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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3214
    작성자 : 뿡분
    추천 : 19
    조회수 : 1529
    IP : 112.146.***.6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7/21 09:19:51
    http://todayhumor.com/?panic_53214 모바일
    단편] 덩어리, 최
    <div> </div> <div> </div> <div> < 덩어리, 최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최는 덩어리다. <br /> 또한 대한민국의 남성이며, 세 자녀를 둔 가장이다.<br /><br /> '덩어리, 최'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20년전, <br /> 박동우라는 17세 소년의 발언에서 비롯되었다.<br /> <br /> "야, 덩어리! 물 좀 떠와라. 형님 목이 탄다. 시원한 물로 떠와!"<br /> "덩어리?"<br /> "살덩어리. 피둥피둥한게 데굴데굴 굴러갈 것 같지 않냐?"<br /> "하하하하! 그래도 그건 좀 심했다. 덩어리라니. 좀 짧긴해도 팔다리가 달렸잖아."<br /> <br /> 친구들의 반응에 기세등등해진 박동우는 최에게 다가갔다. </div> <div> 땀으로 번들거리는 최의 얼굴이 금세 공포로 물들었다. </div> <div> 박동우는 포식자다. 그리고 최는, 이를테면 초식동물이다. </div> <div> 박동우는 최 같은 부류의 아이들에게서 풍기는 냄새를 귀신처럼 맡을 줄 알았다. <br /> <br /> "한번 굴려볼까?"<br /> "하, 하지마아..."<br /> <br /> 17세의 최는 뒷걸음질치며 애원했다. </div> <div> 그러나 박동우의 패거리는 먹잇감의 약점을 발견하고 달려드는 야생의 하이에나처럼 </div> <div> 그를 둘러싸고 통통하게 살집이 오른 옆구리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br /><br />그들은 자신들의 몸집보다 두배는 되는 최의 멱살을 끌고 학교 뒷산에 도착했다. <br />그리고 언덕 아래로 그를 넘어뜨렸다. <br /></div> <div>기우뚱, 몸이 기울어지자 발목이 힘없이 꺾여졌다. <br />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br /></div> <div>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흙먼지를 일으키고, <br />큼직한 돌에 걸려서 잠시 주춤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굴러갔다. <br />신기할 정도로 잘 굴러내려갔다. <br />그의 데굴데굴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br />철책을 넘어서기 직전까지 돌진, 또 돌진 했다. <br /> </div> <div> 혹자는 묘사한다, </div> <div> 그때의 최는 마치 볼링핀을 쓰러뜨리는 볼링공 같았다고. <br /> <br />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주민이 외쳤다.<br /> <br /> "너희들 뭐하는 거니?"<br /> <br /> 박동우는 히죽거리며 대답했다.<br /> <br /> "심심해서 공 놀이 좀 했어요!"<br /> <br /> 박동우한테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br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매력. 어떤 짓을 해도 미움받지 않고 호감을 얻는 어떠한 힘이, 그에게는 있었다. <br /> 질문을 했던 주민도, 창문으로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도 박동우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br /> <br /> "하하하하!!"<br /> "원, 녀석, 짓궂기는!"<br /> <br /> 하하하. 하하하! <br /> <br />최는 철책에 걸린 채로 죽은 듯 늘어져 있었다. <br />부러진 발목을 부여잡고 땀을 줄줄 흘리면서. <br /> 점차 웃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br /><br />간 건가? <br /><br />최는 고개를 들었다. 입속은 흙과 풀로 가득 차있었다. <br />그가 침을 퉤 뱉어내자 누군가 "살아있네?"하고 말했다. 박동우였다. <br />그는 아래로 내려와서 손수 최를 일으켜 세워주었다.<br /> <br /> "조심 좀 하지. 심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장난... 장난이었던 거 알지?"<br /> <br /> 그는 퉁퉁 부운 최의 눈꺼풀을 보면서 해맑게 웃었다.<br /> <br /> "그나저나 아까는 대단했어. 이젠 너를 덩어리라 불러야겠다. 덩어리, 최. 좋지? 미국식 이름 같고 말야."<br /> <br /> 그때부터 최는 '덩어리, 최'가 되었다. <br /> <br /> 세월이 흘러 박동우는 학교를 떠났다. <br />그러나 그의 소문은 학교에 남았다.<br />학교를 그만두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느니, <br />돈많은 유부녀를 건드려서 해외도피를 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그의 빈자리를 메웠다. <br /><br />박동우는 사라졌지만 최는 여전히 '덩어리'로 불렸다.<br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부르기로 작정한 것처럼.<br />누군가 그를 '어이, 덩어리!'하고 부를때면 박동우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솟구쳤다.<br /><br />졸업을 하면 잊혀지겠지. 군대에 가면 잊혀지겠지. 사회에 나가면....잊혀지겠지. <br />끝없는 자기 암시 끝에 최는 박동우의 이름 석자를 머리에서 지우는데 성공했다. <br />아니, 성공할 뻔했다. <br /><br />그는 어느날 신문을 보았다. <br />해맑게 웃고 있는 박동우의 얼굴이 신문 일면에 인쇄돼 있었다. <br /> <br /> [볼링과 여심을 한번에 사로잡은 떠오르는 샛별, 박동우 선수를 만나다!]<br /> <br /> 그때부터 최의 기묘한 폭식이 시작되었다. <br /> <br />산해진미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고, <br />구토가 나올 정도로 음식을 쑤셔넣어도 공복감이 느껴졌다. <br /> <br />체중계의 바늘이 120kg을 훌쩍 넘어섰다. <br />그런데도 그는 아직도 불완전한 것처럼 느껴졌다. <br /><br />이 정도로는 데굴데굴 구를 수 없어. <br />좀 더 동그랗게, <br />좀 더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살을 찌워야해! <br /> <br /> <br />"아빠! 이거봐요. 우리가 만들었어요."<br /> <br /> 이제 일곱살이 된 막내 딸이 수줍게 접시를 내밀었다. <br />케찹으로 하트를 그린 오므라이스였다. </div> <div>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첫째와 둘째가 도와준 모양이었다.<br /> <br />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어때요,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br /> "바보야! 엄마는 저기 멀리 여행을 갔다니까. 언니가 말했지."<br /> <br /> 첫째 아이가 막내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br />최의 아내는 반년전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br />동생들은 몰라도 첫째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눈치채고 있던 모양이었다. <br /> <br /> "아니야! 엄마는 저기에 있어. 아빠 뱃속에. 그렇죠, 아빠?"<br /> "그만하래두? 엄마가 아기도 아니고 어떻게 뱃속엘 들어가? 그리고 아빠는 남자야. 아기를 가질 수 없어. 그렇죠, 아빠?"<br /> "그치만 나, 아빠가 엄마하고 얘기하는 걸 봤단 말이야. 그렇죠, 아빠?"<br /> "엄마는 여기에 없는데 어떻게 얘기를 해? 그렇죠, 아빠?"<br /> "아빠 뱃속에! 아빠는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잡아 먹어버린 거야. 그렇죠, 아빠?"<br /> <br /> 갑자기 막내가 달려들었다. <br />최의 배에 엄마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려는 듯이.<br /><br /> 최의 비대한 뱃살에 달려든 막내의 손이 접힌 부분 안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br />흘러넘칠 듯한 최의 배가 막내의 팔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br />첫째와 둘째가 비명을 질렀다. <br /></div> <div>아빠! 아빠! 하고 도움을 청했다. <br /></div> <div>그러나 최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br />배는 스스로 입을 가지고 혀를 가진 것처럼 막내의 몸을 점점 집어 삼켰다. <br /><br />끝내, 막내의 바둥거리는 두 발만이 남게 되자, 최는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 <br />포만감이 주는 행복이었다. <br />그는 꺼억! 트림을 하며 딸의 두 발을 마저 뱃속으로 집어 넣었다.<br /> <br /> "아빠!!!"<br /> "미안하구나, 얘들아. 그렇지만 아빠는 좀 더 살이 찌지 않으면 안돼요."<br /> <br /> 기묘한 폭식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곤 그것 밖에 없었다.  <br /> <br />처음에는 아내였고, <br />두번째로는 이웃의 참견이 심한 팔순 노인이었다. <br /> <br /> 혐오스러웠지만 먹어치운 사람의 무게만큼 몸이 비대해짐을 느끼고 나자, <br /> 그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사람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br />첫 타깃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작고, 사랑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아이들이었다.<br /> <br /> 세 딸을 모두 먹어치운 최의 배는 그야말로 둥글둥글, 흘러내리기 직전의 아이스크림 같았다. <br />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는 탈 수 없었으므로 계단을 이용했다.<br /> 무려 네차례나 벽 사이에 끼이고 나서야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먹어치울 계획이었다. <br /><br />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경찰들이었다.<br /><br /> 경찰들은 그를 신속하게 체포했다. <br />사실, 최의 다리는 이미 뱃살에 파묻혀서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였기 때문에 도주할 수도 없었으니까.<br /> <br />경찰은 최를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대에 묶었다. <br />옷을 벗기고 나자 최의 배가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br /><br /> 명치 부근에는 그의 아내의 얼굴이 있었고, <br />그 바로 밑에는 세 딸들이 울상을 지은채 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br /> 왼쪽 갈비뼈에는 이웃집 노인이, 오른쪽 갈비뼈에는 그의 상사가... <br /> <br />족히 열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의 배에 새겨져 있었다. <br />아니, 부조물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br />그의 배가 채 소화하지 못한 얼굴들이 제각각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br /> <br /> "분리수술이 가능할까요, 선생님?"<br /> "이건...불가능하겠는데요. 살다살다 이런 끔찍한 형상은 처음 보겠습니다."<br /> <br /> 의사가 자신의 가운을 벗어서 최의 몸을 덮었다. <br /> 경찰은 최에게 물었다. <br /> <br /> "사람들을 왜 죽였습니까?"<br /> "나는 아무도 죽인적 없습니다."<br /> "그럼 아내분은요? 따님들은 어떻구요. 그것도 부정하실 겁니까?"<br /> "나는 그들을 사랑했습니다. 충동을 조절하는데 문제가 있을 뿐...나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 <br /> <br /> 최의 거짓말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탐지기가 동원되었다. <br />그는 동그랗게 누운 채로 질문을 받았고, 진실되게 대답했다.  <br /> <br />“수치상으로만 보면 저 남자의 발언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습니다.”<br />“그건 불가능해. 저 남자는 카니발리즘에 빠진 잔학한 살인범일세. 인육을 즐긴다고. 그러면서 사회생활을 10년 넘게 이어왔지. 거짓말에 이골이 난 작자란 말일세. 거짓말을 잡아내, 잡아내서 목을 매달란 말이야! J사고 K사고 진실을 밝히라고 얼마나 쪼아대는지 알고 있나? 이건 전국, 아니 전세계가 주목할 일이야! 어, 어어? 저게 뭐지? 일어나려는 것 같은데?!”<br /> <br /> 기기긱.<br /><br /> 최가 누워있던 철제 침대가 소리를 냈다. 경찰이 권총을 뽑아 들면서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br />그러나 이미 최의 거대한 몸이 그를 짓누르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br /> <br /> 타앙! <br /> <br />경찰의 손끝에서 불꽃이 발사되었다. <br />총알은 최의 두터운 살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br />그러나 혈흔은 비치지 않았다. 총알마저 완전히 먹어치운 거였다.<br /><br />경찰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최의 그림자를 올려다 보았다. </div> <div>마치, 최가 박동우의 손에 이끌려 뒷산으로 끌려가던 날처럼 말이다. </div> <div>사람들을 먹어치우며 밖으로 나온 최는 어디론가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br /> <br /> <br /> <br /> <br /><br /> <br /> <br /> 밤늦게까지 볼링 연습을 하고 있던 한 선수가 문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br />그의 몸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br />이만 연습을 끝낼까, 그는 땀을 닦으면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br />그는 지하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br />무언가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뒤를 따라왔지만, <br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계 돌아가는 소리겠거니 치부하고 말았다. <br /> <br />그는 차키를 꺼내들었다. <br />가방을 고쳐들고 차로 걸어가려는 찰나였다.<br /> <br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br /><br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 <br />마치 거대한 공이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br />비대한 몸집은 둘째치고, <br />저렇게까지 동그란 사람은 처음본다. <br /><br />'거대한 공 같아' <br /><br />공이 박동우를 향해 데굴데굴 굴러왔다. 아니, 걸어왔다.<br /> <br /> "네가 볼링선수가 됐다고 했을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br /> <br /> 박동우는 걸음을 멈췄다. 아아. 하는 탄성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br />너로구나, 최? 덩어리, 최. 너는 여전히 잘 굴러다니네. <br /> <br /> "옛날 일을 꺼내려는 거야? 그때는 미안해. 너무 어렸고, 너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줄 알았어. 왜 따라오는 거야?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br /> <br />"아주 짜릿했어. 볼링과 박동우. 박동우와 나...떨어질 수 없는 것들이잖아?"<br /> <br />"이봐. 왜 이래? 나는 다 잊었다니까! 귀찮게 따라붙지 말고 꺼져! 경비를 호출하기 전에! 별 거지같은 돼지새끼가 찾아와선 행패람."<br /> <br /> 최의 몸이 박동우의 차를 막아섰다. <br /> 차의 보닛이 우지끈 소리를 내더니 흉측하게 찌그러졌다.<br /> <br /> 압사당한다!<br /> <br /> 박동우는 얼른 차에서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br /> <br /> "네 말대로 굴러다니게 됐어. 이젠 완벽해진 것 같아. 다 네 덕분이야." <br /> <br /> 박동우는 달리고 달려서 볼링장까지 뛰어왔다. <br />들어오자마자 문을 쾅 닫았지만 문마저 종잇장처럼 구겨져 버렸다. <br />구겨진 문 너머로 최의 거대한 몸이 천천히 굴러 들어왔다. <br />숨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때 무언가가 보였다. 절대 들키지 않을 장소였다. <br />박동우는 눈을 빛내며 볼링핀이 있는 곳으로 기어들어갔다. <br />작동이 꺼져 있으니까 괜찮겠지. <br /> <br />그는 다음 순간 아차 싶었다.<br /> 좁은 곳으로 기어 들어가다보니 몸이 끼어버렸다.<br />최에게서 무사히 살아남는다고 해도 구조대원이 와서 구출해줄때까지 속절없이 볼링핀처럼 끼어 있어야될 운명이었다. <br /> <br />밖이 조용하다. <br /><br />굴러다는 소리는 물론, 그 어떤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br /> <br />박동우는 꾸물꾸물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주머니 속에는 핸드폰이 들어 있었고, <br />그는 지금 경찰이든 구조대든 호출해야될 상황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주머니에 아슬아슬하게 닿은 찰나였다. <br /> <br /> "자, 이제 굴러갈 거야. 얼마나 멋지게 성공할지 봐줘. '한번 굴려볼까?' 너, 굴리는 거 좋아했잖아."<br /> <br /> 거대한 볼링공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박동우에게 돌진하기 위해서.<br /> 최라는 볼링공이 박동우라는 볼링핀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br /> <br /> "그, 그만둬!!! 무슨 짓을 할 작정이야!"<br /> <br /> 저 덩치에, 저 무게에 눌리면 압사 당할게 뻔했다. <br />더구나 도망칠 공간도 없었다. <br />온갖 장기들이 모두 터져나간 꼴로 끔찍하게 죽고 말거다. <br /> <br />데굴데굴...<br /> <br /> ".....!!!"<br /> <br /> 데굴데굴....<br /> <br /> "으으으으아!!!!"<br /> <br /> 박동우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br /> <br /> "하, 하지마아....!!"<br /> <br /> 언젠가 최가 애원했던 말이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쳐댔다.<br /> <br /> "미안해! 정말!! 웃자고 했던 거야!!"<br /> <br /> 데굴데굴.....타앙!<br /> <br /> "!!!!!!"<br /> <br /> 눈을 떴다. <br />어둡다. <br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br /> <br />무언가 물컹한 것이 코끝에 느껴졌다. <br />이마에, 입술에, 물컹하고 축축한 게 닿아 있었다. <br /> <br />무슨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피다. <br />웬 피? 그런데 왜 저 새끼는 조용한거지?<br /> 아무리 기다려도 최는 반응이 없었다. <br /><br />하기야, 저 커다란 몸으로 이 구멍에 들어올 수 있겠어? 저놈도 끼어버린 모양이군.<br /> <br /> "이봐!!"<br /> <br /> 그는 이만 포기하라며 이죽거릴 생각이었다. <br /> 그의 코에 닿아있던 물컹거리는 것이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이죽거리고 말 거였다. <br /> <br /> "아빠! 여긴 너무 좁아요! 언니가 자꾸 발을 밟는단 말예요!"<br /> <br />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br /> 그는 코에 닿은 물컹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br /><br /> 입이다. 입술이야. <br /> 이건 최의 배인데, 어째서 여자애의 입술이 붙어있는 거지?<br /> <br /> "아녜요, 아빠! 발을 밟는건 쟤란 말예요!"<br /> <br /> 그의 볼에 닿아있던 것이 움직이면서 또 소리를 내었다. <br /> 하나가 아니다. 배에 붙어있는 것들은, 적어도 둘 이상이었다.  <br /> 그 순간 그의 이마에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br /> <br /> "너희들 조용히 안하니? 아빠 지금 중요한 얘기중이시잖아!"<br /> <br /> 셋.<br /> <br /> "배가 고픈데, 뭐 먹을거 없을까?" <br /> <br /> 넷,<br /> 이번에는 노인의 목소리다.<br /> <br /> "제길. 이번 사건만 해결하면 승진이 보장돼 있는데, 어쩌다가!"<br /> <br /> 다섯,<br /> 젊은 남자의 목소리. <br /> <br />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네요."<br /> <br /> 여섯, <br /> 사투리 억양이 남아있는 여자의 목소리.<br /> <br /> "아, 정말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이군! 뭐라도 좋으니 뜯어먹어야겠어. 응? 이건 뭐지?"<br /> <br /> 일곱,<br /> 사춘기 소년의 목소리.<br /> <br /> "가까운데서 무슨 냄새가 나는데? 킁킁."<br /> <br /> 여덟, <br /> 낼름대는 혀의 감촉. <br /> <br /> "으으아아아!!!!!!!!"<br /> <br /> "거기있었구나. 엄마, 나 배고파요. 한입 먹어도 돼요?"<br /> <br /> "아아악!!!! 야, 이 덩어리 새끼야!! 좀 움직여!! 비키란 말이야!!"<br /> <br /> 아홉, <br /> 두려움에 찬 남자의 비명소리.<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끔찍하군."<br /> <br /> 김 형사가 코를 쥐며 말했다. <br />그는 볼링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br /> <br /> "범인이 이렇게라도 붙잡혀서 다행인데...참, 별일이 다 있네요."<br /> <br /> 범인, 최는 붙잡힌 건 아니었다. <br />경찰이 들이닥치기도 한참 전에 목이 부러져서 즉사했기 때문에 사체를 발견한 게 다였다. <br />비대한 최의 몸은 단단하게 끼어있었다. <br />여러사람이 달려들어 그를 끌어내자, <br />더 끔찍한 광경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br /> <br /> "지가 볼링핀도 아니고 저길 왜 기어들어간거야?" <br /> "박동우 선수 맞죠? 여자들한테 인기있는."<br /> "얼굴을 죄다 물어뜯겼구만, 어떻게 알아본거야?"<br /> "유니폼이요. 제가 팬이었거든요."<br /> "그래? 이렇게 돼서 유감이겠네."<br /> <br /> 후배 형사가 고개를 저었다. <br /> <br />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요. 이 남자, 소문이 꽤 안좋았거든요. 그런데 뭐에 물어뜯긴 걸까요? 범인 입 주변은 아주 깨끗한데."<br /> <br /> 김 형사가 최의 거대하게 솟은 배를 바라보았다. <br />살로 이루어진 동산이었다. 그는 슬쩍 옷을 들춰보았다. <br />최를 심문하던 경찰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주 황당한 일이 최의 몸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을 텐데. <br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냥 평범한 배였다. <br />아주 커다랗고 동그랗다는 걸 제외하면. <br /> <br /> "과거에 자기가 놀린 입에 물어뜯긴 거겠지."<br /> "네?"<br /> "그냥 혼잣말이네. 가자고."<br /> <br /> 최의 몸을 실을 화물용 트럭이 건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br /> 김 형사는 트럭의 문이 닫히는 모습을 보았다. <br /> 그 안에 있는, <br /> 동그란 공처럼 누워있는 최의 마지막 모습을.<br /><br /><br /><br /><br /><br /><br /><br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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