감옥에 가게되고 교도소에서 친부를 찾게된다.

     처음엔 색다른 전개라고 평가 받았지만 단 몇회 만에 비난으로 바뀌었다. 

     '창수'란 사람의 대본은 나를 괴롭히다 못해 배우와 감독, 투자자들까지 괴롭혔다. 
     그는 나에 대해 잘 알고있는 듯했지먼 내가 그에대해 알고있는 거라곤 이메일 주소가 전부였다.

     며칠 밤낮을 그의 메일주소를 검색하고 또 검색하는데 허비했지만 실마리하나 나오지 않았다. 참다 못한 나는 이곳저곳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원한을 샀을 만한 사람.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심부름센터에 의뢰하기도 했지만 아무 흔적도 찾아낼 수 없었다. 심부름센터 직원은 겸연쩍어 하며, 거참, 귀신도 아니고, 라며 수고비를 챙겼다.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새로운 메일이 도착할 때마다 피가 말라갔다. 이렇게 돼버린 거, 사실대로 밝힐까. 표절했다고, 무단으로 가져다 쓴 도둑년이라고……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얻은 성공이고 인기인데.. 그랬다간 작가인생은 끝이다.


     남자 주인공의 인터뷰가 나가고나자 관심없던 사람들마저 나에게 달려들었다. 과거의 사소한 행적까지 제보가 줄을 지었으며, 학창시절 수상했던 공모전조차 의혹을 받았다. 나는 도둑년, 내가 쓰는 글은 똥 닦은 휴지보다 못한 쓰레기로 전락했다. 

     “조기종영하기로 했어. 시청률이라도 나와 주면 어떻게 끌고 가겠는데, 알다시피…….” 
    “그냥 이렇게 끝내자구요? 그럼 저는요. 저는 어떡하라구요. 오명만 뒤집어쓰고 이렇게 끝내면!” 
     “오명?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막장으로 쓰래? 당신, 존심도 없어?” 

     나는 집으로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의 불빛에 눈이 시렸다. 학창시절부터 차곡차곡 소중히 모아놓은 글들을 하나씩 열어 보았다. 완성된 것보다 미완성에 그친 글이 더 많았다. 

     2004년, 2005년……2014년. 꿈을 향해 달려온 나의 발자취였다. 하룻밤 사이에 다 읽기에도 벅찬 분량이었다. 파일의 미로 속을 헤매다가 홀린 듯 ‘창수’라는 파일을 더블클릭했다. 

     창수 : 나,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창수의 이야기는 입대를 앞두고 여주인공에게 고백하는 부분에서 멈춰있었다. 잊어버리면 안돼요, 그 다음 부분에서 커서가 깜빡였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창수와 함께 성장하고, 고민하고, 아프고, 기쁘고, 또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그를 무참히 처박아 버렸고. 모든 것이 후회 되었다. 창수의 이야기를 계속 썼더라면, 무명 작가에 머무를지언정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창수에겐 죄가 없었다. 그는 가공의 인물이니까. 죄가 있다면 양심을 판 나에게 있겠지. 

     나는 의자 위로 올라가 줄을 걸었다. 커튼을 찢어 만든 올가미가 목덜미를 감쌌다. 

     ‘당신, 존심도 없어?’ 

     나를 비난하던 싸늘한 안광이 잊기 위해 눈을 감았다. 
     인터넷을 도배한 비난 여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왼쪽 발꿈치를 들어 올렸다. 
     여태껏 나를 협박하며 절벽으로 밀어냈던 메일한테서 도망치기 위해 오른쪽 발꿈치를 들어 올렸다. 
     순수함과 양심을 외면한 나를 지우기 위해 두 발을 공중에 띄웠다.

     숨이 막혔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본능적으로 발버둥쳤지만 줄은 끊어지기는커녕 내 목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때 한 자리에서 깜빡거리고 있던 커서가 오른쪽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글자를 입력하고 있었다. 나는 흐려지는 초점을 맞춰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기분이 어때? 나를 쓰레기통에 처박았을 때처럼 짜릿한가?] 
     [너무 상심하지마. 인생은 드라마라잖아.]
     [그래, 드라마는 역시 자극적이어야 제맛이지.] 

    창수 : (즐겁게 웃으며) 네 얘기는 몇 프로나 나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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