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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그림
화가의 그림을 본 상인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림 속 동이 트기 시작한 부둣가를 배경으로
보는 이를 등지고 선창에 걸터앉은 소년은
영락없는 상인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창에서 잡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왔던 상인은
선원들이 이야기하는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과
그들의 모험담에 귀 기울이며
자신도 언젠가 상인이 되어 바다를 누비는 걸 꿈꿨습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나
소년은 상인이 되어 큰 부를 쌓았지만
늘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런 상인에게 화가의 그림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온전히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었던 상인은
화가에게 그림을 사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상인이 아무리 큰 액수를 부른다 해도
화가는 그림을 팔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원하는 건 반드시 얻고야 마는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화가가 도박으로 상당한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안 상인은
채권자들로부터 화가의 빚을 사들였고
시도때도없이 화가에게 빚을 독촉했습니다.
집요하게 괴롭히는 상인을 견디지 못한 화가는...
결국
상인은 원하던 그림을 손에 넣었고
소중히 여기던 그림을 잃게 된 화가는
상심이 너무 큰 나머지
사람들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그림을 바라보며
추억과 감상에 젖는 데 여념이 없었기에
행방이 묘연한 화가의 소식 따위는
상인에게 일말의 동요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그림을 감상하던 상인은
그림이 전날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본 상인은
선창에서 일출을 바라보던 소년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다…
아주 미묘한 차이였지만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던 상인은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며칠 뒤
화면을 등지고 선창에 앉아 있던 그림 속 소년은
어느새 고개를 돌려
보는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 소년이 움직였다는 사실보다도
상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건
상인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소년의 얼굴이
화가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상인을 노려보는 화가의 모습에
낯짝이 창백하게 질린 상인은
하인을 시켜 그림을 불태우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하인의 눈에는 그림 속 화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이토록 훌륭한 그림을 태워 버리기 아까웠던 하인은
상인 몰래 그림을 다른 곳에 감추었습니다.
그날 밤
상인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말없이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상인이 발견된 건 그로부터 사흘 뒤
파도에 밀려 해안가로 떠밀려온 상인의 시신은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 때문에
한참 떨어진 마을의 주민들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였습니다.
한편
주인의 사망 소식을 접한 하인은
자신의 침대 밑에 숨겨 두었던 그림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 소년이 사라진 걸 발견한 하인...
섬뜩한 기분에 머리털이 곤두선 하인은
그 자리에서 아궁이로 달려가
이글거리는 화염 속으로 그림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화가의 그림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습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160225458 칼리나드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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