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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뿡분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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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3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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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4200
    작성자 : 뿡분
    추천 : 22
    조회수 : 1817
    IP : 182.215.***.58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02/15 22:52:40
    http://todayhumor.com/?panic_64200 모바일
    소설] (bgm) 수리됩니다
     
     
     
     
    정비소 앞에 작은 푯말이 서 있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푯말에 쏟아졌다.
     
     [수리됩니다]
     
     검은색 suv는 이를 무심히 지나쳤다. 운전자는 백미러로 멀어지는 푯말을 확인했다. 그렇잖아도 좀 전부터 차가 시원찮게 굴러가는데다, 결정적으로 연료가 간당간당했다. 아무리 아쉬워도 제대로 된 간판도 없는 수리업체에 차를 맡길 수는 없는 일. 다음 주유소까지는 6km만 달리면 됐다. 설마 그것도 못 버틸까. 내비게이션이 입력된 경로를 낭랑한 목소리로 알렸다.
     
     200m 앞에서 우회전 하십시오.
     
     그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틀어쥐었으나, 다른 길은 없었다. 앞에 펼쳐진 길은 하나뿐이었다. 나무로 둘러싸인, 불빛 하나 없는 외길이 그를 맞이했다.
     
     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뿌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정비소 노인은 유리창 너머로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수도를 틀어서 기름때 묻은 손을 씻고 깨끗한 장갑을 꺼냈다. 손님을 맞이하려는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삼십분 뒤 젊은 남자 한명이 길을 내려왔다. 검은색 suv의 운전자였다.
     
     “무슨 일인가?”
     “수리, 됩니까?”
     
     젊은 남자는 푯말을 가리켰다.
     
     “그럼 되고말고. 차는?”
     “그게, 차가 갑자기 멈춰 서서…… 저 윗길에 세워두고 오는 길입니다. 견인장비도 가지고 계신가요?”
     “우선 가서 보자고. 웬만한 고장은 그 자리에서 고칠 수 있으니까. 이래봬도 기계만 수 십년을 만지고 살아온 몸이라네.”
     
     마땅찮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젊은 남자는 순순히 차가 있는 자리로 노인을 안내했다. 사실 안내랄 것도 없었다. 외길이었고, 인적이 드문 곳이었으니 어디쯤 멈춰 서 있을지 이미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었다.
     
     노인의 걸음에 맞춰 손전등 불빛이 도로 위에 쏟아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느렸다. 이렇게 걸었다간, 오는데 삼십분 걸린 거리를 한시간은 걸어야할 것 같았다. 젊은 남자는 초조하게 노인을 재촉했다.
     
     “내 다리가 안 좋아 빨리 걸을 수 없으니 이해해주게. 혹, 가는 길이 지겨워서 그런가?”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러면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해줌세. 젊은 사람 흥미에 맞을진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지겨운 게 아니라 밤이고, 또 산길이라 걱정이 돼서요.”
     
     “그렇담 으스스한 이야기가 어울리겠군.”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노인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노인의 걸음에 맞춰 걸으며, 하는 수 없이 귀를 기울였다.
     
     

     
     
     어느 날이었어.
     아랫마을 사는 처녀가 목을 매달았다네. 
     
     자기 집 앞 우물에 덜렁덜렁 매달려 있는 것을 이웃사람이 발견해 끄집어냈지. 아무도 죽은 이유를 몰랐어. 가족이라곤 거동 불편한 늙은 할머니뿐이었으니. 바로 이웃에 사는 사람조차 정확한 이유를 모르더군. 다들 시체의 불룩 솟은 배를 보고 이상타 수근 거리기만 했지.
     
     모든 일은 여름밤에 시작됐다네.
     
     처녀는 오일장에서 팔고 남은 나물을 어깨에 메고 돌아오고 있었어. 남편의 술주정에 지쳐 도망친 어미와 어미를 찾겠다고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아비 대신 손녀를 거둬준 할머니 약값에라도 보태려면 장에 나가 몇 푼이라도 벌어야 했거든. 막차가 올 때 까지 기다리려면 족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터라, 걸어가기고 작정한 게지.
     
     가로등은 드문드문 세워져 있었고, 그나마도 전구가 깨어져 나가 불이 들어오질 않았어. 시골의 밤길을 걸어본 적 있는가? 도시의 밤을 상상하면 안 돼. 그런 곳은 사람 사는 집이라고 해봐야, 수십 미터씩 떨어져 있거든. 땅거미가 내린다는 말을 실제로 목격한 적 있는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만치서부터 어둠의 장막이 내려앉기 시작하지. 삽시간에 어두워져. 사방은 새카맣고, 풀벌레 소리만 아득하니 들리지. 여름에는 귀가 시끄러울 정도야. 네온사인이나 굉음을 남기고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를 기대해선 안 돼. 겨우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달빛에 의존해 발을 놀리는 거야. 저기 저만치서 어느 집의 등불이 보여. 거기까지 닿으려고 걸음을 재촉하는 거야. 그러다보면 한 고개, 또 한 고개 넘는 거야. 그렇게 넘다보면 내 집에 닿는 거지.
     
     처녀는 그 어두운 길을 걷고 또 걸었어. 보통 때라면 삼십분 쯤 걸리는 길을 이십분 만에 내달려 도착했다네. 빼꼼 열린 문틈 새로 곤히 잠든 노파의 정수리가 보이고,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더미와 설거지거리가 보였다네. 처녀는 안도했어. 내 집이로구나. 끝도 없는 집안일이 오히려 안도감을 안겨준 걸세. 처녀는 나물 꾸러미를 마루에 내려놓고 팔을 걷어붙였어. 마당 한가득 쌓인 빨래더미로 달려들어 치덕이며 빨기 시작했지. 얼음장 같은 물이 콸콸 쏟아졌어. 온종일 뙤약볕 아래 고생한 몸이 시원하게 풀어졌지. 처녀는 몸에 물이라도 끼얹고 싶어졌지. 재빨리 주변을 살펴봤어.
     
     뒤쪽은 산이라 나다닐 사람이 없었고, 앞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어서 누가 접근하면 빤히 보이는 자리였단 말이야. 길이라곤 하나였으니, 멀리서 사람 그림자가 보이면 얼른 몸을 감추면 될 일이었지. 처녀는 웃옷을 훌렁 벗고 찬 물을 끼얹었어. 막 치마를 내리려는 순간이었어.
     
     어둠속에서, 정확히는 논두렁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와 처녀를 움켜잡았어. 그림자는 하나가 아니었지. 셋, 아니 적어도 넷은 되었어. 어쩌면 더 많았을 수도 있지. 목이 졸려 눈이 뒤집힌 덕분에 그림자는 둘로 나뉘고 셋으로 나뉘어, 수십으로 불어나버렸거든. 몇 놈이 잡아당기는 건지 알아볼 수가 없었어.
     
     별처럼 총총히 빛나던 두 눈은 까뒤집히고 앵두처럼 붉던 입술은 비명을 질러댔지. 뽀얀 살결은 이 놈 저 놈에 의해 희롱 당했어. 처녀는 혀를 깨물어 자결하려고 마음먹었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거든. 막 혀를 빼물었을 때였어.
     
     절구 방망이가 허공을 가로지르더니,
     
     퍽!
     
     머리통을 휘갈겼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어. 처녀는 머리를 얻어맞은 충격에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네. 시간이 흘러, 눈을 뜨니 파란 하늘이 보이더래. 구름이 뭉개 뭉개 떠다니는 꼴이 꼭 제 할애비 살아생전 담배피던 그 모습 같았다던가. 뜨거운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귓구멍 속으로 흘러들어왔어.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후에도 처녀는 일어설 수 없었어. 열린 방문 사이로 소리도 없이 울고 있는 할머니를 봤거든. 찢겨진 옷을 입고 피투성이가 되어 흙바닥에 누워있는 손녀의 모습은 늙은 심장을 꽉 죄여왔지. 노파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 버렸어. 처녀가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눈물을 삼키는 동안에 소리 없이 마지막 숨을 내쉬었어.
     
     처녀는 정신을 놓아버렸다네.
     미라처럼 비쩍 마른 할머니를 산에 묻고 돌아오던 길에 기어코 정신을 놓고 말았지.
     
     처녀를 그 후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구걸해먹었어. 젊은 사내들의 그림자만 보면 살쾡이처럼 이를 드러내고 손톱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지. 마을보다 산에 머무를 때가 많아지더군.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때쯤, 아마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을 거야.
     
    골이 아프도록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산속에 옹크리고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덤가에 엎드려 흐느껴 울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신기하게도, 처녀가 우는 날에는 산짐승 소리도 함께 났다는 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이웃에 사는 박 영감이 우물가에서 처녀의 시체를 발견했다네. 장맛비가 쏟아진다는 말에 우물 뚜껑을 덮으려고 갔다가 그 밑에 덜렁덜렁 매달린 그림자를 본 거야.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시신을 끌어 올렸다네. 처녀는 눈도 감지 못하고 부릅뜨고 있었어. 비쩍 마른 팔 다리, 유독 배만 봉긋하니 솟아 있었다는군.
     
    이상한 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네.
     
     마을에 몰려다니는 패거리가 있었어. 좋게는 청년회, 나쁘게는 한량들이라고 불렀지. 그 중 우두머리는 이장의 아들로 일본에 유학까지 다녀온, 촌에선 보기 드문 청년이었지. 참한 처녀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어. 결혼하기 전에 인사차 고향에 내려와 있었지. 곧 서울로 떠난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놈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게 아닌가.
     
     사람 눈을 못 속일 정도로 불룩 솟은 배를 보고 부랴부랴 큰 병원으로 달려갔지. 병원에선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어. 배에 물이 찬 것도, 장기가 잘못 된 것도 아니라는데 배는 점점 더 부풀어 올랐지. 이상한 일이 그것뿐이었겠는가. 상을 받아놓고 입을 틀어막고 뛰쳐나가는가 하면, 오밤중에 부엌에 옹크리고 앉아 남은 밥을 게걸스레 퍼먹기도 했지. 사내만 아니었더라면 애가 들어선 줄 알았을 거야.
     
    이장의 근심은 나날이 커져갔지. 결혼 날짜는 다가오는데 아들은 저 모양이라, 새아가 될 사람을 불러들일 수는 없고 결혼을 미룰 핑계거리는 없고, 안달이 난거야.
     
     기이한 일은 이장 집 담벼락 안에서만 일어났던 게 아니야. 청년회 패거리들이 똑같이 배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단 말일세. 자네, 믿어지는가? 달이 찰수록 네 놈이 끙끙대는 소리가 담벼락을 넘어 온 동네에 퍼져나갔다네. 소문과 함께 말이지.
     
     누가 봐도 처녀가 죽은 원인은 그놈들에게 있었고 그 봉긋한 뱃속 생명의 아비는 그 네 놈 중 하나였단 말일세. 그러나 누가 감히 죄를 추궁할 용기를 냈겠는가. 이장의 아들이 네 놈 중 하나였는데. 이장은 이름난 땅 부자였단 말일세. 땅으로 농사지어 입에 풀칠하는 마을사람들한테는 나라 원님보다 무서운 게 이장이었단 말이야.
     
     모두의 묵인 하에 놈들의 악행은 저 깊은 땅 밑에 숨겨져 있었어. 처녀가 묻힌 땅 깊이만큼이나 밑에 파묻혀 있었지. 
     세 달이 지나자, 한 놈의 배가 뻥 터져 버렸다네. 옆에서 자고 있던 그놈 마누라가 그 피를 뒤집어썼다지. 그 마누라가 말하길, 처녀의 귀신이 홀연히 나타나 놈의 뱃속을 헤집는 걸 봤다더군. 무엇을 찾는지 한참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다시 사라지더라고. 사람들은 처녀가 구미호가 돼서 간을 빼먹으러 온 거라고 생각했어.
     
     두 번째 놈이 배가 갈라져 죽은 채로 발견되자, 나머지 두 놈은 겁이 나서 잠도 이루지 못했다네.
     
     두 번째 놈이 발견된 장소가 괴기스러웠지. 우물가였어. 처녀가 목을 매달았던 그 우물. 사건이 터지고 뚜껑을 덮어서 단단히 봉해놓은 것을 무슨 연유로 끌어냈을까. 것도 한밤중에. 두 번째 놈의 배에서 흘러나온 창시가, 우물 바닥까지 이어져 있었다네. 주변은 온통 피였어. 흙바닥에는 몸부림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 놈의 손톱엔 흙이 새까맣게 끼어 있었고. 눈은 하얗게 까뒤집혀 있었어.
     
     그쯤 되니 아무도 부정할 수 없게 됐지. 처녀의 귀신이 마을을 떠돌고 있단 사실을.
     나머지 두 놈, 이장네 아들하고 그놈의 죽마고우만 남게 됐다네. 이장의 아들은 두 번째 놈이 죽자마자 일찌감치 서울로 가는 기차편을 구해 달아났다고 들었어. 마을에 남은 건 놈의 죽마고우뿐이었지.
     마지막 남은 놈은 두려움에 떨다가 미쳐서는…… 어떻게 됐는지 짐작이 가나?
     
     스스로 자기 배를 갈랐어.
     
     배를 열고 장기를 뒤집었지. 동산처럼 부푼 배를, 산달이 다 된 여인네처럼 불룩 솟은 배를 칼로 째고 그 속에 손을 넣고 뒤적, 뒤적…… 하고 있었단 말이야. 놈의 아버지가 발견해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돌아오지 못했다네. 마을엔 줄초상이 났지.
     
    응? 이장의 아들은 어떻게 됐냐고?
    놈이라고 해서 멀쩡할 수 있었겠나.
     
    이장 말로는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고, 이장 마누라의 말로는 일본으로 가서 결혼해 잘산다고 하는데 놈이 살아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는 알고 있네. 정확히, 그 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놈의 배는 네 놈 중에 가장 크게, 부풀어 올랐다네. 바람을 빵빵 하게 넣어 터지기 일보직전인 커다란 풍선 같았지. 걸을 때마다 실금이 질금질금 나왔고, 평범한 자세로 걷는 것이 불가능해 허리를 짚고 걸어야 했어. 발은 퉁퉁 부어서 신발을 신을 수 없었고, 얼굴에는 기묘한 수포가 생겨나기 시작했지. 썩은 내를 풍겼어. 처녀를 우물에서 건져 올렸을 때 났던 냄새와 비슷한 냄새였지. 시체가 썩는, 살덩이가 분해되는 냄새였단 말일세.
     
    놈은 아비가 마련해준 서울의 거처에 틀어박혀 달력을 노려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네.
     
     그리고 그날 밤,
     놈이 처녀를 덮친 그날 밤으로부터 열 달이 되는 날,
    눈앞이 아득해지는 통증이 덮쳐왔다네.
     
    뱃속이 요동치더니 안에서부터 점점 찢어지기 시작했어. 놈의 눈가에 뻘건 피눈물이 타고 흘렀어. 낯선 그림자 하나가 먼발치에 서서 놈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먹물을 뒤집어 쓴 것 마냥 새까만 사람이었어.
     
     놈은 길게 비명을 내질렀다네.
     밖에선 쿵쿵, 비명을 들은 이웃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
     
     쿵. 쿵.
     
     놈의 뱃속에서도 안간힘을 쓰고 있었어. 밖으로 나오기 위해.
     
     놈은 두 번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렸어. 더 이상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네. 막 정신을 차린 놈의 눈앞에 작고 새까만 그림자가 옹크리고 앉아 있었어. 그것은 짐승처럼 네 발로 기고 있었지만 손과 발이 달린 사람의 형체였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시뻘건 덩어리를 꽉 쥐고 있었지.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소리가 들렸어.
     
     놈은 본능적으로 알았지. 지금 제 살을 뜯어 먹고 있는 것이 자신의 배에서, 배를 뚫고 나온 제 자식이라는 것을. 처녀의 뱃속에 강제로 잉태하게 한 그 생명이었다는 걸.
     
     짐승의 새끼였으니 짐승으로 태어난 거겠지. 
     짐승새끼는 피부를 찢고 튀어나와 제 아비를 씹어 먹었어.
     고요한밤, 게걸스레 씹어 먹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네. 
     
     처녀는 우두커니 서서 제 새끼를 바라보았다네. 어미의 복수를 한 사랑스러운 새끼를.
     배를 채운 어린 짐승이 네 다리로 기어와 어미 품에 안겼어. 아비의 살점과 피로 얼룩진 입가를 닦아주고 입 맞추었다네. 보드라운 살결 대신 빳빳한 털과 뾰족한 가시가 돋은 뺨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면서. 짐승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사람은 더군다나 아닌 고놈을 품에 안고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지.
     
     아직도 보름달이 뜬 여름밤이면, 들을 수 있다고 하네. 구슬피 우는 어린 짐승의 소리를.
     
     
    *
     

     어느새 그들은 차 앞에 도착해 있었다. 노인은 젊은 남자를 비스듬히 올려다보았다.
     
     “자네, 괜찮다면 내 하나만 묻지. 방금 내가 해준 이야기, 그게 먼 옛날에 벌어진 일 같은가?”
     
    “글쎄요……실제로 일어나던 일이라기 보단, 흥미로운 전설 하나 배우고 간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노인이 손을 댄지 단 5분 만에 시동조차 걸리지 않던 차가 수월하게 굴러갔다. 신기한 일이었다. 귀신의 장난도 아니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노인은 장갑을 벗어서 동글게 말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자네는 어디서 왔나?”
     “서울에서 오는 길입니다.”
     
     “서울사람이 여기는 웬일로? 이곳에 부모님이라도 살고 계신가?”
     “양친은 어려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보육원에서 자랐구요. 다른 볼일이 있어 온 것뿐입니다.”
     
     벌써 해가 완전히 기울어져서 밤바다처럼 짙은 어둠이 몰려들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지갑을 열어 지폐를 꺼냈다.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마다했다. 다음에, 다음에 달라는 것이다. 시골인심이라 하기엔 섬뜩한 무언가가 있었다.
     
     젊은 남자는 차에 오르기 직전 우뚝 멈춰섰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장의 아들이 죽었을 때, 혼자였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바로 옆에서 본 것처럼…….”
     “늙은이가 꾸며낸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 건 아니겠지.”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으나, 젊은 남자는 호기심을 거두고 차에 올랐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어둠속으로 달려갔다.
     노인은 정비소로 돌아오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쪽문을 열었다. 살림집이 붙어있는 구조였다. 그는 두 개의 방 중에 왼쪽 방으로 들어갔다. 문지방에서부터 천장, 벽에 이르기까지 부적이 붙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향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돌아 앉은 노파 옆으로 가 앉았다.  
     
     “자네 말이 맞았어. 도깨비 새끼가 돌아왔어.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오는 길이야.”
     
     노파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백발을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거울을 보는 눈동자는 희고 탁했다. 저 눈으로 과연 무엇을 보는지, 볼 수는 있는지. 노인은 그 곁에서 “그럼, 그럼”하며 맞장구쳤다. 말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라곤 노인의 것뿐이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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